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봉하마을에 가려면 '작은 고생 2종세트'를 감수해야 한다. 바로 걷기와 줄서기다.
승용차를 타고 와도,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걷는 거리는 마찬가지다.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길엔 왕복 2차로 길이 있지만 이 길엔 지난 23일부터 경찰이 나와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장례물자나 음식 등 꼭 필요한 물자와 방송장비 등을 실은 차량들은 통과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마을 앞 1Km 지점인 금봉마을 삼거리에서 차를 돌려야 한다.
그래서 많은 조문객들이 반드시 걸어야 하는 길이 바로 이 1Km 정도의 마을 앞길이다. 이 길이 조문객들로 하여금 유유히 걸으며 노 대통령에 대한 추억을 정리하게끔 하는 길이 되고 있다. 짧은 걷기 코스이지만 '봉하올레'라 할 만하다.
마을로 들어가는 방향에서 보면, 이 길 오른편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다. 왼편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고, 그 속으로 까만 가물치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개울을 건너면 작은 언덕에 굽은 소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조문객들은 이 언덕 소나무 그늘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봉하마을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논이 펼쳐지는데 그곳이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오리농법을 실험하던 장소이다. 모내기를 한 뒤 6월경에 오리를 방사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논두렁가에 있는 노란 오리집에서 오리를 볼 수 없다.
또 마을 입구 왼쪽 산 중턱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모 묘소가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되던 날인 2002년 12월 19일에도, 퇴임한 뒤에도 간혹 이곳에 들러 참배했다.
부모 묘소 아래에는 봉하경비 숙소라는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에는 노 전 대통령의 경비대원들이 기거하고 있다.
이 시골 정경을 양 옆으로 펼친 채, 오는 조문객들은 이 1킬로미터의 길을 걸으며 영정 앞에 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오는 조문객들은 유유히 담소하며 고인에 대한 기억들을 나누는 것으로 조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부산 사람들은 YS(김영삼) 배신했다고 노무현이를 그렇게 싫어했다 아니가. 그런데도 시장 뽑아 달라고 나오데. 그때 뽑아줬으면 부산시장 해갖고 부산이 얼매나 좋아졌겠노."
26일 오후 친구들과 함께 조문 온 것으로 보이는 한 경상도 아주머니는 이렇게 고인을 추억했다.
분향을 마친 추모객들이 방문하는 곳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사저다. 경찰이 경비를 삼엄하게 하고 있어서 근접하지는 못하지만 먼발치에서 볼 수 있다. 그 뒤편으로 보이는 바위는 부엉이 바위다. 노 전 대통령이 이승을 하직한 곳이다. 많은 추모객들은 그곳이 보이는 길가에 서서 폰카를 찍거나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회상한다.
지난 25일 밤에는 이 '봉하올레' 길에 촛불 행렬이 길에 늘어졌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이들이 길가에 촛불을 놔두기 시작하면서 촛불 행렬이 이 길 끝까지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만큼 장례 주최측은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봉하마을과 주요 교통편을 잇는 셔틀버스가 마련됐다.
봉하마을로 가는 셔틀버스 노선은 밀양역·김해공항, 진영시외버스터미널·진영역, 진영 공설운동장 등 3갈래다. 총 12대의 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다니고 있으며 운행시간은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다.
조문객 수에 비해 버스 대수가 충분치 않아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3~4시간이 걸려 조문을 마친 조문객들은 걸어서 봉하마을을 나간 뒤에도 봉하마을 입구에서 줄을 서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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