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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협의회 임원 선거의 회사 개입 및 부정선거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중공업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강대우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 김승철씨를 지난 12월 24일 징계해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는 김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부정선거의혹에 대해 항의하고 개표 결과 공고를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해하겠다"며 선관위 위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점 등을 해고 사유로 들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다. 김 위원장은 "아직 법정에서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해)시비를 가리고 있는데 회사 측이 김씨를 해고한 것은 부정선거 논란을 잠재우고 지난해 11월 강대우 후보 측이 신청한 '당선결정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취하하라는 뜻"이라며 "현 노동자협의회가 김씨의 복직투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집자말]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 기호3번 강대우(48) 후보가 지난 11월 11일 오후 음독자살을 기도해 마산삼성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 기호3번 강대우(48) 후보가 지난 11월 11일 오후 음독자살을 기도해 마산삼성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윤성효

삼성중공업 노동자 김승철씨가 결국 해고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7일 치러진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12대 위원장 선거가 회사 개입에 의한 부정선거였음을 폭로한 강대우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당시 강 후보 측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사람이 투표를 하고, 서울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내려와 투표를 하는 등 선거인 명단에 문제가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1월 11일 강대우 후보가 음독자살을 시도하고, 김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해 항의하고 개표 결과 공고를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해하겠다"고까지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김씨는 이 일을 사유로 해고됐다. 회사는 두 차례에 걸쳐 인사위원회를 연 뒤 김씨가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형사고발된 상태이며, 이미 2006년에도 징계를 받은 바 있다며 총 6가지의 죄목을 붙여 해고해 버렸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삼성 재벌의 무노조 경영을 합리화했던 삼성 각 계열사의 노사협의회. 즉 노동자협의회의 실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선배들의 투쟁으로 얻어낸 지금의 노동자협의회

처음부터 삼성의 노동자협의회는 '유령노조'였다. 그나마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지난 삼성중공업 선배노동자들의 투쟁 덕이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의 투쟁이 시작된 1988년 4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삼성조선 노사협의회가 내놓은 인금인상액은 겨우 2만 5천원이었다. 그에 비해 삼성조선의 바로 옆에 있는 대우조선의 인금인상액은 6만 8천원이었다. 당시에도 노사협의회가 있었지만 대표들은 오히려 회사 눈치만 보고 있었다.

결국 거제조선소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오전 9시 노동자 50여 명이 작업거부를 외치며 현장을 돌자 시위대열은 금방 1500여 명을 넘어갔다. 오전 10시부터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한 서명을 받기 시작해 금세 7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그대로 파업농성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사측은 즉각 23일까지 휴업을 공고하고 7명의 노동자들로 유령노조를 만들어 거제군청에 서류를 접수해버렸다. 이에 분노한 노동자 700여 명은 다음날인 17일 계획대로 노조설립식을 치르고 200여 명의 전투경찰과 '구사대'의 저지를 뚫고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접수하기 위해 거제군청으로 갔다. 서류접수를 거부하던 거제군청은 노동자들의 항의로 20일까지 서류를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이에 분노한 한 노동자는 흉기로 자해해 병원에 입원했다. 그 다음날 다른 노동자는 거제군청 옥상에 올라가 "민주노조를 인정하라"고 외치며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민주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격렬했다.

그 격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 건설은 실패했다.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이런 투쟁을 토대로 소위 '노동3권'을 인정하는 노동자협의회를 만든 것이다.

노동자협의회는 여느 노조처럼 다수의 상근자를 두기도 하고, 파업도 한다. 그러나 파업시에는 행정관청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에게 파업신고를 하고 일체의 쟁의기금도 철저히 회사의 재정지원에 의존해 활동하는 등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노동자협의회가 웬만한 노조 활동보다 낫다"고 말하고, 삼성계열사 노동자들은 "(노동자협의회가 있는) 삼성조선은 삼성 노동자들의 해방구"라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이 착각임은 이번 삼성중공업 12대 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에서 잘 드러난다. 지금의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88년 선배 노동자들의 투쟁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자주적인 노동자 활동, 아니 자주적인 노동자협의회와도 거리가 멀다. 지금의 노동자협의회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잇는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사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회사는 지난 11월 강대우 후보 측이 제기한 '당선 결정효력 정지 등 가처분' 재판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인사위를 열어 김씨를 해고했고 정작 당사자인 현 노동자협의회는 회사의 부당징계해고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 집행부, 민주노조 건설 의지 있다면 부당징계해고 맞서 싸워야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 오마이뉴스 선대식
선거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노동자협의회가 스스로 시비를 가리던지 징계위원회를 열어 옥석을 가리는 것이 맞다.

현장 노동자들은 이번 해고해 지난 12대 위원장 선거에 대한 회사 개입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지지가 없는 현 조성만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고 진행 중인 '당선 결정효력정지 등 가처분'재판을 취하하라는 압박용"이라는 소문들마저 분분하다.

비록 김씨가 반대편 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이었다 할지라도 현 집행부는 이번 선거의 후유증을 최대한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김씨에 대한 회사의 해고 처분에 맞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현 집행부는 스스로 노동자 대표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아니다. 

재판을 통해 부정선거논란에 대한 진실 규명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선거 개표 당시 김씨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흉기를 들었던 행동이 지나쳤는지, 과연 징계해고 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당시 함께 개표 현장에 있었던 백 명의 노동자가 함께 판단할 일이다.

현 집행부가 이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따라서 현 집행부가 지난 1988년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민주항쟁의 뜻을 이어 못다 한 자주적인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노력하려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20009년 새해가 시작됐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건투를 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삼성중공업#무노조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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