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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법' 이라는 글자가 가지는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법' 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자가 바로 이 사회의 지도자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들의 장래희망에 우선순위로 이 '판사' 라는 직업을 꼽는 것이 별로 어색하지 않다. 우스갯소리지만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때에도 이 '법' 이라는 단어를 집어넣고 말해보면 말은 안 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법' 이라는 녀석은 우리에게 엄격함과 무서움으로서 우리 위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에 얽히는 것을 자신의 잘ㆍ잘못과는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소위 뛰어난 머리를 가진 사람들만이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나도 '법'을 두려워하고 될 수 있으면 가까이 가지 않는 사람들 중에 한명이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나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동기란 바로 <전태일 평전>이다. 나는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그 당시에 억압받던 노동자들의 과거에 분노했으며, 그 책의 내용이 1970년대 뿐만 아니라 21세기인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몇 년전 나는 공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달 내내 오전 6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까지 20kg 포대를 나르면서 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것은 하루 급여와 시간당 정해진 분량뿐이었다. 보험에 가입되었다고 말은 하는데 화이트보드에 적혀진 내 이름대신에 존재하던 '아르바이트생1' 이라는 단어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게 했다.

 

그래도 처음 일하면서 돈을 번다는 기쁨에 그러한 사실을 잊고 무작정 일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도 분명 많은 작업장에는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학생들을 상대로 그들이 처음 돈을 번다는 기쁨을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의 경험에 더해진 <전태일 평전>의 책 내용은 더 이상 내가 법에 대해 무지해봤자 악덕기업주나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먹기 좋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법을 무조건 어려워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해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법 중에서도 헌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나처럼 법에 무지한 사람들에게도 이해하기 쉽도록 쓰여 있었다. 헌법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헌법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기초가 되는 법이고 그 위에 다른 세부적인 법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이 헌법이라는 것을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광복 후에 들어선 지식인들이 다른 나라의 제도를 가져와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또 재미있는 것이 우리 헌법에는 일본의 잔재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잔재라는 것이 무엇이냐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고, 국가이며 국민은 나라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러한 잔재를 국민교육헌장이나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국기에 대한 맹세 같은 경우는 2007년 수정을 통해서  군국적인 색깔을 많이 벗어던진 것 같았다.

 

식민지 잔재 때문인지 아니면 위에서 부터의 법 제정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사회는 날이 갈수록 우민화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컴퓨터 게임과 TV 프로그램에 흥미를 가지고 사회의 관심을 끊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우리 같은 대학생이나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의 학문은 취업이라는 관문에 막혀 갈수록 자기만족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보이기 위한 공부가 되어가고 있으며, 어른들도 "누구를 찍으면 뭘 하나 똑같은데", "선거철만 되면 굽실거리는 녀석들 꼴배기 싫어서 투표 안 한다"라는 말로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서 갈수록 헌법에서의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힘없고 무지한 국민들은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면 올수록 더욱 정치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하여 아예 그들의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데 반해서, 사회의 기득권자들은 누릴 것은 마음대로 누리면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물들에게 이 사회를 맡기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국민들의 수준에 따라서 선진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하나의 깨달음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만약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잘되기를 원하신다면 이 책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간직해두기 위해서 구입을 했다. 그만큼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찬찬히 뜯어서 오래도록 볼 계획이다. 


전태일 평전 - 신판

조영래 지음,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2009)


# 살아있는 우리 헌법 이야기#책동네#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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