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애통하며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는 이런 엄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패션문화의 저변확대와 강남지역 패션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강남 패션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 기간동안 한복패션쇼, 대학생 등 신진 디자이너 패션 콘테스트, 유명 디자이너 패션쇼 등이 열렸고, 패션업체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패션마켓과 어린이들에게 패션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한 패션 키즈드로잉전 등을 개최했다.
이 같은 행사 개최에 대해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행사가 열리는 근처에서 근무한다는 한 주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으로 오전부터 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겼는데 오전부터 귀청 떨어지게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행사를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이 죽었다면 과연 오늘처럼 행사를 진행할수 있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강남구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행사프로그램 중 유흥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은 취소하고, 행사규모를 간소화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자치구는 지역 축제나 이벤트성 행사를 취소하거나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이후로 연기하는 상황에서 강남구의 이번 행사 진행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강남구의회는 27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의미로 본회의 시작 전에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것도 한 구의원이 이의를 제기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됐다.
이의를 제기한 이경옥 의원은 "그래도 전직 대통령이고 나라에서도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주민의 대표기관인 구의회에서 애도의 표시를 보이려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구청도 애도를 표시하는 현수막이나 직원들이 근조 리본조차 달고 않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하지만 구청은 "국민장 장례위원회로부터 어떻게 하라는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구청 자체적으로 현수막이나 근조 리본을 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노 전 대통령이 강남지역과 부동산 문제 등으로 적대적인 관계를 가졌다 해도 인간적인 도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하지만 지난 주말 행사에서 구청장이 웃으면서 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 주민자치위원회 회장은 동 주민들과 약속된 야유회 행사를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로 연기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두고도 강남만의 지역 정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이길 바란다"는 한 주민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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