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음악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의 한 부분을 옮겨본다.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왜 기사 서두에 '웃긴' 가사를 넣느냐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KGIT 빌딩에서 실시한 '201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수립을 위한 세미나를 보면서 딱 저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날 김영수 대교협 대학입학전형실무위원장은 2011학년도 대입전형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3불(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정책'에 대한 대교협의 견해를 밝혔다. 11일 일부 언론에서 "대교협이 사실상 3불 정책을 폐지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 그의 입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우선 '3불 정책'에 관한 그의 '멘트'를 그대로 옮겨본다. "아니, '3불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에 유지한다고 말하는 것 아닙니까. 폐지하면 명확하게 '폐지한다'고 말하겠죠. 우리가 뭐가 무서워서 겉으로는 3불 정책 유지하는 척하고, 뒤에서 폐지를 합니까." 한 마디로, '3불 정책'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김 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201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수립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살펴보자. 영화 <살인의 추억>의 서태윤 형사(김상경 분)가 "문서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했는데, 그 문서에는 이렇게 적시 돼 있다.
"초중등교육 정상화 및 공정하고 합리적인 학생선발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논술 등 필답고사를 실시하도록 함." - 2011학년도를 위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개정(안) 그래 문서는 거짓말은 안 한다. 분명히 "학생선발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논술 등 필답고사를 실시하다록 함"이라고 적시 돼 있다. 많은 언론들은 이를 두고 "본고사 실시를 천명한 것으로 '3불 정책' 폐지를 예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 개정안의 현행 조항은 "초중등교육 정상화 및 공정하고 합리적인 학생선발을 위해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는 실시하지 않음"이라고 돼 있다. 이에 비하면 대교협의 개정안은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3불 정책 폐지 안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문서'를 본 사람들은 김 위원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엔 고교등급제에 관한 문서의 내용을 보자.
"고교등급제의 실시보다는 개인과 학교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전형제도를 수립하도록 함." 도대체 이는 고교등급제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물론 문서에는 부가 설명이 추가돼 있다. "전형 유형에 부합하는 고등학교의 특성을 파악하고 수험생이 해당 고등학교의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력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를 전형에 반영하는 방법을 강구"라고 적시 돼 있다. 이날 세미나를 지켜본 몇몇 이들은 "도대체 3불을 폐지하겠다는 것인가,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약 5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어쨌든 김영수 위원장은 "3불 폐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문서는 그의 말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대체 '진성성이 무엇인가'를 의심케 한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교협이 '3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일까, 폐지하겠다는 것일까. 위에 제시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가사에 비유하면 상황은 이렇다. "'3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없애겠다는 것인지 아무도 몰라. 대교협이 입시를 주관하기도 전에 벌어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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