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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인이 가져다 준 산낙지.
 지인이 가져다 준 산낙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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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낙지 좀 잡아요."
"낙지를 어떻게 잡으라는 소리에요?"
"여기 있잖아요."

난감합니다. 횟집 등에서 먹기 좋게 나오는 낙지는 아주 즐겁게 먹습니다. 그런데 직접 요리를 하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속수무책입니다. 뜸을 들여야 했습니다.

"어디에서 가져온 거예요?"
"아는 사람이 낙지가 생겼다며, 살아 있으니 싱싱할 때 먹어라 주데요."

헉! 다 아는 처지에 산 채로 그냥 주다니…. 아내와 아이들이 지켜보는 처지라 '못한다' 이실직고 할 수도 없고. 신이시여!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제게 주시옵니까?

"산낙지에 소금을 묻혀 쫙쫙 훑어라 대요!"

 요 산낙지를 소금에 쫙 훑어라니 난감했습니다.
 요 산낙지를 소금에 쫙 훑어라니 난감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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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에비가 못하는 줄도 모르고, 아들 녀석 하는 말이 더 가관입니다.

"아빠, 낙지가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빨리 먹고 싶어요."

부자지간엔 이심전심이라던데 이럴 땐 영 '아니올시다!'입니다. 저 녀석을 뭘 먹고 낳는지 원. 그렇다고 아빠 체면에 "네가 잡아라"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이럴 땐 부모님께 가져가야 합니다. 그러면 '싱싱할 때 어서 먹어라'며 성화실텐데. '에라이~, 모르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뭐'라 생각하며, 겉으로는 호기롭게 "어디 보세"하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랬는데 아내가 한 술 더 뜨더군요.

"산낙지에 소금을 묻혀 쫙쫙 훑어라 대요."

첩첩산중이라더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짐짓 태연한 척, "그래"하고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도마와 칼을 놓고, 소금을 찾았습니다.

"아빠, 그렇게 해가지고 요리가 되겠어요?"

 천우신조로 산낙지를 포기하고 삶은 낙지.
 천우신조로 산낙지를 포기하고 삶은 낙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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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라고?"
"낙지 머리를 들어 머리부터 쫙쫙 훑어라니깐."

"몇 마리 해."
"두 마리만 하세요. 나머진 내일 아침 부모님 갖다 드리게요."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일단 낙지 대가리를 잡아 두어 번 훑었습니다. '쫙쫙'이 아니라 '살살' 말입니다. 그런데 낙지가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눈을 뜨고 똑바로 쳐다보더군요. 에고~ 에고~. 속으로 '요 불쌍한 걸 어떻게 훑어'하며, 달달~ 떨었지요.

"하하하~. 아빠, 그렇게 해가지고 요리가 되겠어요? 쫙쫙 해라잖아요."

진짜, 저것들을 뭘 먹고 낳았지 싶더라니깐요. 옆에서 아내는 산낙지 찍어 먹는다며 기름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아내가 산낙지를 포기하고 물을 데우더군요.

그리고 하는 말, "낙지볶음이나 할까요" 하더군요. 천우신조 아니겠어요. 낙지를 가로챈 아내, 끓는 물에 낙지를 넣었습니다.

"몸살이 걸렸는데 그것 먹고 다 나았다. 고맙다!"

 낙지볶음 먹느라 고생했습니다.
 낙지볶음 먹느라 고생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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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아~악."

아내의 기겁한 비명소리. 이걸 보고 부창부수라 하야 하나요? 완전히 상기된 표정으로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왜 그래?"
"끓는 물에 넣었더니 낙지가 발버둥 치고 나오잖아. 잉잉잉~, 나 몰라~, 잉잉잉~."

데친 낙지를 꺼내 먹기 좋게 잘라 아내에게 건넸습니다. 그렇게 낙지볶음이 완성되었지요. 맛있었냐고요? 말도 마세요.

음식점에선 그렇게 맛있게 먹던 식구들 손이 통 가질 않았습니다. 물론 아들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아내는 두 점, 딸은 한 점 먹고 말았지요. 저만 독박 썼지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산 걸 그냥 주면 어떡해."
"내가 잡아 줄걸 그랬나. 지금 가서 잡아줄게."
"됐거덩요."

아침에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제 밤에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 내가 그렇잖아도 몸살이 걸렸는데 그것 먹고 다 나았다. 고맙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산낙지#낙지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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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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