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왜 충주야. 점점 더 시골로 들어가네. 천안보다 더 멀지?"
"그러게요. 그런데 큰형님이 시골에 안살면 우리가 시골구경을 못하잖아요."
"하긴 그렇다."
지난주 올케와 난 천안에서 충주로 이사간 언니네집에 갔다. 평일이라 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교직에 계셨던 형부가 퇴직하고 본격적인 전원생활로 접어든 것이다. 천안과 큰 차이는 아니지만 충남에서 충북으로 가서 그런가 기분상 꽤 먼느낌이 들긴했다. 언니집에 도착하니 앞집의 누렁소가 우리를 반겨주는 듯했다.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누렁소다.
"와 언니 좋다. 집도 이쁘게 잘 지었네. 꼭 팬션에 놀러 온 것같다."
"형님 정말 좋아요."
언니가 웃는다. 안으로 들어갔다. 비나 눈이 오는 날 주방 식탁에 앉아서 내다보면 정말 분위기가 끝내줄 것 같았다. 동네가 다 보이는, 조금은 높은 곳에 있는 언니집. 뒤에는 산이 있고 바로 집앞에 텃밭이 있으니 그야말로 꿈같은 전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게 언니 운전면허를 따 놓으라니깐. 여기 교통이 너무 안좋아서 앞으로 어쩔거야."
"나 원래 잘 안나가니깐 괜찮아. 운전 잘 하는 니네들이 자주 오면 돼지."
한가지 흠이라면 교통이 그다지 좋지 않아 외출은 마음대로 못할 것 같았다. 하루에 버스가 3번인가 있다고 한다. 말이 쉽지 어디 그렇게 자주 가게 될런지. 집을 새로 지어서 아직 미완성인 곳이 많았다.
새집을 짓고 이사한 것이 한달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집전화도 안 되었고 휴대폰도 불통이 될 때가 더 많았다고 한다. 하기사 우리가 전화를 해도 먹통일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인터넷은 아직도 되지 않았고 앞으로 된다 해도 설치비가 많이 들거라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안하니깐 그런대로 지낼만 하다고 한다. 이젠 잊어버린 것같다고 한다.
집을 새로 지으면 생각지도 않던 돈이 계속 들어가기 마련이다. 집까지 들어올 수있는 길이 없어 길까지 새로 만들어야 해서 상상 외로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언니는 "니네들 만약에 시골에 땅 살 때에는 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잘 보고 사라"며 경험담을 말해준다.
집앞 텃밭으로 나가봤다. 어느새 고추, 상추,오리, 옥수수 등 채소들을 잔뜩 심어났다. 올케가 그것들을 보더니 "고추 우리한테도 파세요" 하며 눈독을 들인다.
"언니도 이거 심어봤어?"
"그럼 형부 혼자 못해. 힘들어서."
"저기 봐라. 여기는 돌이 어찌나 많은지 돌밭이야.저기도 정리 하려면 큰일났다."
"언니, 주변을 둘러보니깐 여긴 진짜 시골같다."
"그래 저녁 9시만 되면 캄캄해. 집에 혼자있으면 무서워. 며칠 전 형부가 어디갔다가 밤10시까지 오지 않아서 주방에서 어디쯤 오나하고 창문만 내다보고 있었다니깐."
여간해서 무서움을 타지 않는 언니가 그러는 것을 보면 정말 무서웠나 보다.
"고모부 며칠 동안 어디가실 일 없으신가?"
"왜 와 있게? 있으면 어때. 언제든지 오고싶을때 와."
공기 좋고, 매연도 없고, 손을 씻어보니 미끌미끌거리는 것이 마치 온천에 온느낌이었다. 요즘 난 아파트에서 꽃씨를 받고있다. 내년에 언니네 집에 들어가는 입구를 꽃길로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꽃씨를 받다보니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만 꿈꾸던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그곳에서 자리잡으면 나도 시골생활을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