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지급능력 얘기가 나오면, 스몰 오픈 이코노미(small-open economy, 소규모개방경제)의 비애를 자꾸 느끼게 된다."
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그의 말속엔 답답함과 아쉬움이 그대로 뭍어났다. 윤 장관은 이어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도 있고, 9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도 있다"면서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단기외채 1500억달러가 다 빠져나가도 문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낮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만난 윤 장관은 최근 다시 불거지는 '제2의 외환위기설'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외지급능력 기준이 3개월치 경상지급액이라는 점을 들면서, "이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1380억달러"라고 말했다.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와 한미일간의 통화스와프 등으로 IMF 기준의 대외지급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장관은 이어 "지난 외환위기때는 외환보유고가 100억달러도 안됐다"면서 "지금은 제2, 제3 방어막이 있어 대외지급능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스몰오픈이코노미 국가의 비애 느낀다"
취임 한 달 여만에 외신기자들과 만난 윤 장관은 최근 환율폭등과 외환시장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솔직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과감없이 드러냈다.
원-달러의 적정한 환율과 외환보유고의 적정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환율은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탈과 수요 공급에 따라 균형을 잡아간다"면서 "어느 수준이 적정환율인지는 누구도 말하기 어렵고, 나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당국으로서 시장의 이런 변동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질문을 피해갔다.
외채의 지불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높으니까, 이같은 의문이 계속 제기된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이어 외환보유고 2000억달러와 한미일 통화스와프, 정부의 은행지급 보증 등을 들면서, "우리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대외 지불능력 방어막이 확실하다"고 답했다. 또 "여러 가정 하에 테스트를 해보니, 아주 최악의 경우를 가상하더라도, 충분한 지급능력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국가부도) 위기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유럽과 거래를 많이 하는 서유럽 금융기관의 자금 중개기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세계적인 파장이 일것이고, 우리도 그 영향에 자유롭다고 할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우리와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추경예산안, 이번달 말에 국회에 제출할 것"
향후 미국, 일본 등과의 통화스와프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윤 장관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금액중 일부를 이미 쓰고 있지만, 상당부분 남아있다"면서 "규모를 더 늘리거나 기한 연장을 희망하지만, 미국은 기한 연장엔 동의하지만 규모 증대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역시 필요할 경우 기간을 연장하고 규모 문제도 협의할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윤 장관은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지적을 받자, "세계경제를 다들 비관적으로 보는데, 나는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면서 "한 국가만 부양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며, 세계 경제가 같이 살아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나친 낙관도 경계해야 하지만,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면서 "세계경제가 회복하면 우리는 더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거의 막바지 단계"라며, "이번달 말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4월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선 "현 단계에선 확정되지 않았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추경이 많을수록 좋지만, 너무 크면 재정건전성이 위협되고, 미래 채무가 커지니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금융시장에 주는 부담도 고려해서 적절한 수준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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