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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부슬 부슬 슬피 내리더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다.

 

한때 그의 지지자였으면서도 정작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땐 그의 정책이 못마땅한 것이 있어 나름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그새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는지, 그가 떠난 오늘은 마음이 영 슬프고 착잡하다.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블로그질도 하지 않았었지만 오늘 만큼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초이던가 모 케이블 방송에서 이른바 우주신과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빵상 아줌마'를 다룬 적이 있다. 오늘 문득 그녀가 한 '예언(?)'이 떠올랐다. 이 아줌마 신기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당시 빵상 아줌마는 "노무현은 역사상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그 말이 왠지 불길하게 들렸었다. 사실 두고 두고 그 말이 잊혀지질 않았다.

 

그런 불길한 예감은 노무현이 박연차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서거 소식을 듣고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불행한 대통령은 많았다.

 

이승만은 4.19로 하야했고, 박정희는 수하의 총에 저격 당했다. 이런 예로 볼 때 노무현이 특별히 더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자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자살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몹시도 안타깝고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노무현은 현직에 있을 때 그다지 인기가 많은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봉하마을로 내려가면서 또 다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범한 시골 아저씨 같은 차림으로 촌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바랬었다. 우리 나라에도 퇴임 후 행복하고 아름답게 사는 대통령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말이다.

 

집안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한동안 할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방문을 열면 거기에 할아버지가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하곤 한다. 어쩌면 노무현도 그런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텔레비전을 켜면 언제라도 9시 뉴스에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소식이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지도 모르니까. 그만큼 그의 서거 소식은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이제 더이상 살아 있는 노무현은 없다. 그는 흘러간 역사일 뿐이다. 그래서 슬프다. 옛날엔 임금이 죽으면 일반인들까지 상복도 입었다는데, 오늘 만큼은 그를 기리며 맘껏 슬퍼하는 것도 좋을 것같다.


#노무현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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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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