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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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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으로 변신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지난해 10월부터 발행해왔으며, 이번 4월호부터 홍세화 신임편집인 체제로 한겨레측과 제휴를 시작했다.

1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홍세화 편집인은 "전 세계가 미국에서 벗어나는 시대에 한국은 굉장히 뒤쳐지고 있는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이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좌파정권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기로 유명하다.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역시 한국의 좌파에 대해서 비판할 것인가. 홍 편집인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개입하고, 더불어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해괴한 표현까지 나오는 한국의 이념 상황도 교정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홍 편집인은 "올해 안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3만부를 돌파하면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홍세화를 춤추게 할까

그에게 최근 현안 몇가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홍 편집인은 최근 방송 상황과 관련, 홍 편집인은 "이명박 정부의 타깃은 MBC"라며 "KBS는 평정됐고, YTN은 영향력이 적고, MBC만 조중동방송으로 치환하면 장기집권을 할 수 있다는 간단한 셈법"이라고 분석했다. 왜 제 2의 촛불이 타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삶이 어려워지니까 각자 '챙기기 작전'이지만, 더 챙길 게 없다고 확인되면 힘을 합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편집인이 가장 난감해한 질문은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된 '유력 언론사' 실명보도 문제였다. 그는 몇 차례 "참 모호하다"고 말했다. '유력 언론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리스트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비실명 보도를 하고있지만, 어쨌든 참 껄끄럽다는 입장이었다.

- 어려운 시기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을 맡게됐는데...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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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제휴하자고 내가 적극적으로 주장을 했고 결국 총대를 메게 됐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읽으면서 신선한 균형감각이라고 느꼈던 '빚'을 지기도 했다. 본지인 <르몽드>가 발행부수가 40만부인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20만부다(정확한 수치는 프랑스어판은 30만부 정도 발행되며, 전 세계 73개국, 26개언어로 전체 240만부가 발행되고 있다). 우리가 워낙 미국에 갇혀있어서 그 위상을 잘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미국을 벗어나는 시대 아닌가. 그런 흐름에서 한국은 굉장히 뒤쳐지고 있는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은 지난 2006년 창간됐지만 오랫동안 발간을 못하다가 지난해 10월 복간됐다. 지금은 승산이 있나. 다른 언론사들은 기존 사업도 줄이고 있지않나.
"버락 오바마의 당선 같은 국제적 흐름을 보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싸움이 무르익고 있다. 지금이 새 도약을 위한 적기다. 물론 <한겨레> 안에서도 반대가 없지 않았다. 신문사 상황 자체가 어려우니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편집인으로서 바람은 올해 안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 좀더 욕심을 내자면… 3만부를 돌파하면 춤이라도 추겠다."

- 성일권 발행인은 "인력 보강, 편집 쇄신 등을 통해 한국현실에 천착하면서도 담론적 깊이가 있는 진보저널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프랑스에 밀접한 나라들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것을 우리가 다 소화할 필요는 없다. 한반도나 동아시아와 관련한 우리 콘텐츠가 결합해야 한다. 그게 20% 정도 차지할 것이다. 정기간행물법 때문에 번역한 매체를 그대로 발행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한겨레> <한겨레21> 기자들이나 한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글을 쓰게 할 생각이다. 또 <한겨레> 편집·디자인·교열팀도 결합한다."

"'유력 언론사' 실명 공개 문제, 참으로 난감하다"

- 하지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식의 국제뉴스가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다.
"언론들이 국제뉴스를 제공하지 않아서 안목이 좁아진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상황을 전혀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는 침공 소식을 들어도 관심이 없다. 자주 듣는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주 독자층은 지식인·교사·대학생·시민사회 활동가들인데, 이 사람들이 워낙 바쁘다. 그러나 공부하지 않으면 자꾸 제한적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분단 상황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이분법적 구도에 빠진 것도 바깥세상을 안 보기 때문이다.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유럽 진보좌파 지성들의 시각을 담고있기 때문에 '크로스 체킹'이 가능하다."

- 국내외 대안담론을 접목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한국에서 대안담론이 있나.
"최근 <한겨레21>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시장 만능주의자를 맹비판했던) 칼 폴라니의 이론을 소개했는데, 국내에서도 생협이나 공동체가 없었던 게 아니지만 꽃이 피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진보 진영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수세에 몰려있고 대안담론을 내세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제 세계적 상황이 바뀌고 있어서 한국도 발진을 준비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은 "좌파세력도 현 경제위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진보좌파에 대한 한국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입장은 무엇인가.
"진보정당·시민사회단체도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 대해서도 개입할 수 있다. 또 '개혁 자유주의'의 한계를 미리 짚어줄 수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세력을 어떻게 규정할 지도 중요한 문제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한국 상황에 맞춰서 '진보', '보수'라고 표현하는데, 그게 정확한가? 이러다보니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해괴한 얘기들도 나온다. 이런 잡지를 통해서 이 '해괴한 상황'을 교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한국의 진보매체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독립언론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보매체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부가 없듯이 시민의 수준을 넘어서는 매체가 없다.

진보는 자본과 갈등관계니까 광고로 먹고살기 어렵다. 결국 기대할 것은 독자층인데, 독자는 소비자로서 살고 있다. 독자가 (소비자가 아닌) 시민으로서 행동할 때 진보매체를 사는 것이다. 파리에 있을 때 프랑스의 노조 활동가가 '삼성 무노조' 얘기를 듣고, 대뜸 '그런데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삼성 물건을 사냐'고 묻더라. 깜짝 놀랐다. 노동자의 정체성이 물건 구매의 결정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진보매체 생존도 거기에 달려있다."

"언론인 후배들이 공부 덜한다, 그게 핵심이다"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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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앵커 교체에 반발해 MBC 기자들이 제작 거부중이다. 현 언론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나.
"이명박 정권의 타깃은 당연히 MBC다. 한국사회 의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도교육과 미디어다. 현 정부는 제도교육은 전교조만 공격하면 되고, 미디어를 잡아야 장기집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방송사 중에 KBS는 이미 평정됐고, YTN은 버티고 있지만 (공중파가 아니라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그러니까 MBC를 조중동 방송으로 치환하고 싶은 것이다."

-  '장자연리스트'에 오른 '유력 언론사' 사주에 대해선 실명 보도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봤다. 참 난감한 문제다. 실명 보도를 안하면 마치 두려워서 그런 것처럼…. 그런데 비겁의 차원은 아니다. 그 '유력 언론사' 사주가 장자연씨를 정말 불행하게 만들고 고통당하게 했다는 (사실관계의) 고리가 분명하지않다. '박연차 리스트'는  언론들이 다 밝히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참 껄끄럽다. 참 모호하다."

-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언론권력인 '유력 언론사' 눈치를 보느라 늑장수사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의하나.
"잘 모르겠다."

- 촛불집회 이후에는 진보적 집단저항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몇 차례 '제2의 촛불'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됐고, 오히려 경제위기에서 '일단 살아남자'는 정서가 강하다. 촛불, 다시 불붙을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붙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무책임해 보이지만,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그런 폭발력을 가질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어떤 계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니까 사람들이 지금 '챙기기 작전'중이다. 자기 것만 챙기다보니까 이웃을 돌볼 겨를이 없다. 그러다 더 챙길 게 없다고 확인될 때 힘을 합칠 것이다."

- 한국 사회는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가 얼마 안 있어서 촛불정국을 만들었다가…. 우리 사회가 보수로 가는 것인지 진보로 가는 것인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탄생이 보수화 흐름에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담긴 뜻도 이중적이었다. '이웃'이 아닌 '나와 내 자식'의 건강권 문제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공감을 얻었다. 촛불이 이웃과 연대하는 정신이었다면 용산참사 때 재점화 됐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촛불을 들었던 대중들의 학습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이념적으로 더 수구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세화#르몽드 디플로마티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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