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무용지물이 된.. 입사한 지 한 달 되던 날,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돈을 주면 다 써 버리기 때문에 명절 때 집에 내려가거나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때 그동안의 봉급을 깨끗이 다 주겠노라 했는데 그 말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자기들은 자가용에 날이면 날마다 다방에 앉아서 쌍화차에 커피에 다방 아가씨들 궁둥이나 두들기며 배가 나올 정도로 잘 먹으면서 자기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그동안 일한 댓가를 달라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 주겠다니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가! .. 《거칠지만 맞잡으면 뜨거운 손》(광주,1988) 57쪽‘입사(入社)한’은 ‘회사에 들어온’으로 다듬고, “그동안의 봉급(俸給)”은 “그동안 밀린 일삯”으로 다듬으며, “자기가 운영(運營)하는 공장”은 “자기가 꾸리는 공장”으로 다듬습니다. “배가 나올 정도(程度)로”는 “배가 나올 만큼”이나 “배가 나오도록”으로 손보고, “자기가 운영(運營)하는”은 “자기가 꾸리는”으로 손봅니다.
┌ 무용지물(無用之物) : 쓸모없는 물건이나 사람 │ - 우리 사회의 무용지물이야 / 자칫 무용지물이 될 판인지라 │ ├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 부질없을 뿐이었다 │→ 빈 껍데기였을 뿐이다 │→ 빈소리가 되어 버렸다 │→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 …들어줄 마음이 없이 입으로만 읊는 이야기는 맨 헛것입니다. 허탕이에요. 헛됩니다. 부질없어요. 쓸모없는 말이며, 쓸데없는 소리이고, 쓰잘데없는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이야기로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겠습니까.
가진 이는 나눌 마음이 없이 더욱 혼자만 움켜쥐려고 합니다. 빼앗기는 이는 무엇을 어떻게 빼앗겼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빈말만 빈소리만, 또 빈 움직임만 판을 칩니다.
┌ 우리 사회의 무용지물이야 → 우리 사회에서는 쓸모없어 └ 무용지물이 될 판 → 쓸모없게 될 판그래도, 빈손이고 빈털털이고 빈마음이라 해도, 다문 한 가지라도 든 손이 되고 든 마음이 되고 든 몸이 되도록 애쓰면 될까요. 힘껏 마음을 쏟고 힘내어 몸을 움직이면서 어깨동무를 하다 보면, 빈 그릇이 조금씩 채워질까요.
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는.. 물론 법은 습관적으로 위배되지만 실행 가능한 규칙도 있다. 그런데 런던 시의회의 법률 제정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는 이런 규칙들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 《조지 오웰/박경서 옮김-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2003) 144쪽“물론(勿論) 법은 습관적(習慣的)으로 위배(違背)되지만”은 “뭐, 법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고 있지만”이나 “가만히 보면, 법은 흔히 어겨지고 있지만”으로 다듬어 봅니다. “실행(實行) 가능(可能)한”은 “할 수 있는”이나 “잘 지킬 수 있는”으로 손질합니다. “런던 시의회의 법률 제정(制定)이”는 “런던 시의회가 만드는 법률이”로 손보고, “이런 규칙들을 통(通)해 여실(如實)히 알 수”는 “이런 규칙들을 보면 잘 알 수”로 손봅니다.
┌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는 │ │→ 얼마나 쓸모없는지는 │→ 얼마나 쓸데없는지는 │→ 얼마나 헛것(헛소리/개소리)인지는 └ …힘이 있어서 법을 어기고, 돈이 있어서 법을 안 지키고, 이름이 있어서 법 위에서 춤을 춘다면,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 없는 사람들은 까마득합니다. 넋이 나갑니다. 우리도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 있어서 법에 매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법이 법답지 못하게 나뒹굴어도 제 한몸만 살피게 됩니다.
법을 훌륭하게 세웠어도,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훌륭하지 못합니다. 법은 허울은 그럴싸하지만 알맹이는 텅 비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법을 세우는 사람하고 법에 따라서 벌을 따지는 사람들은 법그물을 요리조리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마련해 놓고, 법그물 바깥에서 우쭐거리고 있습니다. 법을 세우는 사람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고, 법을 다스리는 사람 스스로 법을 따르지 않으며, 법을 이야기하는 사람 스스로 법을 왜 만들었는가를 깨닫지 못합니다.
엉터리로 흘러가는 세상입니다. 이러다 보니 엉터리 말과 글이 넘쳐납니다. 바보가 되어 버리는 세상입니다. 이러다 보니 바보스런 말과 글이 가득합니다. 형편없이 무너지는 세상입니다. 이러다 보니 형편없는 모습으로 무너지고 있는 말과 글입니다.
ㄷ. 무용지물로 판명 난.. 그러기 위해서는 한쪽에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무용지물로 판명 난 아이디어들은 다른 쪽에서 계속 폐기되도록 허락받은 시스템이어야 한다 .. 《리처드 파인만/정무광,정재승 옮김-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승산,2008) 72쪽“그러기 위(爲)해서는”은 “그러자면”으로 다듬고, ‘아이디어(idea)’는 ‘생각’으로 다듬어 줍니다. ‘시도(試圖)되고’는 ‘쏟아져나오고’로 손질합니다. “계속(繼續) 폐기(廢棄)되도록 허락(許諾)받은 시스템(system)이어야”는 “꾸준히 버려도 되는 얼개여야”로 고쳐 봅니다.
┌ 무용지물로 판명 난 │ │→ 쓸데가 없다고 하는 │→ 쓸모없음이 드러난 │→ 쓸 수 없는 │→ 쓰기 어려워 보이는 │→ 버려도 되는 │→ 버릴 만한 └ …우리가 조금만 우리 말을 생각해 보면서 쓸 수 있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낱말은 한문임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무용 + 之 + 물”입니다. “쓸모없음 + -의 + 물건”으로 짜여진 한문입니다.
┌ 無用之物 : 無用 + 之 + 物 = 무용의 물건 └ 쓸모없는 물건 / 쓸데없는 것 / 쓸 수 없는 것 / 쓰레기어떤 이는 ‘토박이말로 이야기하면 말이 길어진다’고 하면서, 토박이말로 이야기하는 일은 알맞지 않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길이가 짧다고 해서 쓸 만한 말이지 않고, 길이가 길다고 해서 쓸 만하지 못한 말이지 않습니다. 같은 무엇인가을 가리킬 때 영어 낱말이 짧다고 영어 낱말이 훌륭하겠습니까. 게다가, 길이로만 쳐도 ‘무용지물’은 넉 자이고, ‘쓰레기’는 석 자입니다. ‘쓸모없다’와 ‘쓸데없다’는 똑같이 넉 자입니다.
말길이를 놓고 따지는 이야기는 핑계라고 느낍니다. 오래도록 써 와서 익숙하다는 말도 핑계라고 느낍니다. 한문을 익혀야 한중일 문화를 지킨다는 이야기 또한 억지스러운 핑계라고 느낍니다. 쓰는 글자만 같다고 같은 문화이지 않아요. 글에 담는 넋, 말에 담는 얼이 높은 자리에서 만나면서 한껏 어우러져야 같은 문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는지요. 자유도 평화도 평등도 통일도 없이, 글자만 똑같이 맞춘다고 하여 ‘한 문화권’이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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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