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할아버지 생신이라 가족들이 일요일 아침부터 모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가족들은 이것저것 선물을 사들고 집으로 왔는데 그 중에는 제주산 한라봉도 있었습니다.
한라봉은 1972년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 감귤부에서 교배해 육성한 교잡종 감귤의 품종명으로, 국내에는 1990년 전후 도입되어 제주도에서 재배되면서 한라산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새롭게 명명되었다 합니다. 꼭지가 마치 한라산 분화구처럼 톡 튀어나와 그렇게 부르지 않나 싶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1994년 여름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가서 감귤과 감귤나무를 직접 본 적은 있지만 한라봉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한라봉은 제주감귤과 달리 크기나 무게가 월등히 크고 모양도 특이합니다. 껍질도 일반 감귤보다 훨씬 거칠고 두껍습니다. 껍질이 두껍지만 그래도 잘 벗겨지는 편이고, 당도도 높고 육질이 부드럽고 즙이 많이 나옵니다. 농약과 방부제 범벅인 오렌지보다 신선하고 건강한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농약.방부제.방사능 처리한 수입 농산물보다는 우리 농산물을!!
아참 다들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2006년 국내 수입식품 가운데 64%가 농.임수산물이라 합니다. 쌀을 뺀 식량자급률이 약 5%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수치는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땅과 농민. 농업을 포기한 정책을 펼쳐온 정부 덕택에 식략주권과 생명주권까지 위협받고 있는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입된 식품과 농산물들은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그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수확 후 농약.방부제 처리 심지어 방사능 처리까지 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수출용 작물이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지 않도록 수확 뒤 농약 처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쁜' 다국적농업자본과 수출업자들은 허가된 살균제.설충제.방부제 등 총 21가지를 수출용 농산물에 뿌려댑니다.
이 같은 사실을 국내 소비자들은 잘 모르거나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농약.방부제.살충제를 썼는지 말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값싼 바나나나 오렌지가 바다를 건너왔음에도 왜 변질되지 않았는지 잠깐만 생각해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지만 말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농약들이 신경계 질환, 위장질환, 어지럼증, 구토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림수산식품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국민들의 생명과 밥상,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늘 그래왔듯이 다국적농업-식품자본(Dole, 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 네슬레, 몬산토, 치키타, 크래푸드푸즈, 프록터앤드갬블 등)과 거대유통업체, 수출입업자들의 이익과 편의만 봐주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입니다. 국민들의 반대와 원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검역기준과 절차까지 완화.무력화해 가면서 수입을 했지만, 정부가 내세운 대책인 쇠고기원산지표시제는 무용지물이고 변질된 미쇠고기가 호주산과 국산으로 둔갑해 국민들의 밥상에 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암튼 밤늦게 도서관에서 책 <나쁜기업>에서 소개한 세계적인 나쁜기업의 실체에 놀라고 그 실상을 블로그에 정리하다, 무겁고 무서운 생각들로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집에서 챙겨온 한라봉의 기분좋게 샛노란 껍질을 벗겨내었습니다. 살짝 껍질을 드러내고 그 두툼한 속살을 조심스레 집어서는 입속에 넣으니 새콤달콤한 알맹이가 일제히 터지면서 싱싱하고 맑은 기운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상쾌한 기분 덕분에 도서관에 종이 울릴 때까지 불질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땅과 지역, 생명을 살리는 우리 농산물로 든든하게 기운 얻으시고, 답답하고 암울한 세상살이 힘차게 헤쳐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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