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는 미국 발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불황이 시작된 해이다. 경제 한파로 수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지출규모를 극도로 줄이고 있다. IMF때 유행했던 고통분담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우리 서민들은 대부분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고 있는 공직사회는 이런 서민들의 고통에 어떻게 동참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그동안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많이 지적되어왔던 업무추진비와 같은 예산항목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업무추진비는 말 그대로 공적인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배정된 돈이지만 그동안 사적인 업무에 지출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수많은 지자체에서 업무추진비를 유흥비등으로 사용해서 문제가 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추진비는 대부분 고급식당에서 식사 값으로 지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서울시 25개구청장들은 본격적으로 불황이 시작된 2008년도에 업무추진비와 같은 비용들을 불황에 맞춰 줄여가고 있는 것일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2008년도 서울시 산하 25개 구청 업무추진비 예산액 및 집행액을 정보공개청구 한 결과 업무추진비를 가장 적게 사용한 곳은 서초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강남구 다음으로 예산규모가 큰 지자체이다. 서초구는 지난해 7100만원 예산 중 4141만 1000원(집행률 58.3%)를 사용해 25개 구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초구가 2007년도에 7058만 3000원을 사용한 것에 비하면 무려 3000만원 가까운 예산을 아낀 셈이다. 이에 대해 서초구 관계자는 "남들은 구청장이 일을 안 해서 업무추진비를 적게 쓰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구청장님이 경제도 어려운데 꼭 필요한 것에만 지출하고 그돈으로 일자리 창출에 힘쓰라는 지시가 있어서 파격적으로 아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업무추진비를 아낀 곳은 도봉구로 4638만1000원(집행률 65.3%)을 집행했고, 강남구가 5341만 6197원(집행률 75%)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지자체는 은평구로 나타났다. 은평구는 7099만 4890원(집행률 99.9%)로 25개 구청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동작구 7091만4000원(집행률 99.8%), 3위는 중구 7065만원 (집행률 99.5%)로 나타났다. 그 이외에도 나머지 구청들은 배정된 업무추진비 중 80%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제주대 법대교수, 변호사)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공직자들이 업무추진비 지출을 줄여나가는 것이 서민들의 어려움에 동참하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서초구가 아주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