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죽인 로마 정치가가 영원히 기억되듯,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인 이명박 대통령의 기획수사 역시 몇 백 년 동안 기억 될 것이다."강론에 나선 김병상 신부의 지적이다. 그는 "예수를 처형한 장소에 로마가 경비병을 세웠듯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 온 시민들을 전경으로 둘러쌌다, 치졸하다"며 "수구 기득권 세력의 공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한 쓴소리는 그의 몫만은 아니었다. 기도에 나선 이들도, 추도사를 낭독한 신부도 이명박 정부에 날을 세웠다. 28일 저녁 명동성당 대성전과 별관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추도미사'는 노 전 대통령에 애도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였다.
29일 오전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을 앞두고 추모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이날 저녁 7시부터 열린 추도미사에는 2200여명의 신자들이 몰려, 성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성당에는 용산 참사 유가족 5명과 함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문희상·이미경·박지원·송영길 의원 등 노 전 대통령과 정치를 함께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모든 이의 가슴 속에서 부활했다"
20분 가량 가톨릭 성가와 성경 구절이 성당 안에 울려 퍼진 후, 강론에 나선 김병상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는 "최근 몇 달 동안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바보가 죽음을 맞았다"며 '바보 노무현'을 추억했다.
"돈 버는 법조인이 아닌 인권변호사로 선택한 바보이며, 지역감정에 맞서 계속 낙선한 바보다. 대통령 재임 때 공안기관을 동원하지 않은 바보다. 시민들의 기본권을 확립하고 한미 관계의 균형을 위해 노력한 바보다. 퇴임 후 낙향한 바보다. 이러한 바보의 비극적인 최후는 국민과 크리스천들의 양심과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이날 추모미사에 나선 신부들이 입은 제의의 색깔이 검은 색이 아닌 흰색이라고 김 신부는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렬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이 모든 이의 가슴 속에서 부활해 살아있음을 느껴, 신부들이 부활절에 입는 흰색 제의를 입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국민 소통과 정치 통합을 이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김 신부는 나머지 강론을 이명박 정부 비판으로 채웠다. 그는 "예수를 처형한 장소에 로마가 경비병을 세웠듯이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 온 시민들을 전경으로 둘러쌌다, 치졸하다"며 "수구 기득권 세력의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을 내쫓아 행정질서를 훼손했고, 안전한 쇠고기를 요구한 시민들에 물대포를 쏘았다"며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엄마들을 조사하고 협박했고,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신부는 보수 언론을 두고 "수구 언론이 앞장서서 국민분열을 주도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검찰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검찰 때문이라는 게 전 국민의 생각"이라며 "검찰이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수천억원을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0억명의 크리스천들의 기도문에는 예수를 죽인 로마인 정치가가 나온다,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 그 이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기획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죽였다는 사실 역시 몇 백 년 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를 빼앗기고 나니, 당신의 위대함이 다가옵니다"
이어진 기도와 추도사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뜻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우리나라는 어떠한 참상보다 정치 지도자의 그릇된 판단에서 오는 비극이 너무나 큽니다"라며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지도자가 목자일 때, 백성들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역사적 교훈을 겪은 민족임을 알고 불의에 항거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또한 그는 "서민대중과 노동자들의 죽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며 "더 이상 약자들을 짓밟는 정치, 복수하는 정치, 편 가르는 정치가 깨달음으로 각성되어 주님께서 행하신 보살피고 희망을 주는 평화의 정치로 거듭 나, 공익을 위한 위정자들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라고 빌었다.
마지막으로 추도사를 낭독한 정진호 신부는 "민중의 값진 승리인 2002년 대선 뒤, 우리는 '대통령 못하겠다'는 당신을 밀어냈고, 당신의 무수한 말을 말로 뭉갰다"며 "지금에서야 우리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정 신부는 약속했다.
"우리는 당신의 죽음을 방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살린다며 생명을 죽이고 방송장악음모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빼앗기고 보니 당신의 위대함이 다가옵니다. 인권·민주화·평화통일 등의 가치를 추구하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당신의 고귀한 뜻이 실현되는 것을 지켜봐 주십시오. 편히 쉬십시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