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길섶에는 옥녀꽃대가 의연히도 버티고 있다.
산너머 구절양장 가신 님 보고파서
옥녀는 이슬 담아 올올이 새하얗도록
밤마다 홀아비꽃대 정성으로 빚었네
각시붓꽃이 색감도 요사스럽게 저 혼자서 교태를 부린다. 각시여서 저렇게 당당한 모습일까? 아마도 서방님은 저 각시를 한 시도 놓으려 아니했으려니...
대궁은 꼬여꼬여 피어난 꽃잎바탕
정갈한 이슬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저렇게 보랏빛 담아 서방님을 그리네
땅만을 더듬다가 더워서, 땀이 줄줄 흘러서 하늘 한 번 보려고 눈을 드니, 아니 그곳에 새하얀 나무꽃이 귀엽기도 하다. 이름하여 덜꿩나무. 지난 해에는 이름을 몰라 애면글면하다가 우리 두령님 신세을 졌는데 한 해 공부했다고 그냥 이름을 안다.
하늘을 보더니만 웬 하얀 진주랄까
두 이불 깔고서는 저렇게 또람또람
올해도 내눈에 들어 두근두근 가슴을
그렇게도 며칠을 헤매며 더듬으며 찾았던 반디지치. 풀숲에 얌전히도 숨어 있었다. 세월이 가면 이 진한 청색이 바래서는 불그스레한 꽃잎으로 바뀌어 새맛을 준다. 왜 이름이 반디지치였을까?
둘이서 나란나란 얼마나 다정한가
우리네 사람이란 서로가 아웅다웅
참말로 반디지치도 욕심일랑 맺을까
멀리서 지난 주에 두령을 따라갔다가 봤던 이 녀석이 내려오는 절벽 아래 무더기로 펴 있었다. 우리는 이름을 몰라서, 그런데 찰칵을 휴대하지를 않아서 찍을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궁여지책으로 가지 하나를 슬쩍 실례. 저 아래 차에는 찰칵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곡절 끝에 인터넷에 올려 알아낸 이름. 는쟁이냉이란다.
그런데 미나리냉이도 이쯤해서 피니, 잎으로 가려야 한단다. 꽃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얘기. 그래서 여기 저기 수소문해서 알아보고는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 이건 는쟁이냉이가 아니라 미나리냉이다. 그래서 미나리냉이.
우리는 산엘 가면 저절로 겸손해진다
이 풀은 이름 뭐니, 저 꽃은 이름 뭐야
그래서 는쟁이냉이, 미나리냉이 되었네
이제는 절벽을 내려왔으니, 바위가 물을 머금었다가 내주니 그곳에도 수생식물이 있으려니 했다. 그게 바로 미나리냉이다. 그 미나리냉이 아랫턱에 저 녀석들이 떡 버티고들 앉았다. 이제까지 내가 구경한 저 녀석들 종족들 중에서 저렇게 깔끔하게 단장한 녀석을 본 적이 없다. 이름하여 벌깨덩쿨.
자줏빛 저 점일랑 어제도 멍든 가슴
안으로 곰삭이다 비느니 하느님전
풀어줄 비 한 줄기를 한 소금만 주소서
이번이 두 번째 기사다. 남은 3회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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