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열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거 당일 각 언론사 누리집 메인 화면에는 제호와 로고를 검은색으로 바꾸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한다"는 문구가 올라왔다. 하지만 유독 <KBS>만 오늘(25일) 오전에서야 "노무현 전 대통령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를 로고 옆에 올렸다. '서거'라는 말은 뺀 채.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재임기간과 함께 서거 직전까지 가장 대척점에 섰던 <조선일보>조차 어제(24일)부터 <조선일보> 제호색인 빨간색을 검은색으로 바꾸고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무리 살았을 때는 지향점이 달라 비판과 비난을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죽음 앞에서는 예를 다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임을 <조선일보>는 알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누리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 중 하나를 선택하여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로고 상징색인 빨간색이 검은색으로 바뀐 것은 내 경험상으로는 창간 후 처음일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 어느 언론사보다 애증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 나섰을 때 인터넷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뷰를 생중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민주당 경선을 생중계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광주 경선 생중계는 압권이었다. 물론 재임기간 동안 <오마이뉴스>와 지향점이 다른 정책을 추진할 때 강하게 비판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비판은 <조중동>과는 결이 다른 비판이었다.

 

포털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포털과 언론사 중 가장 발 빠르게 로고를 검은색글씨로 바꾸고, 추모했다. <네이버>와 <야후>, <파란>같은 다른 포털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고, 추모게시판을 만들어 누리꾼 수십만 명이 추모글을 올렸다.

 

 

<KBS>는 지난 토요일 KBS 2TV의 '천하무적 토요일'을 그대로 방송했다가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은 "공영방송인 KBS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도 불구하고 예능프로그램을 방송했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MBC>는 23일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이어 '무한도전'의 편성을 취소했다. 24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역시 편성을 취소했다. <SBS>도 23일 '스타주니어쇼 붕어빵'과 '놀라운 대회 스타킹', '그것이 알고 싶다' 편성을 취소했고 24일에도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골드미스 다이어리'의 편성을 취소했다.

 

물론 <KBS>는 채널이 두 개라 채널 두 개 모두를 노 전 대통령 추모를 위한 보도로 채우는 일은 한계가 있고, 오락과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한다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락과 예능은 안 되고, 드라마는 되느냐는 비판이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KBS>는 공영방송이다. 민영방송인 <SBS>와 노 전 대통령을 그토록 비판했던 <조중동>, 인터넷 포털까지 애도와 추모를 했는데 오락과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늦게서야 메인화면에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문구를 올린 것은 적절하지 않다.

 

<KBS>는 노 전 대통령 장례 기간 중 방송과 취재에서 다른 방송과 비교해서 더 제한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KBS>가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1년도 안 되어 무참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이 감정에 못이겨 <KBS>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노 전 대통령 서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모든 면에서 <KBS>가 언론으로서 자기 자리를 다시 찾기를 바란다.


태그:#KBS, #노무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