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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어투가 '조금' 강합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면서 며칠이 더 흘렀다. 아니나 다를까 참 '까는' 소리 많이 나오더라. 대표적으로 김동길, 변희재. 그래, 이 사람들은 굳이 내가 안 까도 될 것 같다. 너무 해맑게 나오는 대로 말해 주는 탓에 스스로 '하수'임을 자부하더라. 그냥 냅두자. 그렇게 살다 가겠지.

 

아니, 혹시 모른다. 이 두 사람 걸어온 길을 봐서는 몇 년 뒤쯤에 노무현이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대통령이자 대한민국 유일의 희망이었다고 말할지. 내 말 못 믿겠으면 두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찾아 보시라. 정말 화려하다. 진정한 자유인이 따로 없다.

 

그럼 그들이 존경하고 배워야 할 '고수'들을 보자. '고수'들은 '하수'들처럼 대놓고 까지 않는다. 왜? 금방 '뽀록' 나니까. '고수'가 왜 고순가. 욕 먹으면서도 결국엔 다 자기 뜻대로 되거든. 이제 인터넷도 좀 되고 과거 정보도 다 볼 수 있으니까 그런 거 안 먹힌다고? 천만의 말씀. 착각들 좀 고만 하셔. 혼란의 집합장인 인터넷은 그들에게 과거보다 더한 잔치판이다. 이건 저번에 대충 설명했으니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다. 나중에 좀더 자세히 '썰'을 풀어야 할 일이기도 하고. 고맙게도 한 인터넷 신문사에서 파란색까지 씌워 줬으니 링크 따라가서 함 보시길. 

 

http://jabo.co.kr/sub_read.html?uid=27880&section=sc1&section2=

 

일단 우리나라 '최고수' 조선일보부터 보자. 23일자 신문 사설보고 감탄했다. 역시나 조선일보는 배신하지 않더라. 일단 노무현은 '사거'고 박정희는 '서거'다. 베스트 댓글 보니까 전자는 '서거'고 후자는 '사형'이라고 고쳐야 한다는데 뭐 이거야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고. 어쨌든 평소에 잘 안 쓰는 한자로 써 놓으면 대충 넘어갈 줄 알았나 보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씨바'. 사망이 뭐냐!!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라!'고 격렬하게 항의하자 서거로 바꿨나 본데 '니미'…… 내 전자사전에 동아 새 국어 사전 들어 있거덩. '사망'치니까 동의어로 '사거'나오고 '사거'치니까 동의어로 '사망' 나오더라.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24일자 사설에서는 박정희가 '사거'고 노무현은 '서거'다. 하려면 일관성을 갖고 하시던가. 만날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본심을 모르겠잖아)

 

그리고 사설 전반에 흐르는 단 하나의 내용. '노무현 뇌물 먹었어요. 뇌물 먹었어요. 뇌물 먹었어요. 뇌물 먹었어요…… 뇌물 먹다 죽었어요…… 그 주위 사람들도 다 뇌물먹었어요요요요요요……' 그래. 니들이 그렇지. 수십 년 동안 이렇게 써대니까 해맑고 순수한 변희재 같은 분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거잖아. 그 사람은 지금도 이렇게 생각할 걸?

 

'내 비록 지금은 이렇게 욕을 먹지만 그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우매한 민중들은 내 뜻을 모르겠지만 언젠가 진실이 밝혀 질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우매한 자들이여. 언제쯤 냉정을 되찾고 제대로 본질을 파악할까…… 사건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진실을 전달한 나를 후세의 자손들은 인정해 주리라.'

 

농담 같지? 근데 아마 아닐 거야. 내 생각에 김동길, 변희재 정도의 발언쯤 되면 스스로 확고한 믿음 없이 그런 말 못한다. 적어도 자기는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을사오적이 나라 팔아 먹었을 때도 지들은 그게 진짜 애국하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잖아. 아니,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언론세뇌수준은 북한이랑 비슷했는데 뭐. 광주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에까지 참가하셨던 스승님 한 분도 그러더라. 자기 어릴 때도 그 분 없으면 나라 망하는 줄 알았다고.

 

별 상관 없는 애긴데 스승님이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시더라. 서울에서 6월 항쟁 초반,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을 때 말이야. 그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랬다더라. '개XX들, 복잡하게 뭐하는 거야. 만날 데모만 하고.' 뭔가 좀 와 닿지 않아? 지금이랑 바뀐 거 하나 없다는 사실. 그 뒤로 사람들이 점점 더 거리로 나아가 본격적으로 대세가 기우니까 지나가는 사람들도 찍소리 안 했다 그러더라고.

 

뭐 그건 그렇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그럼 동아는 어떨까? 별다를 거 없다. 큰형님이 가시던 길, 그대로 따라가야지. '지가 한 일 때문에 죽었어요…… 뇌물 먹었잖아요…… 맞잖아요……그렇잖아요요요요요' 조선, 동아 일보의 사설을 보고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눈곱만큼이라도 느꼈다면 국어 공부 다시 하길 바란다.

 

중앙은 적어도 이번 사설에 한해선 조선, 동아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떡밥을 '너무' 깔진 않았다는 말이다. 즉, 관계 없는 제 3자가 언뜻 보면 아리송하다는 말이지. 근데 이런 말이 있더라.

 

'분명한 근거 없이 '검찰 책임론'을 몰아붙이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당했던 언론의 비판을 감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 '씨바'.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그렇다. 그런 것이다. 우리는 분명한 근거 없이 까대면 안대는 것이다. 니들은 되는데 우리는 안되는 것이다. 근거 없이 감정적으로 까댄 우리는 진짜 멍청한 민중이었던 것이다. 언론의 비판은 정당했고 우리는 그냥 감정적으로 매도나 하는 3류 국민이었던 것이다.

 

언제가 얼핏 학교에 신문을 무료로 제공할 거라고 들었다. 이 땅의 10대들이여. 국어 공부한다고 사설만 파다가 '지대로' 바보 되는 수 있다. 가끔 가다 꽉 막힌 어른들 보면 미친 듯이 답답하지? 울화통 터지고 막 우울증 생길 것 같지? 사람이 왜 저러나 싶지? 웃을 거 없다. 니들이 그런 신문만 한 10년 읽어 봐봐. 언론 통제된 상태에서 한 10년 넘게 같은 논조만 읽어 봐봐. 사람 그렇게 안되나. 데미안을 지으신 헤르만 헤세형님께서 신문 읽을 봐야 좋은 책 찾아서 읽으란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이렇게 말해도 니들은 아닐 것 같지? 굉장히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는 것 같지? 지금 생각해 보니까 10년도 필요 없을 것 같다. 희한한 선임 만나서 군대 2년만 갔다 와봐라. 졸병일 때 걔 엄청 '씹다가도' 니들 걔랑 똑같이 한다. 니들은 그런 리더십 밖에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먹혔으니까 니들도 똑같이 한다는 거지. 운 좋게 괜찮은 선임이나 본인이 정말 정신상태가 똑바로 박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다 그러더라.

 

아, 하고 싶은 얘기는 미친 듯이 많은데 오늘따라 더욱 정리가 안 된다. 그래도 아는 사람은 대충 다 알아먹으리라 본다. 며칠 사이에 답답함, 슬픔, 분노가 수십 번이나 왔다 갔다 하니까 나도 죽겠다.

 

내고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좀 까려면 '제대로', '신속히' 까라는 거. '신속히'는 이미 물 건너 갔으니까 그렇게 까고 싶으면 제대로 함 까보라 이거다. 이왕 사람 죽이려고 마음 먹었으면 그게 예우 아닌가? 로마시대의 노예한테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라 본다. 콜로세움에 가둬 놓고 몇 달 며칠을 칼을 찔렀다가 뺐다가…… 당사자만 그랬음 몰라. 바로 눈 앞에 있는 아들, 딸, 친구들의 여기저기를 단도로 푹푹 찌르는 걸 구경시켜 줬는데 참…… 니들만 알고 싶은 거 아냐. 우리도 알고 싶다고. 그게 진짜 뇌물인지 아닌지.

 

내가 한번 말해 볼까? 그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냐? 노무현이 전대통령의 신분이 아니라 변호사로 싸웠으면, 나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으리라 본다. 그런데 노무현은 변호사 아니거든. 5년 동안 언론이 만들어 놓은 '막말의 신'에다가 몇 달 동안 철저하게 밟아 놓은 전 대통령이거든. 무슨 말을 하든 안 통하게끔 말이야. 무슨 말을 하든 구차하고 변명같이 들리게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할게. 연막 그만치고 까려면 진짜 납득 갈 수 있게 제대로 함 까봐 봐. 흐리멍텅 '죄가 있는데…… 죄가 있는데…… 아 확실히 나오진 않는데 대충 맞아요……대충 그런 거 같아요……'이렇게 몰고 가지 말고. 그거 앞으로 평생 동안 울궈 먹는 거 눈꼴 시려서 어떻게 보냐? 좀 잠잠 해지면 또 그렇게 깔 거 아냐. 죄가 있긴 있는데 그냥 봐준 거라고. 불쌍하니까 그냥 덮은 거라고. 그리고 오해 할까 봐 얘기하는데 나는 그 반대도 못 봐. 덮어 놓고 미화하는 거. 그거 절대 아니거든. 니들도 그거 눈꼴 시렵지? 적어도 그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돼. 그에게는 미화도 모욕이고 폄훼도 모욕이거든. 그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니까.   

 

마지막 부탁이다. 까려면 정말 제대로 까고 자신 없으면 그냥 하지마. 언론인의 양심을 걸고 기다 싶으면 하고 아니면 하지마. 적어도 나는 언제든지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그리고 그게 당신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구원의 길이고.

 

p.s. : 참고하시라. 이 글을 쓰고 난 이후에 발견한 기사라 덧 붙인다. (26일 저녁, 27일 새벽에 올라온 기사다.)

뭐, 각각 대표적인 진보와 보수 신문이니 불평은 없으리라 본다.

이래봤자 고인이 돌아올 리는 없지만.

 

경향신문 盧 전대통령 서거 전부터 檢 내부서도 "수사 이상하다"

한국일보 [盧 국민장] "억대 시계 본 적도 없다고 억울해 해"

 

by 죽지 않는 돌고래


태그:#노무현, #변희재, #김동길, #조선일보,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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