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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와 텃밭의 경계. 어지간히 뜯어가길 바랐을까? 어설픈 경계에 웃음이 납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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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생명을 싹 틔우는 춘삼월은 꽃이 피어야 제 맛이죠. 개나리, 목련, 민들레, 광대나물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틈을 비집고 일삼아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손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22일, 여수시 소호동 안심산 밑 비탈진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 모습에서 묘하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랑을 내며 상추, 파, 콩 등 씨앗을 뿌리는 그들의 땀이 노력하는 대로 수확을 가져다주는 거짓 없는 땅에 그대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번듯한 밭은 아니지만 깍진 산비탈 밭에서의 소출도 꽤 '쏠쏠'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십여 년 전 신혼 때가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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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에서 상추도 자랍니다. 요런 걸 보면 왜 군침이 나는지... 경계를 구분한 어설픈 농꾼들의 마음을 이해할 듯합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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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이 움트던 걸 지켜보던 때의 즐거움이 떠오르고…단독 주택이라 거의 버려진 자투리땅이 있었지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 이참에 야채 한 번 길러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음식물 쓰레기로 땅 기운을 북돋은 후, 괭이와 삽으로 땅을 갈았지요. 무슨 땀이 그렇게 흐르는지. 그래도 얼마나 즐거웠던지….
배추와 무, 방울토마토, 상추, 쑥갓 등 씨를 뿌렸지요. 틈틈이 물을 주고 싹이 돋아나는지 살폈지요. 20여 일 지나자 싹이 움트는데 그때의 기쁨은 헤아릴 수가 없더군요. 몇 시간이나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본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야채는 쌈으로 즐겼고, 방울토마토는 여름 내내 따 먹었지요. 하지만 무와 배추는 일정 크기까지 자라다가 성장을 멈추었지요. 땅심이 부족한 이유라더군요. 음식물 찌꺼기를 열심히 주었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땅은 정성을 들인 만큼 수확을 가져다준다는 걸 그때 알게 됐지요.
자투리땅을 이용해 텃밭을 가꾸는 모습에서 과거를 회상하니 괜히 웃음이 나오네요. 착한 노동과 착한 땅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