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고착화되다
.. 사회계급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다 .. 《존 테일러 개토/이수영 옮김-교실의 고백》(민들레,2006) 20쪽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어느 한쪽으로만 굳어가는 일은 썩 달갑지 않습니다. 살면서 참말로 좋은 일만 가득해도 좋다고 하겠으나, 사람이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듯이, 모든 일은 찬찬히 되풀이되면서 슬픔도 웃음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함께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를 보면, 어느 한쪽은 너무도 좋은 쪽으로만 누리고, 어느 한쪽은 너무도 궂은 쪽으로만 시달리는구나 싶어요.
┌ 고착화(固着化) :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굳어져 변하지 않는 상태가 됨
│ - 분단의 고착화는 그들 국력의 양분화와 국민 감정의 대외 손실을 초래하고
│
├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다
│(1)→ 그대로 굳지 않게 막는다
│(1)→ 굳어 버리지 않게 막는다
│(2)→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막는다
│(2)→ 자꾸 벌어지지 않게끔 막는다
└ …
“분단의 고착화”는 “분단이 굳어지는” 일이나 “분단이 자리잡는” 일을 가리킵니다. 보기글에 나온 “사회계급의 고착화”란 어떤 모습을 가리킬까 생각해 봅니다. 먼저 (1)처럼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 사회계급이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리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처럼 볼 수 있어요. (2)은 (1)처럼 어떻게 굳어진다고 한다면, 둘 사이는 나날이 벌어질 테니까 “골이 깊어간다”라거나 “자꾸 벌어진다”라든지 “서로 더욱 멀어진다”라 할 수 있습니다.
┌ 분단의 고착화는 그들 국력의 양분화와 국민 감정의 대외 손실을 초래하고
│
│→ 분단이 굳어지면 나라힘이 갈라지고 사람들 마음도 힘들어지고
│→ 갈라진 채 살아가면 나라힘도 쪼개지고 사람들 마음도 고단해지고
│→ 서로 갈라진 채 살면 나라힘이며 사람들 마음이며 갈갈이 쪼개지고
└ …
함께할 수 있으면 함께할 때가 한결 낫습니다. 함께 모을 수 있는 힘을 함께 모으지 않을 때에는 서로 잘난 척하거나 서로 업신여기거나 서로 겨루는 가운데 애먼 곳에 힘을 쏟기 마련입니다. 우리들은 평화를 찾는다고 하면서 정작 평화보다는 전쟁에 훨씬 많은 힘을 쏟고 있어요. 전쟁을 막는다는 군대라기보다는 평화를 불러오지 못하는 군대가 아니랴 싶어요. 오히려 군대가 사람들 마음을 평화하고는 멀어지도록 하며, 젊은 넋을 기운빠지게 하는데다가, 우리가 정작 쏟아야 할 마음이 무엇인지를 잊도록 합니다.
남과 북이, 또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로 뿔뿔이 흩어진 한겨레가, 서로 얼싸안고 어깨동무하면서 슬기롭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쪽으로 마음을 쏟고 몸을 바칠 수 있다면, 우리 살림살이뿐 아니라 문화며 터전이며 자연이며 살갑고 깨끗하고 넉넉하게 되도록 북돋울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한데 모여 서로 사랑하고 서로 믿고 서로 아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 때, 내 몸과 마음뿐 아니라 이웃사람 마음과 몸을 골고루 돌보고 보듬는 매무새를 기를 수 있지 않겠느냐 싶어요. 이러는 동안 우리 얼과 넋은 시나브로 아름답고 거룩해지면서, 우리 말과 글에도 그윽하며 따뜻한 맛과 멋이 스밀 수 있을 테고요.
ㄴ. 단순화하다
.. 굳이 단순화해서 말하면, 아데나워의 국가는 반공주의이므로 친나치스 국가였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지 않듯이, 반공주의이므로 반나치스 국가였다고 단정 짓는 것도 옳지 않다 .. 《곤도 다카히로/박경희 옮김-역사교과서의 대화》(역사비평사,2006) 62쪽
‘국가(國家)’는 ‘나라’로 고쳐도 될 텐데요. “이해(理解)하는 것이”는 ‘생각하면’이나 ‘여기면’으로 손봅니다. “단정(斷定) 짓는 것도”는 “딱 잘라 말해도”로 손질합니다.
┌ 단순화(單純化) : 단순하게 됨. 또는 그렇게 되게 함
│ - 제조 공정의 단순화 / 구조가 단순화되어 생산된 어린이용 컴퓨터 /
│ 복잡한 결재 절차를 단순화하여 일의 효율을 높였다
│
├ 굳이 단순화해서 말하면
│(1)→ 굳이 간추려 말하면
│(1)→ 굳이 한 마디로 말하면
│(2)→ 좀더 쉽게 말하면
│(2)→ 그러니까 / 곧
└ …
보기글에서 ‘-化’만 덜고 “굳이 단순하게 말하면”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단순’하게 말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단순(單純)’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모습을 가리킬까요. 국어사전을 뒤적이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함”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그러면 ‘간단(簡單)’은 또 무엇일까요. 다시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단순하고 간략하”거나 “간편하고 단출하”거나 “단순하고 손쉬”운 일을 가리킨다고 나옵니다. 단순한 일이란 간단한 일이고, 간단한 일은 다시 단순한 일이군요. 그런데 ‘간략(簡略)’과 ‘간편(簡便)’이라는 낱말도 보이니 국어사전을 다시 뒤적입니다. ‘간략’은 “간단하고 짤막한” 일이라고 나옵니다. ‘간편’은 “간단하고 편리한”일이라 나오고요.
제가 보기로는 이런 국어사전 말풀이는 말장난이라고 느낍니다. 국어학자 되는 분들께서 마음을 알뜰히 쏟지 않고 대충 붙인 셈이 아니랴 싶습니다. 그나마, 이런 말장난 풀이를 곰곰이 살피면서, ‘단순-간단-간편-간략’ 따위 한자말은 거의 똑같은 뜻과 느낌으로 쓰는 말임을 헤아릴 수 있고, 이런 낱말을 살피는 가운데 ‘단출하다’와 ‘손쉽다’라는 토박이말을 찾아내게 됩니다.
한 마디로 간추리면, “단순화해서 말하는”일이란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일이고, “손쉽게 말하는” 일이며, “단출하게 말하는” 일입니다. 알아듣기 쉽도록 말하는 일이니 “한 마디로 말하는” 일입니다. 단출하게 말하는 일이니 “간추려 말하는” 일입니다.
┌ 제조 공정의 단순화 → 만드는 일을 쉽게 하기 / 쉽게 만들도록 하기
├ 구조가 단순화되어 생산된 → 짜임새가 단출하게 만들어진 / 단출하게 만든
└ 복잡한 결재 절차를 단순화하여 → 까다로운 결재를 줄여 / 많았던 결재를 줄여
쉽게 하면 그만인 말이라면 쉽게 할 때가 가장 낫습니다. 수월하게 건네고 수월하게 받을 때가 한결 낫다면, 우리들은 수월한 길을 갈 때가 더욱 낫습니다. 단출하게 하면 그만인데 어지럽게 비비꼴 까닭이 없습니다. 깔끔하게 마무리지을 일은 깔끔하게 끝내고, 손쉽게 나눌 사랑이나 믿음은 손쉽게 나누면서 우리 마음과 몸을 알뜰히 가꾸는 데에 나머지 힘을 쏟으면 훨씬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말을 키우고 글을 북돋우는 일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말을 살리고 글을 보듬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까운 데에서 찾고, 손쉽게 즐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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