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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초등학교 해운분교의 1,2학년 학생들이다. 학생수가 적어서 복식수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애, 김효정, 김효순 학생의 깜찍한 모습.
현경초등학교 해운분교의 1,2학년 학생들이다. 학생수가 적어서 복식수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애, 김효정, 김효순 학생의 깜찍한 모습. ⓒ 이유하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현경초등학교 해운분교는 주소상으로는 무안군이지만 전남 함평에 더 가깝다. 12월 16일 해운분교의 '나홀로 입학생' 김효순(8) 학생을 만나기 위해 함평에 도착하자, 나비축제로 유명한 그곳에는 가로등에도 표지판에도 나비가 '나빌레'고 있었다.

지난 7월, <오마이뉴스>에서 현경초등학교 해운분교에 대한 취재 기사가 나간 후(아래 관련기사 참고) 급식실에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후원해 준 김치냉장고가 설치되었다. 김치냉장고가 들어온 후에 아이들의 점심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현경초등학교 해운분교 서준채 선생님을 만나 물어보았다.

 해운분교의 김치냉장고. 칸칸에 차곡차곡 넣어둔 김장김치가 든든하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일부러 앞쪽에 붙여 놨다"는 김치냉장고 설명서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아직 비닐도 벗기지 않고 '아껴둔' 상태!
해운분교의 김치냉장고. 칸칸에 차곡차곡 넣어둔 김장김치가 든든하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일부러 앞쪽에 붙여 놨다"는 김치냉장고 설명서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아직 비닐도 벗기지 않고 '아껴둔' 상태! ⓒ 이유하
- 요즘 급식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자체 급식 시설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시간마다 밥을 배달해서 먹고 있습니다. 한 끼에 3000원씩인데, 10km나 떨어진 곳에서 택시로 배달하다 보니, 택시비에, 식당 인건비까지 빼면 밥이 부실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식료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실정에, 밥을 배달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찬 투정은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도 이번에 김치 냉장고를 지원받은 후에는 학부모들이 가져온 김장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여먹곤 해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 여럿이 모여 숟가락 싸움하면서 김치찌개를 먹는 맛이 색다를 것 같은데요.
"찌개용 고기를 만 원어치만 사도 전교생 14명이 배부르게 먹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끓여먹고 있어요. 다행히 내년부터는 본교 급식을 배달 받아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본교 급식은 어떤가요?
"아주 맛있죠. 식당에서 밥을 시켜먹다 보니, 항상 학생들의 영양이 걱정되었는데, 그런 걱정은 덜었습니다. 본교도 분교와는 떨어져 있어서 매끼 급식 배달을 받는 게 어려웠는데, 얼마 전 무안 신문에서도 취재를 왔거든요. 그 뒤로 교육청에서도 오고 해서 내년부터는 급식 조달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자체 급식시설을 운영할 수는 없나요?
"그렇게 되면 가장 좋은데, 실질적으론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사람 한 명을 쓰려고 하면 인건비에, 재료비까지 드니까요. 시골 분교로서는 어려운 점이 많죠."

그동안 아이들 영양이 걱정이었다는 서준채 선생님은, 알찬 점심이 배달되는 것만으로도 기쁜 눈치였다. 교실에 들어서니 선생님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해운분교에서는 집에 가서도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오후 3시까지 방과 후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리에 바르게 앉아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조용한 틈을 타서 1,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인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깜찍한 효순이의 모습. 알아서도 척척 수학문제를 푸는 모습이 신통방통했다.
깜찍한 효순이의 모습. 알아서도 척척 수학문제를 푸는 모습이 신통방통했다. ⓒ 이유하

- 잘 지내셨어요?
"그때(더불어 함께 입학식) 참여한 이후 오랜만이네요. 효순이가 종종 그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기억 안 난다 하면서도 이건 기억이 나나 봐요. 왜 첫날에 탤런트 박상원씨가 온  적이 있었잖아요 ('더불어 함께 입학식' 첫날 서울시 홍보대사인 박상원씨와 아이들의 만남이 있었다). 그때 효순이랑 눈이 마주쳤나 봐요. 박상원씨가 효순이한테 '너 왜 그렇게 나를 째려보니?'라고 말했다는데, 그 말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자기 딴에는 그 말이 인상 깊었나 봐요."

- 혹시 저는 기억 못하는 거 아닐까요?
"아이들이라 금방 금방 잊어버리더라고요. 하지만 마음 속에 남아서 나중에 큰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놀랐던 게, 며칠 전 한자 자격증 시험을 치러 갔는데, 다른 큰 학교 학생들도 많이 오는 자리였습니다. 효순이가 전엔 안 그러더니 입학식에 갔다 온 이후로 자신감과 활발함이 생겼는지, 모르는 아이들한테 먼저 인사도 하더라고요. 훨씬 활발해지고 잘 웃고 해서 그게 참 좋았어요. 상세하게 기억은 안 날지 몰라도 그때 일이 마음에 남아있나 봐요."

- 아직 1학년인데 한자 자격증 시험을 쳤나요?
 한자 급수 시험 본 날의 일기. 담임선생님은 학급 문집을 만들기 위해서 일기를 다 모아두셨다.
한자 급수 시험 본 날의 일기. 담임선생님은 학급 문집을 만들기 위해서 일기를 다 모아두셨다. ⓒ 이유하

"효순이는 7급에 합격했고, 그 위에 2학년에 다니는 인애랑 효정이는 6급에 합격했어요. (한자 문제집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아침에 등교하면 수업 시작할 때까지 한자를 쓰고 있는데요. 어찌나 기특한지 몰라요. 보세요. 틀린 게 없죠?"

- 특별히 한자 공부를 시키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쓰는 말의 대부분이 한자에서 비롯된 것이잖아요. 한자를 공부하다 보니까, 아이들의 어휘 능력도 동시에 길러지는 거 같더라고요. 뇌세포가 깨어나서 독해력이 좋아지는 효과라고 할까요?"

- 아이들을 가르치시다 보면, 힘든 일은 없나요? 아무래도 학생 수가 적은 학교다 보니 어려운 점도, 좋은 점도 동시에 있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거에요. 내년만 해도 아직 새로 들어올 예정인 학생이 없으니까요. 지금 전교생이 14명인데 6학년 2명이 졸업하고 나면 12명이 남는 거죠. 또 분교다 보니까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전주에 데려갈 예정이에요. 많이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좋은 점도 많죠?
"저는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큰 학교 아이들에 비해 뒤쳐질까봐 우리 학교 아이들이 따로 공부하는 과목도 많아요. 1, 2학년은 한자, 3, 4학년은 골프, 5, 6학년은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1대 1 수업이 가능해서 부모님들도 많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아! 효순이가 장구 치는 거도 보셔야 하는데 아쉽네요. 보는 사람마다 저 조그마한 아이가 어쩜 장구를 저렇게 잘 치느냐며, 다들 놀란다니까요."

- 아이들 자랑이 대단한데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앞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 주는 거죠. 저의 의무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변질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인자 선생님의 눈빛이 뜨거웠다. 열정을 가진 선생님이 있다면, 작은 분교의 수업도 반짝반짝 빛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수학문제를 풀고, 가끔은 꺄르르 웃기도 하면서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애정 깊은 선생님과, 선생님 말이라면 거절하는 법이 없는 순수한 아이들은 시골 분교에서 그렇게 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지원이와 시광이. 책상 앞에는 하루 생활 계획표가 붙어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지원이와 시광이. 책상 앞에는 하루 생활 계획표가 붙어있다. ⓒ 이유하

오마이뉴스는 아름다운 재단과 협약하여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우체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영 한산도에 위치한 한산초등학교 하소분교의 1학년 김지원(8)학생도 '소원우체통'사업을 통해서 책상을 지원받았다. 더불어 집 안의 벽지와 장판도 새로 교체했다. 어머니 강순덕(31)씨는 "책상만 지원받을 줄 알았는데, 벽지와 장판까지 교체되어서 참 좋다"며 꼭 새 집에 이사온 것 같다고 말했다.

책상이 생긴 후, 숙제를 하는 게 정말 즐겁다는 지원이와, 누나에게 뒤질새라 재빨리 책상 한 귀퉁이를 차지한 동생 시광이(5)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곤 숙제와 글씨 연습을 시작했는데, 옆에서 보던 아버지 김호영(34)씨는 "온 김에, 생활계획표를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덕분에 즉석에서 지원이의 하루 계획표가 만들어져서 책상 앞에 붙기도 했다.

 깔끔하게 새 단장한 진수, 효선이네 부엌.
깔끔하게 새 단장한 진수, 효선이네 부엌. ⓒ 이유하

한편, 같은 학교에 다니는 6학년 김진수, 5학년 김효선 자매도 '소원우체통'을 통해서 낡아서 물이새는 부엌의 싱크대를 교체했다.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아이들에게 새 자전거가 지원되기도 했는데, "참 깔끔하고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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