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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신체적 열등감

 

.. 송웅은 장 크리스토프를 생각하며 신체적 열등감을 이겨 내려 노력했습니다 ..  <배우의 말과 몸짓>(안치운-추송웅, 나무숲, 2004) 15쪽

 

‘노력(努力)했습니다’는 ‘애썼습니다’나 ‘힘썼습니다’로 고쳐 줍니다. ‘열등감(劣等感)’이란, 자기가 남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마음이니 ‘창피’나 ‘부끄러움’으로 다듬습니다.

 

 ┌ 신체적 열등감을 이겨 내려

 │

 │(1)→ 업신받는 몸뚱이를 이겨 내려

 │(1)→ 놀림받는 몸뚱이를 이겨 내려

 │(2)→ 남들이 자기 몸뚱이를 놀려도 이겨 내려

 │(2)→ 남들이 자기 몸뚱이를 깔보아도 이겨 내려

 └ …

 

글흐름을 고스란히 살린다면 (1)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적으니 어딘가 얄궂군요. 생각해 보면, “신체적 열등감을 이겨 낸다”는 말도 얄궂습니다. “신체적 열등감”이란 무엇일까요. 비슷하게 “정신적 열등감”도 쓸 만한데, 이렇게 쓰는 말은 무엇을 가리키나요.

 

 ┌ 못난 몸 / 못난 마음

 ├ 모자란 몸 / 모자란 마음

 ├ 형편없는 몸 / 형편없는 마음

 ├ 부끄러운 몸 / 부끄러운 마음

 └ …

 

보기글을 살피면, 추송웅이라고 하는 분은 눈이 사팔뜨기라 동무들이 무던히 놀렸다고 합니다. 사팔뜨기이든 사팔뜨기가 아니든, 사람으로서 그다지 놀리거나 놀림받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기에, 생김새가 어떠하든 겉모습이 아닌 속모습을 보지 않기에, 얼굴이나 생김새가 조금 ‘못났다’고 해도 깔보거나 얕잡는 우리 세상흐름이기에, 이런 이들은 마음에 생채기를 입습니다.

 

그래서 이 보기글은 (1)보다는 (2)처럼 쓸 때가 한결 어울리겠구나 싶습니다. 제 몸뚱이를 ‘창피’하거나 ‘부끄럽다(열등감)’고 보지 말고, 그냥 ‘자기 몸뚱이’라고만 적은 뒤, “남들이 놀려대도”나 “남들이 업신여겨도”나 “남들이 깔보아도”라는 말을 사이에 넣어 줍니다. 또는 “남들이 손가락질해도”나 “남들이 갖고 놀아도”를 넣어 봅니다. “남들이 내 몸뚱이를 우습게 여겨도”나 “남들이 내 몸뚱이를 짓궂게 놀려도”를 넣어도 괜찮습니다.

 

ㄴ. 신체적으로 자란

 

.. 아이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며칠씩 숲속 길을 걷고, 캠핑도 할 수 있을 만큼 신체적으로 자란 뒤부터입니다 ..  <숲과 연어가 내 아이를 키웠다>(탁광일, 뿌리깊은나무, 2007) 6쪽

 

“캠핑(camping)도 할”은 “천막 치고 잘”이나 “한데에서 잘”이나 “길에서 지낼”로 다듬어 줍니다. ‘이후(以後)’라 하지 않고 ‘자란 뒤’처럼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신체적으로 자란

 │

 │→ 몸이 자란

 │→ 몸이 튼튼해진

 └ …

 

마음이 튼튼하지 못하면 몸이 튼튼하지 못하기 마련이고, 몸이 튼튼하지 못하면 마음이 튼튼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한쪽만 키울 수 없고, 어느 한쪽만 모자라거나 기울 수 없습니다. 한쪽에 빈틈이 생기면 다른 한쪽에도 구멍이 나고, 한쪽이 야무지게 바로서면 다른 한쪽도 야무지게 바로설 터전이 닦입니다.

 

 ┌ 신체적으로 성숙하다 / 정신적으로 성숙하다 (x)

 └ 몸이 자라다 / 마음이 무르익다 (o)

 

몸과 마음 또는 마음과 몸처럼, 우리들 누구한테나 말과 글 또는 글과 말이 알맞게 어우러져야 합니다. 생각과 매무새가 동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움직이는 대로 생각하는 우리가 될 때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듯이, 말을 하듯 글을 쓰고 글을 쓰듯 말을 하는 동안 우리 얼과 넋은 아름답게 새로워집니다.

 

말을 하듯 글을 쓰고, 글을 쓰듯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을 하면서 이 낱말이 한자로 어떻게 적고 알파벳으로 어떻게 적는다고 꼬치꼬치 밝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자꾸만 묶음표를 치고 이러니저러니 덧다는 한편, 글로 읽어서 쉬 알아들을 수 없는 낱말을 끝없이 집어넣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읽을 사람이 적을 뿐 아니라 애써 읽어낼 만한 머리가 있는 사람도 지치거나 지루해지는데도요.

 

말을 하면서 글을 생각한다 함은, 말이 늘어지지 않도록 다스리고 곰곰이 곱씹으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펼친다는 소리입니다. 글은 한 번 써 놓고 나서 여러 차례 되읽으면서 앞뒤를 추스르거나 손질하면서 읽기 좋도록 여밀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은 한 번 죽 뱉고 나면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 말을 하더라도 입으로 내뱉기 앞서 차근차근 생각을 되뇌면서 앞뒤가 잘 어우러지도록,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군더더기가 붙지 않도록 다독이는 일입니다.

 

 ┌ 밖에서 잘 수 있을 만큼 몸이 만들어진 뒤부터입니다

 ├ 길에서 지낼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든 뒤부터입니다

 ├ 한데에서 묵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해진 뒤부터입니다

 └ …

 

말을 튼튼하게 다독이면서 글을 튼튼히 여밉니다. 글을 튼튼히 다스리면서 말 또한 튼튼하게 돌봅니다. 생각을 튼튼하게 가꾸면서 내 매무새 또한 튼튼해지도록 이끌고, 내 매무새가 튼튼하게 이어지도록 돌아보면서 내 생각이 함께 튼튼하게 자리잡도록 온힘을 쏟습니다. 우리 삶을 즐겁게 누리고 싶기에. 우리 삶을 더없이 사랑하기에. 우리 삶을 아름다운 빛깔로 꾸미고 싶기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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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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