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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누구나 할 것 같은 일을 담담하게 그려놓은 실화 소설, 그러나 흔히 볼 수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본 느낌은 차라리 전율이었다.
▲ 나무를 심은 사람 누구나 할 것 같은 일을 담담하게 그려놓은 실화 소설, 그러나 흔히 볼 수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본 느낌은 차라리 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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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초등학교 선생님이 눈앞을 스친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독후감을 써오라고 강요했던 선생님. 그땐 왜 그렇게 선생님이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는지. 돌이켜보면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영상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어느새, 염색에 의지해야 나이 들었음을 감출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버린 나. 연변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찾은 연변. 그곳에서 항상 미소 띤 얼굴의 소년 같은 할아버지와의 만남.

남을 위해선 택시를 함께 타지만, 자신을 위해선 버스를 타시는 분. 그 분은 하나님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며칠을 보면서도 한 번도 짜증내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이 없느냐는 물음에도 그저 웃을 뿐.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보다는 즐거운 일이 많아서 항상 감사하며 산다는 할아버지가 전해준 귀한 선물.

마음만큼 예쁘게 포장한 선물이 바로 장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이다. 이 소설은 실화라고 한다. 등장하는 인물은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촌로 한 사람이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찾아보기 힘든 한 인간의 일상을 관찰하며 상황을 전개해 나가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실화 소설이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도 책에 담겨진 이야기는 불평하며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흔히 잊고 지내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책. 어려움과 가슴 아픈 현실을 묵묵히 극복해나가는 모습에서 새로운 용기를 주는 책이 바로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삽화가 그려진 동화같은 책 한 시간 정도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속에 평생의 감동이 사로 잡고.
▲ 삽화가 그려진 동화같은 책 한 시간 정도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속에 평생의 감동이 사로 잡고.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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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방이 모두 메말라있고 야생 라벤더 외에는 그 어떤 사람이나 식물은 찾아볼 수도 없는 프랑스의 알프스 주변을 여행하다 목이 말라 물을 찾기 위해 허름한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거기에서 양치기 노인인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나 물과 음식을 얻어먹고, 노인이 살고 있는 집에서 하룻밤을 더 묶는다. 그 집에서 노인이 굵고 알이 좋은 도토리 백 개를 따로 골라 모아 놓는 것을 발견한다.

노인은 그 다음 날 외떨어진 산속으로 들어가 골라놓은 도토리를 심는다. 매일매일 백 개씩 심은 도토리 씨앗은 때로는 들짐승의 먹이가 되고, 때로는 저절로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수십 년을 심은 나무는 결국 숲의 파괴로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에 새로운 숲의 탄생과 수자원의 회복을 가져온다. 이로 인해 황폐했던 마을에 희망과 행복이 부활했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실화.

이 책의 첫머리를 읽어가면서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에 대한 경외심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그리 대단히 여기지도, 자랑하지도 않았다. 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무가 없어서 땅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나무를 심는다고 말할 뿐.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계속하면서 대지가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 한 주인공.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어느 누구도 그가 존경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없이 행동하는 나무를 심는 작아 보이는 일이 결국에는 세상을 바꾸고 알프스 숲을 변화시키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주인공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이 없으면 우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교과서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반복한다. 하지만 결과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힘쓴다고 구호만 외쳤을 뿐, 자연보호를 돈으로 치장하기에만 바빴다. 반면, 엘제아르 부피에는 인적이 끊긴 고독한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며 단 한그루의 나무도 건성으로 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심고 보살핀다.

그가 심은 나무는 10분의 1만 살아남는다. 50여년을 살아오면서 학창시절 식목일에 심었던 나무를 제외하곤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나무를 안 심었다는 것보다도 다른 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한없이 부끄럽고 숙연해지기만 한다.

1년에 1그루의 나무라도 심어볼까? 건강을 위해 집안에 식물을 가두어 두려는 마음이 조금은 부끄럽다. 혹시 나의 건강을 위해 이기적인 마음으로 밖에 있어야 할 나무를 가두어 두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이 책을 선물해 준 연변 할아버지 선교사님과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님에게 한없는 존경을 보내고 싶다.


나무를 심은 사람 - 개정2판

장 지오노 지음, 최수연 그림, 김경온 옮김, 두레(2018)


#나무를 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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