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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의 박원순 상임이사가 여러 시골 마을을 찾아 돌아다녔다. 지난 3년 동안 각 지역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를 한 것이다. 그야말로 거듭된 농정의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선 농민들 가운데 창의적인 발상과 남다른 노력으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농민들을 여럿 만났다.

 

아울러 개인적인 고난과 마을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이끈 몇몇 이장들도 만났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환경과 여성과 복지와 언론 등 여러 영역에서 다채로운 캠페인을 벌여 성공한 여러 활동가들도 만났다.

 

시골 출신인 나는 농어촌 마을의 이장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그 자리는 높은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자리에만 얽매여 있을 수만도 없다. 농어촌 마을의 이장들은 자신의 농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고, 동네 주민들의 입소문도 늘 신경 써야 하는 처지이다. 그만큼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닌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고 이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리더들이다. 절망과 불가능 속에서 희망이라는 정화수를 길러낸 두레박 같은 존재들이다. 바로 이들이 증명한 사례들로 우리는 지역과 농촌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능성의 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프롤로그)

 

박원순 상임이사가 만난 첫 번째 인물은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의 이장 정문찬씨였다. 그는 두 번 귀향한 이후 주변의 많은 오해와 갈등을 이겨내고 마을 운동의 모범 사례로 이름을 날렸다. 특별히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많은 순례객들이 그곳을 방문할 정도로 대단한 성공을 일구어냈다.

 

그의 첫 번째 귀향은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인 1978년 농촌 운동을 하겠다는 포부로 찾았다. 하지만 그때 시도한 양계농사의 패배로 생계를 위해 부산으로 떠났고, 그리고 20년 만인 1998년에 다시금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서 맡은 이장 자리였는데, 그때 시도한 '산촌종합개발', '녹색농촌체험마을'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 알려졌고, 급기야 청와대 담까지 넘어섰던 것이다.

 

정문찬 이장은 아직도 농촌개발 사업이 진행형이라 늘 바쁘다고 한다. 오폐수 관과 전신주를 땅에 묻고 있고,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걷어내 잔디 광장을 만들고 있고, 새마을운동 시절에 만든 벽돌담을 모두 돌담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그의 손길과 발길에 따라 한드미 마을이 계속 생태 마을로 변신 중에 있다고 하니, 그 생각만으로도 넉넉해지지 않을까 싶다.

 

경남 남해의 '다랭이마을'은 바다에 인접해 있지만 오로지 농사에만 의존해 살아간다고 한다. '다랭이마을'이 무엇보다도 유명해 진 것은 다랭이 마을 회원 5백 명과 군청, 전문 학자들이 힘을 합쳐 다랭이 논 트러스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평야지대의 평평한 논과 달리 그곳의 논들은 산 위에서부터 내리 비탈식 계단형 논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다랭이 마을의 주 수입원은 민박이라고 한다. 2005년에만 해도 민박을 하고 간 사람들이 만 명쯤 되고, 단순 방문객까지 합하면 18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그만큼 명소로 잡은 지 꽤 오래인 듯싶다. 그래서인지 주민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60대 이상의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매일매일 삶의 의욕과 활력이 넘친다고 한다.

 

충북 괴산의 '솔뫼농장'은 유기농 공동체 마을로 이름난 동네라고 한다. 1994년 다섯 가구로 시작한 '솔뫼농장'이 지금은 귀농자와 토착민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처음 유기농을 할 때만 해도 관청이나 주변에서 빨갱이 취급을 했는데, 지금은 농산물을 가공해서 벌어들인 수익만 해도 2007년 1억 원에 달할 정도니 그만큼 좋은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과 보건복지부에서 관장하는 가공식품 생산에 대한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소농을 살리는 방법을 추구하기보다는 규모화를 유도하고 있다. 설비만 해도 식약청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기본이 수억 원이라니 작은 농가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일부러 규모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75쪽)

 

이는 '솔뫼농장'의 김의열 총무의 말이다. 하지만 그의 요청은 전남 부안의 '산들바다공동체'에서도, 그리고 강원도 횡성의 지역순환영농조합법인 '텃밭'에서 요청한 바였다. 그만큼 각 지역 농어촌 마을의 가공식품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주거나 완화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는 일이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전남 장흥의 문화 공간 '오래된 숲'을 비롯해 강원도 원주의 '원주한지문화제', 충북 청주의 금천동 '마을장학회', 경남 김해의 '생명나눔재단' 등 다채로운 지역 예술과 문화와 나눔 활동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런 모습들을 살펴 볼 때, 이 책 속에서 주장하는 바이듯이, 정부의 정책 결정 권한이 지방 정부에 하루 속히 이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게 되었다. 그것만이 지역에 맞는 특성화된 농산물과 가공식품이 그 지역 내에서 더 많이 소비될 수 있고, 그를 통해 다른 지역과 경쟁하여 새로운 활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 행복을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

박원순 지음, 검둥소(2009)


태그:#지역마을의 희망,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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