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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는 개발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철거"는 개발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 문병희

 

세운상가가 헐린다. 그리고 종로통에 있는 피맛골도 헐린다고 한다.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뉴타운이란 새로운 동네를 위해 지금의 동네는 없어졌고, 없어지고 있다. 보다 깨끗하고 세련된 것을 위한 희생양이 된 이것들의 공통분모는 전부 '철거'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철거라는 단어를 보고 듣는가. 사실 철거는 더 나은,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것을 허무는 것이다. 그것을 허물어 새로운 건물을 짓든 아니면 그냥 공터로 두든, 철거는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위한 과정에서 첫 번째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다. 즉 철거는 한걸음 나아가기(개발을) 위한 분명한 이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유 없이 철거를 한다면 그것은 파괴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철거는 으레 받아들여져야 하며 이것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은 더 나은 생활을 거부하는 것이고, 때로는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특히 오늘날 같이 새것(뉴)을 좋아하는 풍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현동 재개발 현장 철거 예정인 주택과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
아현동 재개발 현장철거 예정인 주택과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 ⓒ 문병희

물론 새것도 좋다. 그러나 새것을 강요하여서는 안 되며, 그 강요를 하기에 앞서 새것에 대한 충분할 설명과 새것을 강제로 수용해야 하는 수용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화려한 미사어구에 포장된 '새것'이 자칫 불쾌하고 고통을 연상하게하는 '철거'를 동반한다는 사실도 감추어서는 안 된다. 새것은 아무데서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아끼고 의지해오던 터전 위에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 새것을 갈망한 그들 스스로 제 발등 찍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철거라는 단어를 얼마나 금방 잊는가. 새것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기대감에 취해서, 새것에 선행하는 철거를 너무 등한시 한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문병희


#철거#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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