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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
족두리풀은
벌써부터
시집이 가고 싶었지요
시집가서
꽃 같은 딸과
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
알콩달콩
깨 볶고 지지며
살고 싶었지요
엄마는
족두리풀에게
말씀하시곤 했지요 네게 딱 어울리는
천상 배필은
사모관대라는
이름을 가진 풀이라고
하지만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당최
그런 이름 가진 풀
자취조차 찾을 수 없으니
그게 걱정이지요
내일이라도
당장
시집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아
오늘도
족두리풀
아무 죄 없는
족두리만
만지작만지작
하루해를 보내지요
그럴 바엔
차라리 날
족두리풀이란 이름으로
태어나게 하지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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