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경호관 진술은 왜 달라진 것인가? 경호관들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당황해서 그렇다'고 밝히고 있지만, 매끄럽지 못한 진술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1일 오전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현장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사저를 나오고 부엉이 바위에 오른 시각에 맞춰 2일 새벽 현장검증을 벌인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에 대한 서면 조사 등을 거친 뒤 조만간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일까지 경찰이 밝힌 수사 결과를 근거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경호관들의 진술이 달라진 것은 크게 3가지다. 노 전 대통령이 바위에서 추락할 당시 경호관이 옆에 있었는지 여부와 노 전 대통령이 경호를 받지 못한 시간, 투신한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한 시간 등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새벽 5시 44분경 사저에서 유서 파일을 컴퓨터에 최종 저장했다. 1분여 뒤 그는 경호관한테 "등산 나갈게요"라고 한 뒤 복장을 준비해 새벽 5시 47분경 출발했다.
경호관은 대통령 추락 당시 같이 있지 않았다지금까지 경찰 발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당일 오전 6시 10분경 부엉이 바위 정상에 도착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뒷산에 있는 정토원으로부터 100m 떨어진 이정표 10m 전방에서 "힘들다, 내려가자"고 말했으며, 이에 경호관은 초소에 "하산하신다"고 무전 연락했다.
1차 경찰 발표 때,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이 바위 정상에서 "담배 있는가, 저기 사람이 가네"라고 한 뒤 뛰어 내렸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호관의 그러한 진술은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이 바위에서 떨어질 때 경호관은 심부름 가고 없었던 것.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한테 정토원 선진규 법사가 있는지 확인해보라며 심부름을 보냈다. 경호관은 이날 새벽 6시 14분경 정토원으로 향했다가 6시 17분경 바위에 도착해 두리번거렸지만 노 전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이 경호받지 않은 전체 시간은?노 전 대통령이 경호를 받지 않은 시간은 30분 안팎이었다가 다시 35분 안팎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27일 경찰은 2차 발표 때 "대통령이 경호를 받지 않은 시간을 약 31분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경호관이 이날 새벽 6시 14분경 정토원으로 향했고, 돌아와 다른 경호관한테 '차를 대라'고 전화한 시간은 6시 45분경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1일 경남지방경찰청은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한 시간은 이날 오전 6시 50분에서 51분 사이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추락한 뒤 발견한 첫 시각은?노 전 대통령이 바위에서 떨어진 뒤 경호관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시각도 달라졌다. 당초 경찰은 지난달 23일 새벽 6시 45분경 경호관이 추락한 노 전 대통령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1일 이노구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이아무개 경호과장이 6시 47분경 '부엉이 바위 밑으로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약수터 쪽으로 뛰어 내려왔고, 파란 물체가 보여 무전통신으로 '차 대라'고 다른 경호관한테 말했다"며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한 시간은 6시 50분에서 51분 사이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경호과장은 당일 오후 1시 29분과 1시 51분, 2시 12분에 걸쳐 세 차례 청와대 경호처에 문서로 보고했다. 이노구 수사과장은 "경호과장이 서거 당일 세 차례에 걸쳐 청와대 경호처에 보고하면서 '투신 당시까지 함께 있었다'는 내용의 허위 보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수사과장 "처음에 당황해서 그랬던 것 같다"경호관은 왜 진술을 다르게 하고 있을까? 이노구 수사과장은 "어제 경호관이 울면서 진술하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당황해서 그랬다고 한다"면서 "사건 발생 직후 대통령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했다는 충격과 자책감 등으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수사과장은 "사소한 부분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전체 흐름은 같다"고 덧붙였다. 경남경찰은 2일 새벽 부엉이바위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