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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뭐야, 갑자기 웬 삼보일배야? 아, 신영철 대법관 때문이구나. 그 사람 한 명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하네. 참 질긴 양반이야."

 

서초역 인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박아무개 변호사는 이쑤시개로 연방 이를 쑤시며 동료에게 말했다. 그의 눈길은 삼보일배 행렬에 가 있었다.

 

"아이고, 정말 질기네 질겨. 나 같으면 창피해서라도 나오겠다."

 

이에 낀 고기 조각을 일컫는 말인지, 아니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을 두고 한 말인지, 그는 더욱 심각한 얼굴로 이를 쑤시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동료가 받았다.

 

"그러게 그 양반 아마 명도 참 질기게 길 거야."

 

"신영철 참 질기다, 질겨"

 

이들의 말대로 신영철 대법관 한 명 때문에 참 여러 사람들이 고생이다. 법원 공무원노조는 18일 정오께 점심시간에 맞춰 서초동 주변에서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오병욱 위원장 등 법원 공무원노조원 약 3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교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지하철 2호선 서초역까지 약 200미터를 삼보일배로 이동했다.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세 걸음 옮기고 한 번 절을 하다보니 약 40분이 걸렸다.

 

삼보일배 행렬이 앞장섰고, 그 뒤로는 '근조 사법부 독립' '근조 사법부 신뢰'라고 적힌 만장이 뒤따랐다. 또 몇몇 조합원들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함께 "신영철 대법관은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와 관련해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들은 구호 등을 외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심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온 시민들은 이들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법원 공무원노조 쪽은 시민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당사자가 아직도 그대로 머물고 있다"며 "법원노조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며 세 걸음 걷고 무릎 꿇고 엎드려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오병욱 법원노조 위원장은 삼보일배 행사를 마친 뒤 "신 대법관에게 삼보일배를 권한다"며 "버려야 할 걸 버릴 때 해결책이 나온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오 위원장은 "이용훈 대법원장도 사죄의 뜻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법관 승진제도 등 법원의 관료제를 바꾸는 사법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이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죄를 촉구했다.

 

이어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시민사회 진영도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대법관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이들이 같은 사안으로 기자회견을 연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이용훈 대법원장, 사건을 정치적으로 다뤄"

 

이들은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 문제는 법관 개인의 거취문제가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가름하는 척도이다"며 "신 대법관의 사퇴는 이제 한 시도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법관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주성, 독립성을 짓밟은 이가 왜 이렇게 버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죽 답답했으면 후배 판사들이 나서 사퇴를 촉구하겠느냐"고 개탄했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을 징계위원회가 아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사건을 다뤘다"며 "대법원 스스로가 법원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이 대법원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이들 시민사회 진영은 "앞으로 더 이상의 기자회견은 없다"며 "신 대법관이 끝까지 버틴다면 이제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영철 대법관의‘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 회원들이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의‘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 회원들이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신영철#촛불재판#이용훈#법원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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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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