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국 시계가 잠시 멈춘 가운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국민들의 추모 물결을 두고 소요사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펴 물의를 빚었다.
한나라당 "국민 애도... 변질돼 소요사태 일어날까 걱정"
안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지금 국민장을 준비하고 있고 애도기간 중에 있다. 참으로 어려운 때"라고 말문을 연 뒤 "저는 이것을 정치적으로 잘못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어서 이를 변질시키고 소요사태가 일어나게 될까 봐 정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장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도록 모든 경계를 잘해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안 원내대표는 또 "북핵 사태로 세계적인 경악과 분노를 같이 주고 있는 이 때 국민장의 슬픔에 젖어 참으로 큰 이 위기를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도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안보 의식을 더욱 강화하고 경계를 철통 같이 해서 안보를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노력 해달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찰이 덕수궁 시민 분향소 주변인 시청 앞 '서울광장'을 폐쇄하고 분향소 주변을 과잉 경비해 시민들이 반발하는데도 소요사태 가능성을 거론하며 되레 경비태세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이유로 안보정국 조성을 꾀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 해 '쇠고기 촛불집회'를 놓고도 '배후론'을 들먹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민주당 "속으론 딴 생각하나"... 진보신당 "북핵 이용해 긴장국면 조성"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온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겉으로는 국민장을 얘기했지만 속은 딴생각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가는 처신을 하고 있다"며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또한 정 대표는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국민장을 의결했으면 거기에 걸맞은 준비와 절차가 보장되고 조문을 원하는 국민들이 힘들지 않게 애도를 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서울광장 개방을 촉구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국민들의 순수한 추모와 애도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발언"이라며 "한나라당 원내대표인지 공안검찰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국민장에 모일 일반 시민들을 잠재적 소요세력으로 규정하는 소위 공안세력의 시각"이라며 "서거와 관련한 비판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북한 핵실험을 이용해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한나라당이야말로 불순한 음모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논란일자... 한나라당 "진의 잘못 전달돼" 해명
한편,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한나라당은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해명에 나섰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오는 29일 국민장이 국민의 깊은 애도 속에 경건하고 엄숙하게 치러지도록 최대한 잘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혹시라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자는 취지의 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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