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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시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민족시인 쉐브첸코가 쓴 시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화폐 100그리벤에 초상화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시인이다. 우리네 만 원 권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는 가난한 농노의 아들로 태어나서 갖은 고초를 다겪은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우크라이나의 자존심이다.

 

자유의 빛

 

밝은 빛 고요한 빛

자유의 빛 찬란한 빛

무엇 때문에 결박되어

쇠사슬에 족쇄를 찬 것이냐

무엇 때문에 머리에 보자기를 쓰고

십자가에 매달린 것이냐?

 

안 된다. 떨치고 일어나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라.

정다운 벗이여.

저주로운 보자기를 던져 버려라.

제단의 향로 불에 담배를 붙이고

성상들을 아궁이에 처넣어라.

그리고 새 집들을 깨끗이 하자.

 

꿋꿋한 삶을 살아온 작가 쉐브첸코는 3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결혼도 못하고. 그러나 그는 지금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위대한 작가다. 자신의 신념을 죽을 때까지 지킨 위대한 시인이자, 우크라이나어로 문학작품을 쓴 작가로 우크라이나어를 아름다운 예술언어로 체계화한 사람으로 추앙받는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필자가 지난 2000년 연변교포 문학인들의 도움을 받아 평론과 함께 언론에 소개한 민족시인 심연수 시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는 일제시대 일본에서 고학을 하며 공부하다 광복 일주일을 앞두고 용정에서 일경에게 몰매를 맞고 죽음을 맞은 시인이다. 독립운동가 시인 이기형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광복 일주일 전쯤에 지식인들이 이미 해방의 분위기를 읽었다 한다. 그런데 일제의 극악함은 극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아래 그의 시(詩) '고집'을 보자. 당당한 조선의 청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삶이란 당대의 조건이 어떤가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조건도 다르게 나타난다 생각된다.

 

고집

 

고집을 써라 끝까지

티끌만한 순종도 보이지 말고

타고난 엇장을 굽히지 말라

벽을 문이라고 우기고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우기고

소금이 쉬여 곰팽이 낀다고 뻗치고

사탕이 썩어 냄새난다고 뻗치라

우기고 뻗치다 꺾어진건 통쾌해도

뉘게다 굽석거리는 꼴은

보기 싫도록 역겨웁더라

 

우리는 '신념의 위대함'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낯선 나라 시인의 신념에 가득찬 삶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임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을 생각해보자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내가 보는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신념을 갖고 일생을 승리의 삶으로 이끌어온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한 시인이 1860년에 쓴 위 시가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인상지어 주는 듯하다. 또한 우리의 대통령이었던 시인(?) 노무현은 '사람이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선물해 주었음을 잊지 말자. 

 

강렬한 신념을 갖고 새집을 깨끗이 하자, 라고 하는 쉐브첸코의 시도 '고집'이라는 시에서도 마치 노무현 대통령의 말법을 보는 것만  같다. 깨끗이 하기 위해 결국을 자신을 부엉이 바위에 내던지고 적멸을 택한 듯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시는 최근에 필자가 쓴 시이다.

 

어떤 대상을 깨끗이 한다는 것 특히 대의적인 삶이나 정치적인 목표에 있어서 바른 목표가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도덕적인 가치 기준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그러나 대개의 현실에서는 그것이 무시되고 외면되는 것이 다반사다. 바로 오월학살을 자행하고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축적하고도 단돈 29만원 밖에 없다는 망발을 하면서 골프가방을 매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전모씨가 그런 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신의 결백을 이야기하다, 자신 주변의 모든 인사들에 수사가 미치고 스스로 도덕적인 사형선고를 내리고 급기야 자신은 자격없다는 종지부를 찍고 허망한 삶의 한 자락을 초개처럼 내던진 사람도 있다. 그것은 높은 도덕적 가치가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우리는 위정자들에게 도덕을 이야기 하지만 일상의 우리 삶에서 얼마나 높은 도덕적 가치 기준을 갖고 사는지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 길이 바른 길을 가고자 했던 한 사람의 정치 지도자이자 아름다운 인간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같은 사람의 죽음을 초라하지 않게 하는 것이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우리 모두가 아침처럼 맑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아래의 시를 바친다.

 

나는 아침이다.

 

 

내가 맑은 눈으로

하루를 살아갈 때

나는 아침이다.

 

내가 밝은 마음을 나누며

하루를 밝히고 살아갈 때

나는 아침이다.

 

누가 아침인가?

누가 어둠인가가 아닌

내가 아침인가?

 

삶이라는 연속된 질문

그 질문에 누가 겁 없이 답하랴

그저 내가 그렇게 될 때

내가 아침이다.

 

내가 아침이 되자하고

그렇게 살아갈 때

그때 내가 아침이다.

 

아침이 찬란한가?

내가 찬란한가?

아침은 희망인가?

내가 희망인가?

 

내가 아침이다.

그렇게 새벽을 깨우는 사람

그들을 우러르며

나는 아침이다.

 

맑고 밝은 아침이

오늘 나와 함께 일어났다.

 

시인 노무현이 보여준 삶의 진리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에 항거했다면, 그는  우리의 현실에 당면한 요구인 지역차별성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쟁취하고, 때로는 서민과 약자의 이익을 대변해야하는 시기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살아가는 당대의 현실에 부여된 사명을 회피하지 안고 살아가는 것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그가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적 사명에 정면으로 대응한 한 사람의 정치인이자, 인간! 노무현을 오늘 영원히 떠나보내지만 기억 속에서 뚜렷이 그는 살아남을 것이다.

 

단 한 편의 절명한 시(詩)로 7천만을 울린 시인(?) 노무현! 오늘 그는 부활하고 있다.

 

그는 "고집"스럽게 살았던 사람이다. 그 아름다운 고집을 우리는 삶에서 사명으로 안아야 할 때다. 그것은 사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공동체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7천만을 울려버린 그의 유고시!

 

<유서 원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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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인 노무현, #우크라이나 니꼴라예프 시인 김형효, #심연수, 쉐브첸코, 노무현, #신념의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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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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