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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아주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아주 ⓒ 한겨레출판

작가 공지영은 그의 신작 수필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한겨레출판)를 통하여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듯, 아주 사소한, 아주 가벼운 깃털 같은 일상이 모여 삶을 이루고,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작가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 그토록 집착했던 거대한 것들이 실은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체험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차이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양이 약간 이상한 꽃 이파리들을 달고 있다는 거다. 반대로 죽어 있는 것들, 그러니까 모조품들은 완벽하게 싱싱하고, 완벽하게 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필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는 작가가 위기의 나날들을 견디며 튼튼한 마음의 근육을 키워낸 비밀이 담겨 있다. 그는, 너무나 순박한 마음씨를 가진 지리산 친구들에게, 인생에 상처가 없다면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말썽꾸러기 막내아들 제제에게, 어린 시절 코 묻은 돈을 뺏어간 청년에게, 하물며 상처 없이 매끈한 가짜 꽃들을 통해 매일매일 인생의 의미를 배운다.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가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을 때, 아이들을 어떻게든 이해해야 할 때,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용서해야 할 때 나는 이 교훈을 떠올려본다. 그 사람도, 아이들도, 그리고 나도 살아 있기에 보기에도 싫고 쓸모없고 심지어 버리면 더 좋은 군더더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완벽한 모양을 가지고 완벽한 초록으로 무장한 비닐 화분을 생각해보면 이런 지푸라기 같은 결점들을 그 사람이나 아이들이나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너무 아름다운 청사진은 그러므로 내게는 언제나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일상 속 소소한 유머들이 엄숙해 보이는 거대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라는 무지무지 평범한 사실까지. 남들은 다 지나치고 마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소소한 사건들이 바로 작가의 삶을,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양식이 아닐까 한다.

 

깃털처럼 가볍고, 한갓진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생의 비의를 만나는 기쁨이 당신의 맥 빠진 마음을, 인생을, 행복을 충전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공지영의 신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지금까지 그가 쓰던 에세이와는 다르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가벼움을 표방하지만, 사실 그런 가벼움 속에서 작가는 진정한 인생의 비밀과 진실을 알게 된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을 이루듯이,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듯이, 아주 사소한, 가벼운 깃털 같은 일상이 모여 삶을 이루고, 우리를 살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진정 나라를 사랑하기에 내린 결단과 국민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해도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아는 것이다. 아이들도 알고 아기도 알고 고양이도 알고 강아지도 아는 것을 국민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정권에 나와 아이들의 미래를 맡긴 나 자신이 싫고 걱정스럽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을 쓰는 동안 아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는 작가처럼, 깃털처럼 가볍고, 한갓진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생의 비의를 만나는 기쁨이 당신의 맥 빠진 마음을, 인생을, 행복을 충전하는 에너지가 된다. “거기 소중한 분! 이 시간이 가기 전에 무언가 신나고 좋은 일을 해봅시다! 나에게, 또 남에게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어린 시절 제일 힘들었던 것은, 분명 사랑이 아닌 것을 가지고 내게 들이대던 사랑이라는 말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도 그랬다. 아무리 나에게 불리해도, 그래서 지금은 싫어, 내 맘대로 할 거야, 하고 반항할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저 사람이 나를 정말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는 걸 안다. 그때가 아니면 나중에라도 안다. 어린아이라도 지금 내게 내려쳐지는 매가 사랑인지 아닌지는 안다. 신기하게 아기들도 누가 자기를 정말 예뻐하는지 안다. 우리 집 고양이들과 길거리의 강아지들도 누가 자신에게 진정 선의를 가지고 있는지 안다.”

 

마흔여덟이라는 나이에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려고 ‘동안 타령’과 함께 나이를 속이는 소띠 친구들, 찬바람 불면 ‘연애하고 싶다’고 말하는 ‘소중한 존재’의 친구들, 노고단 봉우리를 향해 동요를 시키는 지리산 ‘낙장불입’ 시인, 강도에게 현금서비스까지 받아준 ‘버들치’ 시인, 너구리와 오소리는 겨울을 나기 어렵다고 걱정하며 착한 일 하러 가자고 전화하는 시인, 인생에 상처가 없으면 뭔 재미로 사느냐며, 다시 사랑을 하라고 조언하는 화가, 강원도만 가면 돈만 알고, 남의 것을 가로채는 허영쟁이가 되고 마는 작가, 비만 오면 생각나는 친구 ‘번개탄’의 술버릇, 외딴집에서 파리와 풀벌레 소리에 밤새 불안해했던 신부님 등 작가에게 힘을 준 친구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친구들에겐 자신이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상처를 받고, 생명이 가득 찰수록 상처는 깊고 선명하다. 새싹과 낙엽에 손톱자국을 내본다면 누가 더 상처를 받을까. 생명이라는 것은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위해 몸을 바꾸어야 하는 본질을 가졌기에 자신을 굳혀버리지 않고 불완전하게 놓아둔다. 이 틈으로 상처는 파고든다. 상처를 버리기 위해 집착도 버리고 나면 상처가 줄어드는 만큼 그 자리에 들어서는 자유를 맛보기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신의 특별한 축복이 아닐까도 싶다.”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을 갖고 있다고 알려준 패랭이꽃, 나를 너무 좋아해 한밤중에 나타나는 시대별 귀신들, 이담에 돈 벌면 많이 사 먹자고 약속했던 오뎅, 어렸을 때부터 공 씨라는 성씨 때문에 겪게 된 이름 사건, 홑겹의 이불만 덮은 채 사인하게 된 15년 전의 병원 일, 20년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친구 때문에 겪는 괴로움, 자리뜨기가 두려운 참을 수 없는 뒷담화의 유혹, 인생의 핵심이 고통이라고 알려준 책, 들보 사이로 보이는 남의 티끌들, 인생에서 아직 모르겠는 ‘수치심’에 대한 기억 등 작가 개인이 겪은 일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그녀 역시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개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대학에서 본 낙서가 떠오른다. ‘엄마, 내가 학교에서 급식 먹다가 광우병에 걸리면 영리 병원에서 돈 들이다가 재산 다 날리지 마시고 그냥 화장해 대운하에 뿌려주세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적다는 것이 정부의 공언이고 보면 벼락 맞을 확률은 정말 적을 것이다. 그런데 벼락이 그렇게 적은 확률이라면 그 많은 돈 들여서 전국 방방곡곡에 피뢰침은 왜 세우는지.”

 

하필이면 꼭 강연만 하면 사고치는 아이들, 병원만 가면 아픔을 참지 못해 난리를 치는 막내아들 제제, 2주일치 용돈을 포기하며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목걸이를 사준 아들, 무언가 잘하는 것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철없는 엄마, 촛불 집회 덕택에 오래전 부모님의 아픔을 깨닫게 된 일, 너 때문이 아니라 ‘제 탓입니다’라고 말하는 만나고 싶은 어른,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위로해주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는 딸, 명절을 기다리게 된 싱글맘의 소원은 게으르고 멋진 시어머니 되기 등 사고뭉치 아이들과 함께 철없지만 멋진 시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작가 가족의 좌충우돌 사건 사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가 공지영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였으며, 1990년대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여성 작가의 한 사람으로, 좋은 세상을 꿈꿨던 1980년대 젊은이들의 문제의식과 가부장제의 잔재를 털어버리지 못한 우리 사회의 여성 현실을 끌어안고 그 특유의 진지함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장편 <즐거운 나의 집>,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별들의 들판>,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인간에 대한 예의> 등을 집필했다.

 

수필집은 <괜찮다, 다 괜찮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상처 없는 영혼>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한겨레출판(2009)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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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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