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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하마을에 추모벽화를 그리러 온 자원봉사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분향을 하고 있다.
봉하마을에 추모벽화를 그리러 온 자원봉사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분향을 하고 있다. ⓒ 이주빈

경기도 양주에서, 안산에서, 경상도 대구에서 그리고 전라도 광주에서 출발한 자원봉사자 52명이 3일 오후 5시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모인 곳은 경남 김해 진영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곳이고 분향소가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2학년생부터 40대 후반의 가장까지, 미대생부터 가정주부까지.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까닭은 봉하마을에 고 노 전 대통령 추모벽화를 그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오는 5일까지 봉하마을길에 있는 연석에 추모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바보 노무현 기리는 마음으로 추모벽화를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와 부인과 함께 가족 네명이 추모벽화 그리기에 참여한 이수행(광주)씨는 "이 손이 역사를 그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작업복을 펼쳐보이며 "이 문구가 오직 저의 마음"이라며 "의미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 배경옥씨는 "내 아이들이 여러분처럼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면서 추모벽화작업을 제안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젊은 대학생들과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역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참여한 김영희(광주)씨는 "여러분과 함께 서툴지만 추모벽화를 함께 그리면서 내 마음속에 평생 쓰러지지 않을 작은 비석 하나 세우겠다"고 참가 동기를 말했다.

서울 추계예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는 정다윤씨는 "노 전 대통령께서 살아계실 때 관심을 갖지 못하고 하필 돌아가시고나서 관심을 갖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그림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추모벽화가)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너무 슬퍼서 친구들과 함께 이번 추모벽화 그리기에 참여하게 됐다"는 조아현씨. 그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요즘 많이 보고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업적 같은 것이 잘 그려진 다큐멘터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번 봉하마을 추모벽화 작업은 그동안 시골버스 정류장 등에 무료벽화 봉사를 해온 '좋은세상 만들기(대표 정수)'가 준비해왔고 진행한다. 정수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벽화를 그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마침내 이렇게 성사가 돼 눈물도 날 것 같고 기분이 좋다"며 "좋은 결과를 이뤄내자"고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병기 봉하마을 이장(사진)은 주민들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에게 숙소로 마을회관을 내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마을회관을 공짜로 사용할 수 없다"며 갹출한 돈을 냈다.
이병기 봉하마을 이장(사진)은 주민들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에게 숙소로 마을회관을 내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마을회관을 공짜로 사용할 수 없다"며 갹출한 돈을 냈다. ⓒ 이주빈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추모벽화를 그리러 온 좋은세상 만들기 정수 대표(왼쪽)의 설명을 들으며 격려하고 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추모벽화를 그리러 온 좋은세상 만들기 정수 대표(왼쪽)의 설명을 들으며 격려하고 있다. ⓒ 이주빈

완성이 목표는 아니야... 추모벽화 릴레이 그리기 기다려요

봉하마을 주민들은 추모벽화를 그리러 온 젊은이들을 위해 마을회관을 잠자리로 내주고 마을 연석에 벽화 그리기를 허락해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병기 봉하마을 이장은 "우리 주민들은 아직도 노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있다"면서 "49재가 곧 있는데 여러분들이 이곳까지 오셔서 대통령님을 추모하는 일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의 6재에 참가하고 봉화산 정토원에서 내려오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추모벽화 자원봉사자들과 우연히 마주치자 "먼 곳까지 오셔서 좋은 일을 해주니 고맙다"고 격려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디자인을 토론하는 마을회관에 밤 10시경 친히 들러 "이렇게 아름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젊을 줄 몰랐다"면서 격려했다.

한편 봉하마을 추모벽화 그리기는 좋은세상 만들기 회원이자 광주민족미술인협회 간사인 허진씨가 처음 제안했다. 그리고 추모벽화의 메인 콘셉트인 '봉하마을로 가는 노란 리본을 단 오리들'은 초등학교 교사인 김강씨가 디자인했다.

이들은 추모벽화를 그리기 위해 각자 회비를 냈으며 주위로부터 응원 협찬을 받기도 했다. 광주의 한 페인트상점 사장은 이들이 그릴 페인트를 협찬해주었다. 광주의 송정농협과 김해 진영농협은 자원봉사자들이 타고 오갈 버스를 대절해주었다.

3일 저녁 추모벽화를 그릴 연석에 밑바탕 색을 칠한 이들은 4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추모벽화를 그려 오는 5일 오후 마무리할 예정이다. 모든 연석에 추모벽화를 그리기보다는 5일 오후까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려 나머지 몫은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릴레이로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김영인(28)씨는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모이니까 꿈도 현실이 될 것"이라면서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허진씨의 말처럼 우리가 봉하마을에 추모벽화를 그리는 것이 꿈인 줄 알아도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모으니 현실이 됐다"면서 이번 추모벽화 참가자들은 물론 전국의 젊은이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전국에서 모인 52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봉하마을에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그림을 그려갈까. 4일부터는 그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추모벽화를 그릴 자원봉사자들이 작업복으로 입을 흰색 옷에 자신들이 직접 도안한 디자인을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용두사두라 그린 글귀가 선명하다.
추모벽화를 그릴 자원봉사자들이 작업복으로 입을 흰색 옷에 자신들이 직접 도안한 디자인을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용두사두라 그린 글귀가 선명하다. ⓒ 이주빈

 오후 5시 무렵 봉하마을 마을회관에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이 밝은 다짐을 하고 있다.
오후 5시 무렵 봉하마을 마을회관에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이 밝은 다짐을 하고 있다. ⓒ 이주빈


#봉하마을#노무현#추모벽화#좋은세상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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