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대통령후보 시절의 남편에게 쓴 편지가 장례식날 네티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29일 노 전 대통령의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는 권 여사가 2002년 11월 19일 쓴 편지가 올라왔다. 이 편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홈페이지에 공개됐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권 여사가 편지를 쓸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벌이고 있었는데, 편지에는 부부가 선거기간 동안 함께 나눴던 고난과 기쁨의 추억이 절절이 배어있다.
2002년 4월 5일 당내 후보경선에서 장인의 좌익 전력이 논란으로 부상할 때, 노 전 대통령은 "얼굴도 모르는 장인 문제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하겠습니까"라는 감성적인 연설로 색깔론을 잠재웠었다. 권 여사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던 당신, 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 깊은 사랑에 저는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또한 권 여사는 같은 해 노사모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희망돼지 저금통을 전달한 일을 떠올리며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이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금쪽 같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받고는 눈물을 글썽거렸다"며 "그 날 당신 곁에 서 있는 동안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힘들어도 그 길은 가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30년 당신 곁을 지켜 온 바위같이 앞으로도 당신 곁을 지키겠다"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권 여사의 편지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제목 :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건호 아버지 보세요.
건호 아버지 !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이 나이에 당신한테 편지를 쓴다는 게 쑥스럽지만
마주보고 하지 못하는 말을 글로 대신합니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집을 나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제게 많은 시련과 역경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씩씩하던 그 걸음걸이는 여전하더군요.
여보 힘드시죠?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이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금쪽 같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받고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 날 당신 곁에 서 있는 동안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힘들어도 그 길은 가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 안 하겠다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던 당신,
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 깊은 사랑에
저는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0년 당신 곁을 지켜 온 바위같이
앞으로도 당신 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여보, 끝까지 힘내세요.
-당신의 아내 권양숙-
200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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