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빈다-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지은이), 현태준(그림) / 푸른숲
백수블로거로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 가량 지내면서, 블로깅을 통한 밥벌이(기사작성)와 숙제뿐만 아니라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보는 것은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작은 도서실에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보는 것과 달리, 이번 달에는 위드블로그 등 리뷰신청을 통해 받은 책들과 출판사에서 보내준 괜찮은 책들을 읽고 포스팅 해야했다. 그러다보니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 읽었지만 아직 생각을 블로그에 정리하지 못한 책이 방바닥 한가운데 층층이 쌓여있다. 겨울방학 숙제와 같은 것들이다.
그 중 티스토리-알라딘 서평단과 관련해 받은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건투를 빈다>를 3주에 걸쳐 틈나는대로 읽었다. 블로깅을 하다가 잠시 쉴 때, 느직이 일어나 솜이불에 파묻혀 있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마다 뒤적거렸다. 볼일을 보다 욕조위에 책을 놓아두고 나와서는 책을 찾아 헤매길 몇 번인가 했다. 그러다 성탄절(크리스마스)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없는 오늘(25일) 오후 5시쯤인가에 ISBN 코드를 마지막으로 책을 독료했다.
그동안 '꽤 유명하다'는 그를 잘 알지 못했는데 김어준이란 작자가 어떤 인물인지? 책을 통해 '딴지총수'라는 타이틀을 괜히 얻은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휴학하고 세계배낭여행을 했다는 평범치 않은(요즘에는 2종보통 운전면허증처럼 흔해 빠지긴 했지만...) 그의 남다른 세계관이나 가치관, 인생관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읽은 일본인 부부의 세계방랑기를 다룬 책 <LOVE&FREE>의 작자, 괴짜 시인이자 록 가수이며 사업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다카하시 아유무와 어딘가 닮아있다. 여행과 삶,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풍기는 분위기하며 말투 같은게 말이다. 시를 써서 그런건지 다카하시가 좀 더 세련되고 섬세하다면, 김어준은 '딴지일보'의 딴지마왕답게 툭툭 내던지는 투박한 특유의 어투가 좀 다르긴 하지만 닮은 부분이 있는거 같다.
또한 동그라미와 실선으로 몸통과 팔다리를 모두 그려낸 '졸라 웃긴' 졸라맨을 연상시키는 '졸라졸라졸라' 입에 달고 있는 그의 책에서, 흔해빠져(인터넷에서 나도는 것들만 해도...) 요즘에는 안팔리는 과자선물세트와 같은 각종 고민상담을 해 온 인간군상들의 고민, 걱정거리를 통해서 '인생사 무상'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인생과 삶의 순간순간이 선택이고, 그 선택의 순간에 자기결정권과 자기객관화를 어떻게 이루고 발휘할 것인지 대한 비법 아닌 해법들도 30줄이 훌쩍 넘은 뒤에야 새삼 전수받을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말야? 왜 인간들이 꼭 김어준이란 작자에게 인생사 상담을 부탁한건지? 출판사에 무슨 '고민상담' 이벤트라도 한 건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간간히 볼 수 있었던 전화 카운셀러(도우미)도 아니고.ㅋ
해우소에서 읽을만한 추천도서!
암튼 98% '졸라' 재미있긴 하지만 책 읽는 시간이 무척 아쉬웠다. 재미가 2%의 뭔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더라. 머 작자의 탓이 아니라 '인생매뉴얼'에 따른 고민상담과 해답이 필요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외곬인 자신의 삶과 세계관, 가치관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고집 때문에 누군가의 조언이나 인생상담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거다.
인생상담에 귀기울일 시간이 있으면 작가가 말한대로 여행을 떠나든지 뭔가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용기, 각오로 행위를 하는게 타당하니까. 머 가치관과 삶에 대한 혼란을 겪던 20대 초중반에 만약 그와 이 책을 만났다면 좀 더 큰 감명을 받았겠지만.
그래서 말인데 책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뜻은 아지만, 책 <건투를 빈다>는 일제고사다 뭐다해서 시달리는 중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직장내 공중화장실에서 읽을만한 권장도서로 랭크해도 좋을 듯 싶다. 그만큼 고민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이들에게 해우소나 변비치료제와 같은 역할을 해줄테니 말이다.
다만 자기 자신의 삶과 연관된 사회문제나 더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고 그 해결책을 찾기에는, 앞서 말했지만 그 2%가 부족한 책이다. 가장 중요한 2%를 찾아내는 것은 바로 너, 당신(YOU)이라는 것은 명확히 깨달을 수는 있겠지만. '딴지총수' 책에 딴지 좀 걸어봤다.
덧. 책 내시더니만 '딴지총수'님 여기저기에선 눈에 많이 띄더만요...책 홍보하시는 것은 아니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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