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스타'라는 이름 위아래 아무 것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스타'가 되길 원하고, 누구나 '스타'만을 보길 원하는 그런 세상.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찾아 나섭니다. '스타'가 아닌 '배우'라는 이름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고 있는 그런 이들을요. <오마이뉴스>는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로, 이곳저곳에서 작은 빛을 내뿜는 배우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역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그 기회만 잘 잡으면 주목받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연기자 백승현(34)에 대한 한 네티즌의 평이다. 맞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관객들이, 시청자가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지금 인터넷엔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서 주인공 이초인(소지섭)을 징그럽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탈북자 최치수에 대한 호평과 악평이 넘쳐난다.
"진짜 탈북자 아니에요?"라는 물음부터 "진짜 미워 보여요"라는 애증, 그리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최고의 악역"이라는 찬사까지. 탈북자 최치수는 <에덴의 동쪽>의 신태환,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와 더불어 2009년 최고의 악역으로 꼽힐 만한 캐릭터다.
그래서 사실 인터뷰를 앞두고 걱정도 됐다. 소속사에서 마련한 근사한 프로필이나 인상적인 인터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이제껏 인상에 남을 작품에 출연한 적도 없다. 만만치 않은 나이의 백승현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러니 더더욱 고정된 이미지도 없다. 인터뷰 자체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심정이랄까.
악역 최치수로 뜬 연기자 백승현
게다가 희번득거리는 눈빛과 칼칼한 목소리로 "개대가리"라고 윽박지르는 최치수와 자연인 백승현의 모습은 쉬이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최치수의 목소리부터 먼저 물었다. 역시나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 한없이 낭랑한 음성을 타고 "목소리요? 평소에도 그러면 사는데도 지장이 있지 않을 까요?"라는 털털한 답이 돌아온다.
이럴 때야 말로 '배우'라는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자기 안의 실낱같은 단서만 가지고서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창조해내는 사람들 말이다. 백승현도 다르지 않다. 지금껏 최치수와 같은 선 굵은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연기라는 칼을 10년 동안 갈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악역 최치수로 '떴다'. "원래 중국에서 죽었어야 하는데. 저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죠. 일단 오래 나오면 좋으니까.(웃음)" 시종일관 겸손이 배어있다.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그게 허세가 아니다.
SBS 공채 9기 출신인 백승현은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연기자의 삶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백승현과 인터뷰는 3일 오후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아니, 이렇게 눈빛이 선한데.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처음 (카인과 아벨)시놉시스 볼 때는 이렇게 살벌할지 몰랐거든요. 워낙 제가 악한 사람이 못 되어가지고.(웃음) 그래서 더 힘을 줬던 것 같아요. (최치수는) 오버를 해야 되잖아요. 사실 악역같이 안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출연하리라 짐작했나요? "제가 작가님하고 얘기할 수준의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웃음) 저는 주는 일 있으면 다 합니다.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농담으로 그런 얘기는 했죠. 평소 친분 있던 김형식 감독님이 중국에 가자고 하기에 '중국에서 단물만 빼 먹고 버리는 거 아니에요? 꼭 한국으로 넘어와야 돼요' 그랬죠. 드라마는 워낙 바뀔 여지가 많으니까요."
- 그럼 감독님과 친분으로 캐스팅 된 건가요? "특별히 뭐가 있는 건 아니고요. 가까이 살아도 자주 못 봐요. 방송국 가면 편하게 얼굴 보면서 농담하고 안부 묻고 그러죠. 제가 매니저가 없거든요. 괜히 일 없어서 간 것 같고 좀 그렇잖아요. 언젠가 한 번 '악역 해 봤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야비한 역할은 해봤다'고 했더니 중국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역할 얘기는 잘 안 해줘요. 그냥 믿고 맡겨주는 건지. 저는 연기자니까 맡은 역할 열심히 해야 되는 거고요."
"의외로 소지섭씨 팬들이 좋아해줘요"- 지금은 백승현이란 이름보다 최치수라는 배역으로 더 친숙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사람들이 얼굴은 어디서 본 듯하니까 자기들이 먼저 '혹시 저 아세요?'라고들 물어 봐요.(웃음) 제가 배우처럼 생기질 않았거든요."
- 북한 사투리는 트레이닝을 따로 받은 거죠? "북한 출신 선생님한테 서너 번 배웠어요. 사실 요령만 배운 다음 그냥 하는 거죠. 대신 대본 밑에 굵은 글씨로 새로운 대사를 적어줘요. 그래서 남들보다 대본을 몇 시간 늦게 받죠. 대사를 봐도 손해, 안 봐도 손해고. 예를 들어 '그렇지 않습니까'는 '깅거 잔습니까'로 발음해야 되는데 의미를 생각하고 말을 하면 '그렇지 않습니까'가 나와 버려요. 연습을 많이 해서 묻어나오게 하는 방법 밖에 없어요. 그냥 북한사람처럼 자연스러울 때까지 연습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 거의 외국어 수준인데요? 그래도 억양은 헷갈릴 만 한데요. "억양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저 만의 스타일이 생긴 거 같아요. 서울말을 쓴다고 해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 다르잖아요. 최치수도 인물자체가 가진 스타일이 있는 거겠죠. 소리 지르고 떽떽거리고 비아냥거리는 어투가 있으니까."
- 소지섭씨 팬들이 싫어할 만한데요. 같이 붙는 장면이 특히 많잖아요. "의외로 소지섭씨 팬들이 좋아해줘요. 제 미니홈피도 찾아오고. 덕을 많이 봤죠. 제가 두 살 많은데 입사 초창기에 드라마를 같이 했었어요. 지섭씨가 내성적이지만 따뜻하고 참 좋은 사람이에요. 혹시나 하고 중국 촬영 때 기억하냐고 물어봤더니 편하게 반겨주더라고요. 굉장히 좋은 배우예요. 젊은 배우들 중에 허우대는 멀쩡한데 연기는 밋밋한 사람들 많잖아요. 직접 얼굴을 보면서 연기할 때 느낌이 달라요. 눈빛에 에너지가 있죠."
"최치수요? '신개념 돌아이죠'... 극이니까 가능하죠"- 악역인데도 욕은 많이 안 먹는 느낌이에요. "그러게요. 최치수가 하는 '개대가리' 같은 욕이 재미있게 들리나 봐요. 저도 처음에 재미있게 들었거든요. 사실 '개XX' 만큼 세고 자극적인 욕이에요. 그런데 강한 톤으로 계속 발성하니까 하나의 유행어가 된 거 같아요.(웃음) 검색 창에 개대가리를 치니까 연관 검색어로 최치수가 뜨더라고요. 사람들이 미니홈피 방명록에 '야, 개대가리'라고 적기도 하고. 연기하기가 편해서 일부러 욕이 나오는 장면은 다 '개대가리'로 통일했어요. 반푼아, 이런 '몰찌 새끼야' 같은 욕들도 다 개대가리로 바꿨죠.(웃음)"
- 악역을 연기하는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있을 것 같아요. "있죠. 그런 걸 좀 더 담아보려고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소리만 꽥꽥 지르는 것 같아서 창피하기도 하고. 그 인물이 밉게 보이는 건 상관없는데 제 연기 자체가 허술한 부분도 분명 있으니까요. 최치수가 독특하잖아요. '신개념 돌아이'죠. 무조건 죽이겠다고 들이대고.(웃음) 평소에 그렇게 인상 쓰고 눈에 힘주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극이니까, 북한이나 사투리라는 특정한 상황이나 말투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근데 이런 센 역은 앞으로도 잘 없을 것 같아요."
- 최치수가 극 후반부에 뭔가 큰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던데요? "어떻게든 죽어야지 끝날 것 같은 인물이긴 해요. 저야 한 회라도 더 나오면 좋죠(웃음)."
- 시청률이 더 나오면 하는 아쉬움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랬다면 좀 더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잖아요. "전 덕을 많이 본 거죠. 어제도 감독님하고 로비에서 만났는데 '너 떴더라. 근데 너만 뜨면 뭐해, 드라마가 안 떴는데'라고 농담하시더라고요. 그냥 웃고 넘겼는데 괜히 미안한 생각도 들죠. 같이 잘되면 더 좋을 텐데. 그래도 14부는 20%를 넘겼다고 하던데요?"
"연극영화과도 취업난은 똑같아요"
백승현은 요즘 흔치 않은 공채 출신이다. SBS <화려한 시절>에서 류승범의 고등학교 친구로 나온 이후 꾸준히 브라운관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화려할 것만 같은 연예계에서 근 10년을, 연기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생활인의 자세로 견지해 왔다.
그러나 배역이 작았다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포부까지 작았던 것은 아니다. 백승현은 스무살 무렵 브로드웨이 무대를 직접 알현한 뒤, 연기에 대한 너른 꿈을 안고 뒤늦게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시종일관 겸손함을 보이던 그도 그 열정이 넘쳤던 학창시절 얘기엔 호흡이 가빠지고 말이 빨라졌다.
- 원래 부산 출신이죠? 연기자의 꿈은 언제부터 꾼 건가요? "진짜 스탠다드 한 삶을 살았다고 해야 되나? 모범생조차도 안 될 정도로 평범했어요. 그리고 저보다 잘 생긴 애들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래도 튀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끼도 좀 있으니까 연기에 대한 욕망도 있었던 거죠. 몸도 안 좋고, 잡기도 없는 터라 어렸을 때부터 영화보고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어학연수를 보스턴으로 가게 됐으니 얼마나 자유로웠겠어요. 그래서 가까운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서 <미스 사이공>도 보고 연극도 보고 그랬죠. 그때는 철이 없었어요. 별로 대단한 사람이 못될 거라면 이왕 힘든 거,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막연한 꿈이 있었죠. 좀 가난하게 살아도 된다싶고. 이렇게 살 줄 몰랐으니까.(웃음)"
- 그 후에 연극영화과에 다시 진학을 한 거죠? "한국 돌아와서 다시 시험을 봤죠. 학교를 다니면서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가 재미있고 나한테 맞고. 보통 한 한기당 한 과목만 연기를 해도 다른 수업을 빠질 정도로 연습을 해야 되는데, 전 세 개씩 하고 그랬어요. 미친 듯이 한 거죠. 지금 하라면 아마 못할 거예요.(웃음)"
- 공채는 어떻게 응시한 건가요? "사실 제가 텔레비전 나오는 것도 신기한 거예요. 왜냐하면 나올 인물이 아니거든요.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잘생기고 멋있거나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야 된다거나. 그러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되는데 저는 그냥 평범하니까 먹고 살길이 막막하잖아요. 졸업은 다가오는데 계속 학교에서 연극만 했지. 그래서 공식적으로 열려 있는 채널이 공채라 시험을 봤는데 운 좋게 붙은 거죠."
- 연극영화과도 똑같이 취업난에 시달리나 봐요. "취업난은 똑같아요. 그때 트레이닝 삼아 성우 시험도 보고 그랬어요. 준비를 많이 안 했으니 다 떨어지긴 했지만. 돌아보면 제가 고맙죠. 제가 공채를 통해 대스타가 되진 않았지만 공채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겠어요?"
"일 없으면 슬럼프... 슬럼프 메우는 것이 단편영화"- 출연작들을 돌아 보면, 공채 출신 연기자의 단면이 엿보여요. "노는 선배들은 '너는 공채 치고 그래도 계속 일을 하지 않느냐'고도 해요. 그래도 갈증은 있죠. 연기를 하다 문득 재미가 없기도 하고.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입사했는데 만날 두 줄 세 줄, 한 신 두 신 그랬거든요. 열정을 가지고 나름 공부하고 연구를 해서 가면, 주인공이 묻히니까 그러지 말라고 해요. 서럽죠 뭐. 작품 전체를 봐서는 그게 맞아요. 그래도 내 딴에는 뭔가 해보고 싶고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인 거죠. 이번에 중국 가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양이 적어도 연기할 맛이 난다랄까. 꺼져가던 연기에 대한 애정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가장 반갑고 그 점이 최치수를 통해 제일 크게 얻은 선물이에요."
- 당연히 슬럼프도 있었겠어요. "작년만 해도 뜸했어요. 4편을 했는데 모두 단역이었죠. 이제 감독들도 '남자1' 이런 역할은 안 줘요. 작은 역이라도 고정이면 모르는데 며칠하고 끝나버리니 답답했죠. 일 없으면 항상 슬럼프예요. 일 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있어요. 그런데 놀게 되면 마음만 허해지고 불안해지죠. 그 슬럼프를 메우는 것이 단편영화예요. 돈 한 푼 못 받아도 학생들이 가진 재기 발랄함이나 신선함이 좋거든요. 저도 그런 열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배우들의 딜레마가 어떤 매너리즘이잖아요. "배우는 어떤 한 장르에서 인정을 받아도 참 애매한 거 같아요. 오래 연기를 하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또 매너리즘을 극복해야 되니까. 또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요. 살면서 연기 자체만 고민하고, 역할만 연구하면 참 행복한 삶일 거라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시작한 배우 짓이지만 외적인 고민들이 더 크니까요."
- 이제 와서 뭐하겠냐는 생각도 들겠어요.(웃음)"전업할 능력은 못되고요. 그럴 거면 일찌감치 다른 거 했죠. 그건 건방진 생각이에요. 이제 10년을 해서 조금 돌아가는 상황을 볼 줄 아는 눈치가 생긴 정도 거든요. 그게 노하우인건데 다른 일 10년 하신 분들은 어떻겠어요. 건방지게 덤볐다가는 망하기 쉽죠."
생활 속에서 연기를 준비하는 남자, 백승현
백승현은 지적인 배우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직접 쓴 영화평에서 녹록치 않은 필력을 뽐내고 있다. 독서와 영화 감상이 노는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라고 하지만, 그의 일독 도서들은 예술가의 욕심을 보여주기에 그렇게 일상 속에서, 생활 속에서 연기를 위한 준비를 쌓고 있는 느낌이랄까.
- 소개해 준 책들의 내공들이 만만치 않던데요. "제가 시간이 많잖아요. 그렇다고 문학 소년은 아니에요. 타고난 예술적 재능이 없기 때문에 책이나 영화라도 챙겨 봐야 될 것 같은 거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은 항상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뭘 해야 될까 싶어 찾아보게 됐죠. 캐릭터를 만들기에 책이나 영화에서 배울 점이 많으니까요.
그렇게 연기와 예술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백승현은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까. 또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여배우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안타깝죠.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게 또 우리 동네 얘기니까. 정말 여배우로 산다는 건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예쁜 분들한테 여배우하라고 할 생각도 없고요. 그런 일들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바닥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몰려들잖아요. 그래서 그런 일도 생기는 거고. 너무 단면적인 것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곡된 시선들이 많아지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속은 다 모르지만 제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거든요."그럼 점에서 백승현이 후배들에게 하는 충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화려한 것만 좇는 요즘 연예계의 세태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글쎄요. 제가 선배 입장에서 얘기할 '짬밥'이 안 되는데…. 잘 버틸 수 있는 각자의 노하우를 찾아야 될 것 같아요. 화려한 모습만 좇는 것도 그래요. 스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에요. 저도 스타가 되고 싶고 또 얼마나 좋아요. 그래도 추구하는 것이 그게 전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화려한 것을 누리는 것이 좋아서 연예인을 하는 것과 자기 분야에 있어 열정을 가지고 가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악당 말고, 고목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백승현은 이미 차기작에서 또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SBS 주말극 <찬란한 사랑>의 설렁탕 가게 점장 역할로, 이승기가 연기하는 날라리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악당은 아니에요. 너무 반듯해서 이승기의 역할에 안티인 거죠. 전형적인 드라마 포맷이거든요. 사장님의 주문을 받고 그 친구를 교육시키는데, 주인공이 너무 오버하는 성격이니까 안티가 되는거죠. 이번엔 악도 안 쓰고 이상한 표정도 안 지어요. 제 목소리로 연기해요.(웃음)"- 시청자들이 낯설어 하지 않을까요? "그럼 좋은 것 아닌가요? 그렇게 보여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최치수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어요."
-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센 역할을 더 하자고 할 것 같은데요?"매니저가 없어서요. 좀 구해주세요.(웃음) 아마 센 걸 하면 또 다르게 하겠죠. 또 더 공부를 할 거고요. 일단 제가 질리잖아요. 그리고 제가 일단 버티는 게 살아남는 거란 마인드잖아요. 버텨야지 어떡하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목표를 물었다. 평생 동안 연기를 하겠다는, 식상한 대답은 피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색다른 목표를 들려줬다. 백승현은 타고난 배우는 아닐지 몰라도 분명 준비된, 성실한 연기자다.
"연기를 가르치고 싶어요. 후배들 연기를 보면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나와요. 그걸 제가 잘 잡아내고요. 또 경력이 쌓이면 저도 더 노련해질 테니까요.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공부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타고난 배우가 아니어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도 자꾸 연기를 잘 하고 싶으니까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 거고. 고목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후배들을 아우를 수도 있고, 후배들이 쉴 수도 있는. 그런 든든한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