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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미의(微意)

 

.. 공상이라고 하기보다는 그것은 어쩌면 미의(微意)라고 해야 할 의지였는지도 모른다 ..  <슬픈 미나마타>(이시무레 미치코/김경인 옮김, 달팽이, 2007) 62쪽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을 ‘공상(空想)’이라는 한자말에 담기도 하는 우리들입니다만, ‘이루기 힘든 꿈’이나 ‘꿈’이나 ‘한갓된 꿈’으로 손질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의지(意志)’는 ‘마음’이나 ‘뜻’으로 다듬고, ‘그것은’은 ‘이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 미의(微意) : 변변치 못한 작은 성의라는 뜻으로, 남에게 의례적인 물품을

 │    보낼 때에 쓰는 말

 │

 ├ 미의(微意)라고 해야 할 의지

 │→ 작은 선물과 같은 마음

 │→ 자그마한 씨앗과 같은 뜻

 └ …

 

묶음표를 치고 집어넣은 한자말 ‘微意’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봅니다. 이러한 한자말을 쓰는 분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작은 성의”나 “작은 선물”이라는 말은 곧잘 들었습니다. 어쩌면, “작은 성의”나 “작은 선물”이라고 하면 되는 말을, 지난날 지식인들이 한문으로만 글을 쓰던 때에 주고받던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 한갓진 꿈이라고 하기보다는 어쩌면 작은 선물을 베푸는 마음이었는지도

 ├ 허튼 꿈이라고 하기보다는 어쩌면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는 뜻이었는지도

 └ …

 

그나저나, 한자말 ‘미의’는 우리가 쓸 만한 말인지 아닌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한자말까지 써야만 우리 느낌과 뜻과 마음과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본사람이 쓴 책을 우리 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미의’ 같은 낱말을 묶음표를 치고 ‘微意’를 밝혀 주는 일이 옳은지, 이 대목을 우리들 누구나 선선히 받아들이고 헤아리도록 알뜰히 풀어내는 일이 옳은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미의’라는 낱말을 쓰지 않고서는 아무 말을 할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ㄴ. 지각(知覺)

 

.. 우리가 끝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 수송수단에 대한 커다란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핵심에는 근원적인 지각(知覺)의 문제가 숨어 있다 ..  <녹색평론> 6호(1992.9∼10.) 80쪽

 

“이 수송수단(輸送手段)에 대(對)한 커다란 애착(愛着)을 버리지 못하고”는 “이 탈거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나 “이 탈거리에 깊이 매여서 벗어나지 못하고”로 다듬어 봅니다. “사태(事態)의 핵심(核心)에는”은 “이 일 한복판에는”으로 손질하고, ‘근원적(根源的)인’은 ‘뿌리깊은’이나 ‘오래된’이나 ‘깊이 파고들어야 할’로 손질해 줍니다.

 

 ┌ 지각(知覺)

 │  (1) 알아서 깨달음

 │   - 우리의 지각은 일단 받아들인 명령을 다리에까지 전달하는 일에

 │  (2) 사물의 이치나 도리를 분별하는 능력

 │   - 지각을 차리다 / 지각이 나다 / 지각이 들다 / 지각이 부족하다

 │

 ├ 지각(知覺)의 문제

 │→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문제

 │→ 알아야 할 대목

 │→ 깨달아야 할 일

 │→ 보고 느껴야 할 말썽거리

 └ …

 

보기글은 환경잡지에 실린 글월로, 사람들이 자동차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꾸짖는 대목입니다. 어찌하여 자동차가 우리 삶에서 문제가 되는지, 자동차가 우리 삶을 좀더 아늑하게 해 주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하나도 우리 삶을 아늑하게 하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꼬치꼬치 따집니다.

 

참으로 깊이 헤아릴 이야기라고 느끼는 한편, 이러한 이야기를 좀더 손쉽고 매끄럽게 풀어내었다면 한결 낫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자동차 물질문명을 꾸짖는다고 하면 그냥 ‘자동차’라 하면 되지, 굳이 ‘수송수단’이라고 해야 했을까 싶어 아쉽고,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탈거리’를 꾸짖고 싶었으면 ‘탈거리’라고 하면 됩니다.

 

우리 삶터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마땅히 우리 말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 삶터가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자연스레 우리 글도 깨끗하게 쓸 수 있기를 바라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 사태의 핵심에는 근원적인 지각(知覺)의 문제가 숨어 있다

 │

 │→ 이런 일이 벌어지는 까닭에는 곰곰이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 우리는 이런 일이 생겨나는 까닭을 깊이있게 헤아려야 한다

 │→ 이렇게 되는 까닭을 속속들이 파헤쳐야 한다

 └ …

 

보기글을 한 번 읽고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어렴풋하게 짚어 봅니다. 이 자리에는 글월 두 대목만 옮겼지만, 책을 읽는 동안 앞뒤 글월까지 묶어 수없이 되읽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글쓴이(또는 옮긴이) 스스로 우리한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또렷하게 깨닫지 못하기에 이런 글이 툭툭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 마디로 환하게 이야기를 하도록 스스로 담금질을 하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글 한 줄로 알뜰살뜰 당신 뜻을 풀어놓도록 애쓰지 못했다고 봅니다. 당신 글을 읽는 사람이 번거롭고 힘들게 했다는 느낌이 들고, 생각은 훌륭할는지 모르나 ‘훌륭한 생각을 훌륭히 나누는’ 데에는 아직 젬병이라고, 모자라다고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 지각을 차리다 → 깨닫다 / 알게 되다

 ├ 지각이 나다 → 깨닫다 / 알아차리다

 ├ 지각이 들다 → 깨닫다 / 깨우치다

 └ 지각이 부족하다 → 생각이 모자라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 세상을 알아야 합니다.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잘못 알거나 한쪽만 알거나 비뚤어지게 알거나 엉터리로 알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 세상과 사람과 삶터를 깨달아야 하지만, 이때에도 옳게 깨달아야 합니다. 반듯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밝게 깨닫고 구석구석 깨달으며 골고루 깨달아야 합니다.

 

이러는 가운데 우리들이 늘 주고받는 말과 글 또한 올바르게 깨우치고 속속들이 깨우치며 넉넉하게 깨우쳐야 합니다. 내 생각이 나한테뿐 아니라 남들한테도 제대로 건네지도록 하려면 어떻게 말하고 글써야 하는가를 깨우쳐야 합니다. 내 뜻이 나한테뿐 아니라 이웃한테도 알뜰살뜰 펼쳐지도록 하자면 내 말과 내 글을 어떻게 추스르거나 갈고닦아야 하는가를 똑바로 깨우쳐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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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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