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빛과 낙엽 낙엽에 새겨진 그림자풀
빛과 낙엽낙엽에 새겨진 그림자풀 ⓒ 김민수

 

극성을 부리던 한파가 지나고 따스한 봄날 같은 햇볕이 비추니 마음도 덩달아 따스해지려고 한다. 며칠째 이어지는 추위를 겪고 나니 겨울이라고 매일 추우면 어떻게 살까 싶다. 오랜만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햇볕의 기운을 느끼며 지난가을 떨어진 낙엽들을 바라본다.

 

바람에 한껏 가벼워진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난다. 낙엽의 비상, 날개 없는 낙엽은 또 이렇게 날아가는 법을 익혔나 보다.

 

혹한의 추위 때에도 그들을 바라보았다.

 

바짝 마른 낙엽이 지혜롭다 느껴졌다. 물기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얼어 터질 일도 없을 터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더는 잃을 것도 없는 이들을 떠올렸다.

 

빛과 낙엽 햇볕이 따스한 그 어느 겨울날
빛과 낙엽햇볕이 따스한 그 어느 겨울날 ⓒ 김민수

 

실어증, 너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라고 한다. 물론 모두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게 나타나기도 한다. '미네르바 구속수사'라는 소식을 들은 후 실어증에 걸린 것 마냥 무엇이라 쓰긴 써야겠는데 쓸 수가 없었다. 수많은 생각만 뇌리에서 메아리칠 뿐이었다.

 

모든 상황이 똑같고 단 한 가지, 그가 만일 하버드 출신이었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 우리 사회가 가진 고질병들은 상당 부분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기를 쓰고 아이들의 사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낙엽, 그들은 다 놓아버리라고 말한다.

 

더는 나무의 일부이기를 고집하지 말고 흙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빛과 낙엽 때론 가을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빛
빛과 낙엽때론 가을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빛 ⓒ 김민수

 

햇살을 받아 지난가을에는 낼 수 없었던 빛깔을 내는 낙엽도 있었다.

 

똑같은 낙엽인데 빛이 있고 없음에 따라 이리도 달라지는 것,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단어, 희망 혹은 절망이나 사랑 혹은 미움같이 극명한 것들조차도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저런 사람이었어.’ 하는 감탄 혹은 탄식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한 자기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때론 안쓰러울 때가 있다. 저절로 드러날 때 더 빛나는 것인데 너무 급해서 자기의 장점마저도 사장시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혜롭게 살 일이다.

 

빛과 낙엽 누가 누구를 붙잡고 있는 것일까?
빛과 낙엽누가 누구를 붙잡고 있는 것일까? ⓒ 김민수

 

누가 누구를 붙잡은 것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 구속되는 때가 있다. 그 구속됨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자유를 누린다. '~를 위해서 자기의 불편을 감수하는 일'은 자기 삶에 대한 의무인지도 모른다. 한 가정의 가장, 그는 가족을 위해 스스로 구속되고, 그 까닭으로 행복해 한다. 나눔으로써 더 풍성하게 살아가는 비결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어우러져 있다.

 

추하지도 않고, 특별히 거기에 있어 더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을 뿐이다. 그곳에 있어도 없어도, 다른 곳에 서로 존재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그것이 자연이다.

 

빛과 낙엽 아직 떨구지 못한 이파리
빛과 낙엽아직 떨구지 못한 이파리 ⓒ 김민수

 

자연은 자기들대로 살아간다.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면서 자연은 자연스러움을 잊어버렸다. 자연스럽지 않으니 불편하다. 자연이 불편함을 느낄 때 그 불편함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의 편리를 추구한답시고 자연을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인간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떤 경우에는 인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결과가 뻔히 예측됨에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추구로 눈이 멀어 버리기도 한다.

 

'경제살리기'라는 말만 붙이면 모두 지고의 선이 되어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맘몬의 노예'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종종 겨울이 다 가도록 나뭇잎을 떨어내지 못한 나무들이 있다. 건강하지 못한 까닭이다. 아무리 붙잡고 있으려 해도 봄이 오면 새순에 밀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미련이다. 떨쳐 버려야 할 것들을 떨쳐내지 못하는 미련함이다. 자연은 봄에 이 모든 것을 떨어내 버리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이런 것들은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 속에 들어 있는 봄날 같은 하루, 며칠은 더 따스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낙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