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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강수돌 교수의 〈살림의 경제학〉
책겉그림강수돌 교수의 〈살림의 경제학〉 ⓒ 인물과사상사

대한민국이 스트레스 사회가 되었다. 나라의 윗사람에서부터 어린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온통 경쟁사회에 내 몰려 살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가정경제와 자녀교육을 위해 직장과  일터에서 안간힘을 쓴다. 20대 80의 사회로 재편된 상황에서 상위 20%에 진입하려는 돈벌이 경제에 미쳐가고 있다.

 

그와 같은 모습은 흡사 사다리의 윗부분에 올라 앉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사다리라는 게 본래 위는 좁고 아래는 넓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그 질서는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상류층, 중산층, 하류층으로, 그리고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우등반, 보통반, 열등반으로 나뉠 것인데, 모두들 위층에 올라서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다리의 돈벌이 구조 속에서는 지금 당장은 사다리가 유지되겠지만 머잖아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이 일중독과 정신적인 공황 속에서 죽게 될 것이고, 자연도 제 목숨보다 일찍 사라지는 일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때에 당장이라도 사다리 구조와 질서를 걷어차고, 사람도 살리고 자연도 살릴 수 있는 살림살이 경제학을 외치는 이가 있다. 바로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인 강수돌의 <살림의 경제학>이 그것이다.

 

그는 세계가 금융한파를 맞이하고 있는 요인이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더 근본적인 요인은 자기 집을 가지려는 욕망과 더불어 손쉽게 돈을 벌고 손쉽게 쓰려는 낭비적 생활방식이 경제 쓰나미를 만들어 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천박한자본주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선성장-후분배론'에 매달려 모두가 선진국형 사다리타기에 열심을 올리고 있는 것 또한 미친 짓이라고 역설한다. 사다리의 기득권에 중독된 위쪽이든, 기득권에 집착하는 아래쪽이든 생존권과 기득권 경쟁을 하는 이들은 모두가 자본과 권력이 만들어 놓은 질서 안에서만 움직이는 꼴이기 때문이란다.

 

"'너도 올라갔으니 나도 올라가겠다'는 식은 참된 대안이 될 수 없다. 진정한 대안은 '네가 올라간 곳이나 길이 잘못되었으므로 나는 전혀 다른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죽임의 길이 아니라 '살림의 길' 말이다."(프롤로그)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살림의 길', 다시 말해 사다리 구조와 질서의 대안으로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는 A부터 F까지 자기 소질과 재주를 가지고 자기 행복과 사회 행복을 함께 추구하도록 연대하는 원탁형 구조에서 그 해법을 찾는다.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한다면 개성 있는 고교평준화, 개성 있는 대학평준화, 개성 있는 직업평준화 등의 연대가 그것이다.

 

아울러 현 자본주의 질서에 단순히 적응하라는 생존논리를 거부하고, 사람과 사람, 자연과 자연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대안공동체 운동에 가담할 것도 주문한다. 그 운동으로 유기농운동, 학교급식운동, 농민장터운동, 지역물류시스템운동 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생존에의 두려움, 강자와의 동일시, 경쟁의 내면화가 초래하는 자기 소외나 자기고립을 넘어 '관계적 존재'로 다시 서려는 것이 소통이며, 문제 상황의 정면 돌파를 위해 힘을 합쳐 해결의 주체로 '함께 당당히' 나서는 것이 연대다."(107쪽)

 

1999년부터 충남 연기군 조치원의 고려대학교 캠퍼스 뒷산 서당골에다 집을 짓고, 부모님과 함께 3세대가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그는 현재 그곳의 텃밭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줄이면서 사는 순환형 살림살이를 연출해 나가고 있다. 이는 홀로서 가능한 게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그리고 참살이 경제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연대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살림의 경제학 - 사람을 살리고 자연도 살리는 살림살이 경제학!

강수돌 지음, 인물과사상사(2009)


#참살이#강수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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