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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돋아난 족두리풀. 꽃의 모양이 옛날 결혼식에서 신부가 쓰던 족두리와 비슷하여 족두리풀이라고 부른다.
막 돋아난 족두리풀. 꽃의 모양이 옛날 결혼식에서 신부가 쓰던 족두리와 비슷하여 족두리풀이라고 부른다. ⓒ 안병기

산기슭

족두리풀은

벌써부터 

시집이 가고 싶었지요

 

시집가서

꽃 같은 딸과 

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

알콩달콩

깨 볶고 지지며

살고 싶었지요

 

엄마는

족두리풀에게

말씀하시곤 했지요
네게 딱 어울리는

천상 배필은  

사모관대라는

이름을 가진 풀이라고

 

하지만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당최

그런 이름 가진

자취조차 찾을 수 없으니

그게 걱정이지요   

 

내일이라도

당장

시집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아

 

오늘도

족두리풀

아무 죄 없는

족두리만  

만지작만지작

하루해를 보내지요

 

그럴 바엔

차라리 날

족두리풀이란 이름으로

태어나게 하지나 말지.


#족두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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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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