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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4일 오전 서울 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액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학자금지원 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4일 오전 서울 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액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학자금지원 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정부, 신용유의자 등록 유예 발표해

27일 정부는 규제개혁위원회와 관계 장관 합동회의를 진행하고,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하겠다며, '한시적 규제유예' 과제 280개를 확정,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의 일부분으로 학자금 대출 후 6개월 이상 연체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하던 것을 졸업 후 2년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1만명이 혜택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한시적 규제 완화, 폐지는 '마른 수건을 다시 한 번 짠다'는 심정으로 마련했다며, 이번 발표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금융채무 불이행자' 등록 유예 발표에 대해 55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넷은 또 '찔금' 대책을 내놓고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등록금넷은 논평을 통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조기에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면, '마른 수건'을 짜는 것이 아니라, '새 수건'을 마련해야 하고, '새 판'을 짜야 한다"며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신용유의자 증가는 정부의 정책에 기인해

그렇다면 왜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발하는 것일까? 문제를 발생시킨 요인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한 현상에만 착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신용유의자의 급증은 학자금 대출과 연관이 깊다. 2005년 2학기부터 정부는 이자 지원의 형태로 진행하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를 신용보증방식으로 바꾸었으면 그 때부터 신용유의자가 급증했다.
                            
표 1 연도별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 현황과 신용유의자 현황. 
주) 신용유의자: 연체정보 등이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을 말함. 학자금 대출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한 학생을 신용유의자로 등록하게 됨. (※ 자료 출처: 교육과학기술부)
표 1연도별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 현황과 신용유의자 현황. 주) 신용유의자: 연체정보 등이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을 말함. 학자금 대출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한 학생을 신용유의자로 등록하게 됨. (※ 자료 출처: 교육과학기술부) ⓒ 조민경

물가상승률의 2-3배로 등록금이 인상되어, 어느새 연간 1000만 원 시대가 열렸다. 더 이상 서민 가계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되었으며, 이에 많은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로 바뀌면서 학자금 대출 금리는 평균 6 - 7%를 상회했다.

표 2 학기별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이자율
표 2학기별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이자율 ⓒ 조민경

정부의 이자 지원이 일부 이루어지긴 했으나, 신용유의자의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대학생 신용유의자 1만 명 시대가 열렸다.

정부가 자율화 운운하면서 대학 등록금 인상을 방기한 탓에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었으며, 장학 사업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고율의 이자로 학자금 대출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신용유의자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대폭적인 예산 확충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면, 신용불량 문제 자체를 해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영구적으로 유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2년만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이러한 대책을 내어놓고 대단히 큰 결단을 내린 것처럼 '마른 수건'을 운운하고 있으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기 중에 이자를 내지 않는 등록금 후불제

경제대란, 민생대란과 겹쳐서 고액의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자 정부는 각종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학생, 학부모들은 미봉책이라고 대응했다. 심지어 '언 발의 오줌누기'라고 표현하기에도 미흡한 대책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봉책만 나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정부의 등록금 정책이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과 관련된 것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 자율화 운운하며 정부는 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장학금을 일부 확충하고, 학자금 대출의 보증을 늘리며,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할 뿐이다. 이러한 틀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니,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른 수건'을 열심히 짜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것으로는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 등록금넷이 발표한 것처럼 이제는 '새 수건'을 마련하고, '새 판'을 짜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실질적은 등록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새 판은 '등록금 후불제' 도입이다. 이는 학기 중에 정부가 등록금을 대납해주고 졸업 후 일정 소득이 된 후, 세금으로 상환하는 제도이다. 학기 중에는 이자가 없으며, 학생들은 학문에 전념할 수 있다. 정부의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 유예는 대학생과 학부모의 심리적 부담만 완화시킬 뿐이지만, 등록금 후불제는 경제적 부담까지 완화시켜준다. 지난 5월 7일 한국장학재단 설립으로 이러한 제도 도입은 더욱 손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등록금 상한제, 차등책정제 입법화도 조속히 실행해야

더 나아가 정부는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등록금 상한제, 차등책정제의 내용을 담은 등록금 해결 법안의 입법화를 조속히 실현해야할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는 등록금의 금액의 상한선을 긋는 제도이고, 차등책정제는 가계 소득의 차이에 따라 등록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각기 18대 국회에 발의해놓은 상황이다. 이러한 법과 제도의 도입으로 정부는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서, 등록금 자체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할 때이다. 그럴 때 등록금 문제는 비로소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마라

하지만 정부는 온갖 대책을 발표하고 대단히 생색을 내면서도, 이러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는 주저하고 있다. 등록금넷에 따르면, 교과부는 추경 예산 편성에 관한 등록금넷 정책의견서에 대한 답신을 통해,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서는 '학생의 전공과 이수학점수, 대학의 여건 등에 따라 적정 등록금 수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율이나 인상 금액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등록금 차등 부과제 또한 '차등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 설정이 어렵고 동일한 교육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차등 부과 하는 것은 의견 대립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결국 도입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새 판 짜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대책 발표는 국민들의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할 것이다.

벌써부터 대학생, 학부모들은 2학기 등록금 마련을 걱정하고 있다.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실질적인 등록금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학기가 되기 전에는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실무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은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입니다. 더 자세한 활동 소식을 알고 싶은 분들은, cafe.daum.net/downstop으로 오시면 됩니다.



#등록금#등록금넷#신용유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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