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세계의 가구 증가의 거의 모두
.. 산업국가들이 전세계 가구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들의 인구에 비해 매우 높지만, 앞으로 세계의 가구 증가의 거의 모두는 개도국들에서 나타날 것이다 .. 레스터 브라운/이상훈 옮김-맬서스를 넘어서》(따님,2000) 65쪽
‘-에 비(比)해’는 ‘-에 견줘’로 고칩니다. ‘증가(增加)’는 ‘늘어나다’로 풀어내고, “나타날 것이다”는 “나타나리라”로 다듬습니다.
┌ 세계의 가구 증가의 거의 모두는 개도국들에서 나타날 것이다
│
│→ 세계에서 늘어난 가구 가운데 거의 모두는 개도국들에서 나타나리라
│→ 세계 가구 수 거의 모두는 개도국에서 늘어나리라
└ …
‘-의’를 잘못 쓰는 바람에 엉성한 말이 되고 말아요. “세계의 가구 증가의 거의 모두”만 고친다면 “세계에서 늘어난 가구 가운데 거의 모두”가 됩니다. 그렇지만 뒤에 나온 “개도국들에서 나타날 것이다”란 말까지 함께 생각한다면, “개도국에서 늘어나리라”처럼 다듬으면서 앞말도 알맞게 자리를 잡아 주어야 한결 낫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듬어 놓은 보기글도 얼마나 읽어 줄 만한지요. 얼마나 뜻이 와닿는지요. 몇 군데 낱말과 말투를 다듬어 놓기는 했지만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ㄴ. 일본의 대부분의 산은
.. 일본의 대부분의 산은 삼나무나 노송나무 등의 인공림이지만 그래도 숲으로 남아 있는 것은 괜찮은 쪽이고 ..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46쪽
"삼나무나 노송나무 등(等)의 인공림(人工林)"은 "삼나무나 노송나무 들을 심어 놓은 숲"이나 "사람이 가꾼 삼나무나 노송나무 숲"으로 다듬어 줍니다.
┌ 일본의 대부분의 산은
│
│→ 일본에 있는 산 대부분은
│→ 일본 산 거의 모두는
│→ 일본 산은 거의
│→ 일본에 있는 산은 거의
└ …
토씨 ‘-의’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우리 말이기에, ‘-의 -의’처럼 두 번 잇달아 나오는 일은 있기 어렵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고 하더라도 의심스럽게 돌아봐야 좋습니다. 말장난 삼아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말할 때가 아니라면 ‘-의 -의’로 나올 수 있는 말이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아요.
이 자리에서 "일본의 대부분의 산"이라 쓴 대목은, ‘거의 모두’라고 쓸 말을 ‘대부분의’처럼 쓰는 얄궂은 말버릇 때문입니다. ‘대부분(大部分)’이 무얼 뜻하는 말이겠어요. 우리 말 "거의 모두"를 담아낸 한자말입니다. 처음부터 “거의 모두”를 썼다면 이런 말투는 안 나타났지 싶어요.
그래도 "일본의 산 대부분"이라고 하면 나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때에도 "일본의 산"이라 쓰기보다 "일본 산"이라 할 때가 낫습니다. "서울 사람", "서울 자동차", "서울 택시", "서울 버스"처럼 "서울 산", "서울 꽃", "서울 나무"라고 적어야 알맞거든요. 길이가 좀 길어진다고 느낀다면 "거의 모두" 말고 '거의'만 넣어 봅니다.
ㄷ. 우리의 내면의 힘
.. 자치는 전적으로 우리의 내면의 힘에, 가장 힘든 역경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 《마하트마 간디/김태언 옮김-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녹색평론사,2006) 28쪽
‘전적(全的)으로’는 ‘모두’나 ‘오로지’로 고쳐씁니다. “힘든 역경(逆境)”에서 ‘역경’은 “어려운 형편”을 뜻합니다. 그러니 “힘든 힘든 일”처럼 되니 겹치기인 셈이네요. ‘역경’이라는 말을 덜어 “가장 힘든 일에”로 손질합니다. ‘능력(能力)’은 ‘힘’이나 ‘재주’로 고쳐 줍니다. ‘내면(內面)’은 ‘마음’이나 ‘마음속’으로 고칩니다.
┌ 우리의 내면의 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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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음에서 샘솟는 힘에
│→ 우리 마음힘에
└ …
보기글에서는 글끝에 "싸울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라고 나옵니다. 그러니 "우리의 내면의 힘"에서는 ‘힘’이라는 말을 덜어도 돼요. 앞뒤에 같은 말이 되풀이되니까요. 그래서, "자치는 오로지 우리 마음에, 가장 힘든 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다"처럼 통째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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