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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 그가 세상을 떠나던 5월 23일 밤. 공주 시민단체 사람들은 공주 금강 둔치 공원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이날 둔치 공원에서는 한창 '청소년의 날'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재)충청남도소년육성센터와 (사)한국 BBS대전충남연맹공주지회라는 단체에서 주관했는데 그들은 몇몇 연예인을 불러놓고 세상물정 모르는 청소년들과 더불어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충청남도와 공주시에서 주관하고 충남교육청에서 후원) .

 

늦은 밤까지 떠들썩하게 진행되는 축제 현장을 보다 못한 시민단체 사람들이 행사 측에 자제해 달라 요청했지만 그들은 축제 마지막을 장식하는 축포까지 쏘아 올렸다. 공주의 밤하늘을 꽝꽝 울리는 불꽃놀이를 벌였다. 금강을 펑펑 울렸다.

 

한쪽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슬픔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단체들이 신나게 축포를 터뜨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날 금강은 펑펑 울렸다

 

겉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통해 한다면서 '조문방해'를 위해 서울광장을 여전히 차벽으로 에워싼 저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끝내 죽음으로 몰아세운 이명박 정부의 속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서거 당일 날, 축포를 터뜨린 무지막지한 저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저들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밭에 매달려 풀과 싸워가며 내내 고통스러웠다. 나는 과연 그의 죽음 앞에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되묻고 되물었다. 누가 과연 그의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나는 '노사모'도 그 무엇도 아니다. 그저 글줄이나 끄적거리며 논밭을 일구는 시골 촌부일 뿐이다. 나는 바보 노무현, 그가 대통령에 출마할 때 인권변호사 시절이며 그의 패기 넘쳤던 청문회를 통해 정치꾼들과는 다른, 낮은 자세로 바른 일을 할 사람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를 지도자로 뽑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선과 부정부패로 똘똘 뭉친 저들은 곧바로 속성을 드러냈다. 그의 올곧은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끝내는 탄핵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무기를 치켜들고 무차별 공격해 왔다. 그를 지켜내기 위해 아이들과 더불어 촛불을 들고 저들과 맞섰다. 그리고 우리는 지켜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사람, 하지만 그는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압력에 군대를 보탰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야만적이고 위선적인 저들과 연정을 꿈꿨다. 농민들의 한숨소리를 뒤로 한 채 한미 FTA를 추진했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대통령 못 해먹겠다' 말했을 정도로 힘에 부쳤을 그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의 압력에 굴할수 밖에 없는 뼈아픈 현실에 나는 대체 무엇을 했는가를 반성하기 이전에 노무현, 그 또한 별수 없는 정치인이라 여겼던 것이다.

 

헌정사상 가장 정직했던 대통령, 그는 미련 없이 청와대를 떠났다. 그가 떠났을 때 위선과 거짓으로 중무장한 저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고뇌 했던 대통령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낮은 자세로 국민들과 함께 하고자 애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노무현이 권력을 휘두르지 못한 얼마나 바보같은 대통령이었는지를 일깨워 주듯 야만적인 권력을 총동원해 촛불 든 선량한 백성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그것도 전과 14범의 전력을 자랑하는 대통령이 법치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고향 사람들과 어울려 촌부가 되어가고 있는 노무현, 하지만 저들은 유유자적하는 그를 그냥 놔두질 않았다. 온갖 추접한 방법을 동원해 그를 꺼꾸로 세워놓고 먼지털이 수사를 시작했다. 그는 바보같이 주변사람들의 고통을 짊어지고 저들의 융단폭격을 막아서 죽음을 선택했다.

 

그의 죽음은 최후통첩과도 같은 것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제 잘난 맛에 도취한 소인배들이 설쳐대는 세상에 그는 죽음이라는 가장 낮은 자세를 선택했다. 그는 실천하는 철학자였고  '삶과 죽음을 하나'로 여겨 자신을 죽이고 자신을 살려낸 성인(聖人)이나 다름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 같은 어리석은 백성들을 일깨우고 힘없는 백성들을 사랑했던 진정한 지도자였다.

 

그의 죽음은 단지 자신의 가족들이며 동지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고 따라주었던 힘없는 백성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는 무지막지한 저들을 향한 최후통첩과도 같은 것이었다. 저들의 야만성에 신음하는 나 같은 어리석은 백성들을 지켜주겠다는 죽음을 불사한 항거였다.

 

나는 그 사실을 그의 죽음을 통해 뒤늦게 깨달은 어리석은 백성이었다. 그랬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은 무지막지한 저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끝까지 믿고 지켜주지 못한 나 또한 그의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그가 떠난 하늘을 향해 고개 들지 못한 채 꽃 한 송이를 올리고 있다. 그의 영전에 두 무릎 꿇려 꽃 한 송이 올리고 촛불을 지핀다. 눈물로도 지울 수 없는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고개 숙이고 있다.

 

그렇게 그를 믿고 따랐고 그를 등졌던 어리석은 백성들은 진실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워 견딜수 없어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부끄러워 한다는 것은 의로움의 시작이라고. 그 의로움으로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한다는 것은 고통 받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그가 죽음까지 불사하며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사랑'인 것이다. 그가 남기고 간 사랑을 위해 분노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의롭지 못한 세상을 향해 촛불을 지피는 것은 부끄러움을 녹여야 하는 산자들의 몫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태그:#노무현, #어리석은 백성,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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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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