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두달여 앞둔 지난 1월. 박찬호는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WBC를 포함해 더 이상 국가대표로 뛸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 속에는 태극마크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태극마크로 상징되는 국가대표. 종목을 떠나 국가대표 발탁은 모든 운동 선수들이 열망하는 간절한 '꿈'이다. 송영주(37.천안시 쌍용동)씨도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엄연한 국가대표. 그러나 그의 꿈은 현재 절반만 이루어져 있다.

좌식배구 국가대표인 송영주 선수의 '바람'

 천안시장애인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좌식배구 경기 모습. 심판 앞에 송영주 선수의 모습도 보인다.
천안시장애인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좌식배구 경기 모습. 심판 앞에 송영주 선수의 모습도 보인다. ⓒ 윤평호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던 송영주씨.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 성인이 되어선 태권도 3단 자격을 획득했다. 태권도를 계속했으면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로 선발됐을지도 모를 일. 결과적으로 태권도 선수의 꿈은 접어야 했다. 사고 때문이었다.

1998년 9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날렵한 발차기 기술을 선 보이던 하반신은 마비가 됐다. 사고 뒤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다. 운동을 멀리하게 된 것은 당연. 지체 1급의 자신 안에만 갇혀지내는 그를 보다못한 지인이 배구 코트로 이끌었다. 그렇게 장애인 스포츠 종목의 하나인 좌식배구와 만났다.

좌식배구는 선수들이 코트에 앉아 경기를 벌이는 점을 제외하곤 일반배구와 별 차이가 없다. 지역 장애인단체인 한빛회가 구성한 좌식배구단의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던 중 2002년 여름 12명의 국가대표에 뽑혔다. 그해 늦가을 부산의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첫 국제대회 참가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마음먹고 한 공격이 상대팀 코트 위에 꽂혔을 때 쾌감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해소되는 것은 물론 팀 동료들과도 깊은 우애를 느낄 수 있죠."

200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도 참가했다. 국가대표로서 지낸 시간이 벌써 8년째.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도 국가대표로 참가할 예정.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1년에 한번씩 소집훈련을 한다. 별도의 장애인 선수촌이 없기 때문에 종목에 따라 연습공간을 물색해 인근 여관 등지에서 합숙하며 훈련을 진행한다. 영주씨도 작년 11월 한달동안 대표선수 소집훈련에 참가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에만 집중하니 소집훈련이 끝나고 나면 처음보다 실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선수 스스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집훈련 기간동안 생업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죠."

합숙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는 수당이 지급된다. 1만5000원의 훈련수당에 간식비를 합산해도 1일 2만원을 넘지 않는다. 한달을 모아야 60여만원 정도. 생업으로 개인 사업을 하는 영주씨는 "아내에게 가장으로 소집훈련 참가 사실을 꺼내기에 부끄러운 금액"이라고 전했다.

소집훈련이 없는 기간에는 매주 일요일 천안시장애인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좌식배구경기에 참가해 땀을 쏟는다. 송영주 선수가 아직 이루지 못한 절반의 꿈은 후배들을 위한 바람. 송 선수는 "후배들이라도 생계 걱정에서 벗어나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실업팀 창단,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촉진

 장애인 좌식배구를 비롯해 천안지역 장애인 선수는 4백71명에 이른다. 사진은 휠체어테니스 모습.
장애인 좌식배구를 비롯해 천안지역 장애인 선수는 4백71명에 이른다. 사진은 휠체어테니스 모습. ⓒ 윤평호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목마름은 송영주 선수만의 것은 아니다. 현재 천안에는 송 선수와 함께 좌식배구 국가대표로 활약중인 선수가 2명 더 있다.

또한 충청남도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좌식배구 외에도 농구, 탁구, 볼링, 축구, 테니스 등 13종목에 남자 1백13명, 여자 20명 등 총 1백33명의 장애인 선수가 천안에 거주한다. 충남 전체의 장애인 선수 4백71명 가운데 단일 시군으로는 천안시에 가장 많다.

장애인 선수를 비롯해 지역 장애인계에서는 장애인 실업팀 창단이 오랜 숙원이었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 77명 가운데 61%가 무직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도 11명으로 14%나 됐다. 장애인 실업팀이 만들어지면 우수한 기량을 가진 장애인 체육선수들이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운동 할 수 있고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장애인체육이 국민체육으로 통합된 점도 이런 기대에 한몫했다.

특히 천안은 지난해 6월 유량동 산 27-1번지 부지 6천9백99㎡, 연면적 2천9백88㎡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천안시 장애인종합체육관이 지어지며 장애인 실업팀 창단의 최적지로 부상했다.

올해 1월에는 의원발의 형식으로 '천안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조례'가 개정되어 1개 종목의 천안시 장애인 실업팀 창단의 근거가 마련됐다.

조례 개정 뒤 지역 장애인계에서는 장애인 실업팀 창단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실업팀 창단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창단추진위원장에는 조례 개정을 주도한 안상국 시의회 의원이 선임됐다. 창단추진위는 지난 4월 장애인체육 관련 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학교수 등으로 종목선정위원회를 자체 구성, 천안시에 명단을 전달했다.

창단추진위 운영과 종목선정위 구성의 실무를 맡았던 김은성 충남장애인테니스협회 전무이사는 "천안시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서두르기 위해 추진위와 종목선정위를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작년에 천안시가 7개 종목의 비장애인 직장체육팀 운영으로 38억원을 쓴 반면 장애인 체육 예산은 2억6000만원에 그쳤다"며 "천안시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천안시는 장애인 실업팀 창단에 동의하지만 일단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업팀 창단 종목을 둘러싸고 지역 장애인계 내에서 일부 이견이 제기되는 만큼 상반기까지는 장애인계의 종목 합의 진척을 지켜본 뒤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겠다는 입장.

이흥영 천안시 체육정책팀장은 "장애인계가 제출한 종목선정위 명단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장애인체육관을 활용하고 창단시 향후 좋은 성적을 거둬 지역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종목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개인종목과 단체종목에 따라 운영예산도 큰 차이가 있다"며 "충청남도와 예산편성 관계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명근 천안시의회 의원은 "장애인계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종목 선정과 실업팀 창단을 천안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25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실업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