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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 은갈치라고 해서 사온 것이 있었다. 무 넣고 갈치조림을 했다. 제주에서 먹은 그 갈치맛을 생각하면서. 하지만 지난번 제주여행 갔을 때 먹었던 그 갈치조림의 맛이 아니었다. 똑같은 갈치라고 하는데 왜 맛이 이렇게 다른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11월 중순경에 가서 먹은 제주갈치 조림은 정말 맛있었다. 살도 도톰하고, 연하고, 부드럽고, 살살 녹는 것이 저절로 넘어가는 듯했다. 우린 갈치조림을 먹으면서 "제주갈치가 맛있다고 하더니 정말 맛있네.우리가 오늘저녁 메뉴는 잘 정한 것같다" 자화자찬을 하면서 슬슬 잘도 먹었다.

 

제주도 간 첫날이었다. 저녁은 각자 해결을 해야 했다. 호텔을 나와 음식점을 찾았다. 식당가에는 일본어로 된 간판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중에 갈치조림, 해물된장찌개 등의 메뉴가 걸린 식당으로 들어갔다. 갈치조림은 제주도의 명물이라고 하니 한 번쯤 먹어봐야겠다는 게 우리들 의견이었다. 그리 크지않은 식당이었다. 한참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손님들이 한 명도 없었다. 불경기 탓이었을까? 주인 부부인 듯한 남녀 두 사람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시킨 메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음식이 빨리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나고 냄새가 좋다. 밑반찬도 모두 정갈하고 입에 착착 붙는 듯했다. 그 주인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언니, 올케, 나 모두 시장한 터라 정신없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 언니가 "얘, 안주도 이렇게 좋은데 술 한 잔 해야지?" "음, 당연히 해야지 어떤 술로 할까?" 소주가 당첨되었다.

 

모두가 소주 한 병은 왠지 아쉬웠나 보다. 그곳에서 처음 보는 감귤동동주를 마셔보았다. 술을 평소보다 많이 마신 터라 모두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오랜만에 세 여자가가 모이니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반찬을 듬뿍듬뿍 넉넉히  갖다주기도 하면서 서비스가 아주 좋았다. 음식도 맛있는데 서비스도 좋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 또래로 보였다.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떠들어서 미안합니다" 했다. 그는 "아닙니다 손님도 없는데 오래 노시다 가세요. 숙소도 바로 길 건너시잖아요"한다. 난 "아주머니 갈치조림이 아주 맛있어요. 연하고" 하니 그는 "감사합니다. 우리 집은 일본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갈치도 오늘 아침에 들어온 거라  싱싱해서 더 맛있을 거예요" 한다.

 

정말 그런가보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 있었다. 그는 후식으로 무슨 차를 내온다. 처음 맛보는 그 차의 이름을 잊어버리긴 했지만 아주 개운했다. 돈을 지불하려고 하니 주인아저씨는 "내일 또 오시면 감귤동동주 서비스 해드릴게요" 한다. 난 너무 기분이 좋아서 명함도 하나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꼭 다시 가서 갈치구이를 먹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갑작스런 일이 생겨 그곳을 가지 못했다. 패키지로 간 여행이지만 저녁식사만큼은 여행자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기로 되어 있었다.

 

하여 그 다음날은 가이드가 소개해 준 다른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찾아간 그 전날 그 식당만큼 맛이 없었다. 우린 그 식당에서 저녁을 1/3도 먹지 못했다. 성의가 너무 없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난 그 식당을 나오면서 식당 매니저한테 "여기 가이드 소개로 왔는데 맛이 너무 없어서 우리 못 먹고 나가요" 말하고 나왔다. 그냥 나오려니깐 괜스레 약이 올랐던 것이다.

 

물론 그 매니저는 죄송하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기분은 영 별로였다. 우린 "어제 그 집을 안가서 벌 받았나봐"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었다. 하기사 그 주인 아저씨와  꼭 온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식당 앞을 제대로 지나가지도 못하고, 얼굴을 가리고 마트를 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앞으로 그런 갈치 맛은 이곳에서는 만나기 힘들 것같다. 그 갈치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사먹는 제주 은빛갈치를 최고로 생각했었는데. 다음날 그곳에서 갈치구이를 먹었더라면 아쉬움이 덜 남았을텐데. 지금도 그곳의 갈치맛이 입가에 뱅뱅 도는 듯하다.

 


#갈치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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