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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 오마이뉴스 선대식

"도대체 언제까지 기업이 정치적 공방의 희생양이 돼야 합니까?"

 

23일 포스코의 한 고위임원의 말이다. 전날(22일)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현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포스코 신임회장 인선과정에서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우 의원은 정부 핵심실세인 박영준 국무총리 국무차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올초 물러난 이구택 전 회장 등과 만난 사실 등 거론하며, 인사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박영준 차장도 22일 국회에서 박태준 전 명예회장 등과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같은 우 의원의 정부 인사개입 의혹제기에 포스코는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일부에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선임된 경영진에 대해 정치권에서 확인되지 않는 압력설을 흘리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에, 또 다른 한켠에선 "올초 회사 내외부에서 떠돌았던 이 전 회장 퇴진과 신임 회장 선임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며  상당한 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영준 차장이나, 천신일 회장이 우리 회사와 무슨 상관인가"

 

포스코의 한 임원은 "최근 경제위기 속에 회사의 경영도 전보다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 "전 직원들이 원가절감 등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기에 이같은 일이 다시 불거져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중견 간부는 "우 의원의 발언과 언론보도 등을 보면, 회장후보였던 한 분이 정부쪽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처럼 나오고 있다"면서 "그 분이 추천위원회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에서 오래동안 일해온 사람들 사이에선, 절대 회사에 해를 끼치는 이야기나 행동을 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면서 "정치권의 무책임한 정치 공방으로 인해 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박영준 차장이나 천신일 회장이 도대체 우리 회사와 무슨 상관이 냐"며 "이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들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도 마찬가지"라며 "과거 자신들이 여당일때와 야당이 된 지금과 모습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코 회장 선임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 드러나나"

 

또 다른 한켠에선 포스코가 99년 이후 민간기업이 된 후에도, 경영진들이 정권에 휘둘려 온 점이 다시 드러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회사 부장급 간부는 "지난번 이구택 전 회장의 경우 임기가 1년정도밖에 남지 않았었다"면서 "직원들은 포스코 회장이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임기를 마무리하는 선례를 남기시길 바랐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이 스스로 '외압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것을 그대로 믿는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정권 인사들과의 회동 사실 등을 보면서, 또다시 외풍이 크게 작용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회장뿐 아니라 멀쩡하게 임기가 남은 사외이사들도 그만두고,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민영화된 이후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로 인정받아온 회사를 두고, 정권은 여전히 자신들의 산하 공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출자사 직원들 "민영화하겠다더니..."

 

공교롭게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의 지하 아케이드에는 이번 일로 구설수에 오른 천신일씨가 운영하는 세중나모여행사 지점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곳을 무표정하게 지나쳤다.

 

그러나 포스코센터에 근무하는 출자사 직원들 사이에도 정부의 이율배반을 꼬집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익명의 출자사 직원은 "정확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상반되는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며 "포스코에 지분이 전혀 없는 정부가 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이구택#정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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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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