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봉하마을 분향소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제대로 엉덩이도 붙이지 못한 채 허겁지겁 뜨거운 국밥을 먹는 조문객 4명이 눈에 띄었다. '편히 잠드십시오. 저희 가슴에 모셔두겠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가방에 묶고, 태극무늬 상의와 짧은 검은색 반바지를 입은 중년 남성 4명은 일반 조문객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사람들은 국밥을 먹다 말고 그들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맞은편에 앉아 힐끔힐끔 쳐다보던 아주머니가 식사를 하다 말고 마침내 큰 소리로 물었다
"아이고 아저씨예. 자전거 타고 오셨습니꺼?"
"아니예. 우리는 창원 시청부터 김해까지 3시간 넘게 뛰어왔습니더."
아주머니가 한 손엔 국밥, 다른 한 손엔 숟가락을 들고 신발은 반쯤 구겨 신은 채 아저씨들 밥상에 합류했다.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자 주재열(52)씨는 자신들이 인터넷 카페 '다음'의 "58년생 개띠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라고 밝혔다. 차를 타지 않고, 왜 뛰어 오게 됐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편히 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예.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고, 대통령을 마음 깊이 기리면서 뛰니까 금방 온다 아닙니꺼."
또 다른 일행인 조종수(52)씨도 "오는 길에 노 대통령이 생전 자주 가시던 길을 들려서 왔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비쳤다.
그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자마자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의 분향소로 향했다. 그 곳에는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오붓한 모습이 담긴 사진, 십자수로 된 초상화, 조문객들이 빼곡하게 쓴 추모의 글들이 놓여 있었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그들은 하얀 국화꽃을 차마 집어 올리지 못하고 멀리서 묵념을 올렸다.
일행 중 민주당 경선 때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왔다는 한형신(52)씨는 "(노대통령) 퇴임 전에 봉하 마을과 봉화사에 다녀온 후, 아들과 함께 다시 와보자고 약속했었는데……"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부터 하루에 100km씩 뛰어 서울 영결식에도 꼭 갈 생각입니다"
주재열씨와 동료들은 이미 29일까지 단체 휴가를 낸 상태다.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저희 가슴에 모셔두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슈퍼맨의 망토처럼 목 뒤로 단단히 고쳐 맸다.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촛불 사이로 그들은 '노무현 망토'를 휘날리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지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들은 멀리서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힘들어도 가신 분 생각하면 뛸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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