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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과 나는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어려서 부터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내와서인지 친구처럼 다투기도 하고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17년을 살아왔다. 남편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외모에 크게 신경도 쓰지 않고 내가 멋을 부리는 것에도 특별히 큰 관심이 없다. '내공이 중요한 것이지 뭐 그리 외모가 중요하냐'는 인생관이 뚜렷하다. 덕택에 외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잔소리도 듣지 않고 이제껏 살아왔다.

 

 그러던 그가~ 어제(13일) 저녁!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아들이 꺼낸 재미있는 이야기에 내가 활짝 웃고 있을때 였다.

 

 " 니도  눈가에 주름졌네, 마~이 늙었다."

 " 어머,어머,아냐~ 이건 내가 평소에 하도 자주 웃어 그런거라구..."

 "뭐! 웃기는 뭐 마이 웃었다고 그래 얼굴에 주름이 좍~좍인데... 그  마사진가 뭔가 그런거 니도 해라."

 "아냐,그런거!"

 

애들과 남편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돌렸지만 평소에 얼굴로 뭐라 않던 그의 한 마디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니도 마~이 늙었다"....

 그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아침에 일어나 기초화장을 마치고 백화점에  나갔다.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은 1충에서 온갖 사은품을 내걸고 고객을 유혹하지만 막상 셋트를 구입하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대부분이었다. 눈가에 주름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아이크림은 정말 쥐꼬리만한 내용에 엄청난 액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화장품 코너를 모두 돌고 나서 결국 슈퍼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아이크림 하나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객님, 이건 탄력이 처짐을 막는게 아니라 처짐을 완화시키는 겁니다." 는 아가씨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완화시키고 싶은 내 마음을 어찌하리.

 

세안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아이크림을 눈가에 꼼꼼히 발라본다. 20여년전 화장기 하나 없는 밝은 얼굴로 캠퍼스를 걸어다니던 나는 어느새 가계부를 걱정하는 주름잡힌 아줌마로 늙어 가고 있다. 아이크림을 바른다고 청춘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을 가꾸는 것에도 조금은 부지런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우리 할머니께서 부르던 그 노래가 오늘따라 귓가를 맴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아이크림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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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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