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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함이 남긴 책력을 활용하여 기우제의 기적을 연출하는 소녀 미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사다함이 남긴 책력을 활용하여 기우제의 기적을 연출하는 소녀 미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 MBC
드라마 <선덕여왕> 제13부에서 '사다함의 매화'라는 의문의 존재가 제기되면서 이것의 정체를 놓고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관심이 한껏 증폭되었다. 하루만인 제14부에서 그것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틀간의 미스터리 극장은 막을 내렸다.

드라마 속의 '사다함의 매화'란 이런 것이었다. 신비한 권력자 미실(고현정 분)의 '연인 중의 연인' 사다함은 자신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세종(독고영재 분)에게 시집간 미실을 원망하기는커녕 도리어 미실의 권력을 강화시켜줄 선물을 남기고 죽는다.   

사다함이 보낸 선물 보자기를 열어보니, 상자 하나가 나오고 그 위에 매화 송이가 놓여 있었다. 선물 상자 위에 매화가 놓여 있었다 하여 이 선물을 '사다함의 매화'라고 불렀지만, 실제로 이 선물의 핵심은 매화가 아니라 상자 속의 물건이었다.

상자 속에 담긴 것은 러브레터 1장과 가야 책력이었다. 여기서 책력이란 1년 동안의 날짜와 함께, 해와 달의 운행 혹은 월식과 일식 또는 특별한 기상변동 따위를 날짜순으로 적은 책으로서, 농업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고대국가에서 농민지배 즉 백성지배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는 시간 및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에 대한 정치권력의 지배를 시간의 측면에서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미실 절대권력의 비결은 '책력'

그런데 미실은 사다함이 남긴 가야 책력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남편인 세종에게마저도 비밀로 한 채 책력을 혼자서만 탐독하고 통달한 미실은 그 지식을 바탕으로 신비한 기적들을 연출했다.

나라에서 아무리 기우제를 올려도 비가 내리지 않다가도 미실이 기우제에 나서기만 하면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졌다. 또 미실은 언제 월식이 이루어질지도 잘 맞추곤 했다. 이러한 기적의 연출을 통해 미실은 신라 정계에서 권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기적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실상 그것은 기적이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책력 속에 나오는 기상 지식을 바탕으로 대충 언제쯤 비가 내리고 언제쯤 월식이 이루어질지를 예측한 상태에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실은 정보의 독점을 통해 권력을 극대화했던 것이다. 

가야 책력 덕분에 '재미'를 두둑이 본 미실은 기상 지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중국 상인을 통해 최신 중국제 책력을 입수했고,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그 중국 책력을 신라의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경제에 꼭 필요하지만 후진국 신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력을 혼자서만 읽었기 때문에, 미실이 비도 내리게 하고 월식도 맞추고 하는 등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고 또 그런 기적을 바탕으로 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진흥왕이나 진평왕 같은 사람들이 미실 권력의 원천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는 것이 드라마 <선덕여왕>의 이야기다.

실제 '사다함의 매화'는 유언이었다?

ⓒ iMBC

물론 위의 이야기는 드라마 속의 허구일 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위작 논란이 있는 현존 <화랑세기>(필사본)에 따르면 미실의 연인 사다함이 죽기 직전에 실제로 미실에게 '값진 선물'을 남긴 적이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로 치면, '사다함의 매화'라 할 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 선물은 실제로도 미실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죽기 직전의 사다함이 미실에게 준 선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역사기록에 따르면 사다함의 죽음은 무관랑이라는 인물의 죽음과 연관된 것이었다. <삼국사기> 권44 '사다함 열전'에 따르면, 사우(死友, 죽기까지 변치 않는 벗)인 무관랑의 죽음에 정신적 쇼크를 받은 사다함은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7일 만에 사망했다. 

<화랑세기> 제5세 풍월주(화랑도의 수장) 사다함 편에 따르면, 여기에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었다. 이에 따르면, 사다함(생존 545~561년, 풍월주 재임 555~561년)은 색을 밝히는 자기 어머니가 자신의 낭도인 무관랑과 밀회를 갖는 것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했다. 이 때문에 사다함에 대해 미안해하던 무관랑이 몰래 도망가려고 담장을 넘다가 해자(성을 둘러싼 못)에 빠져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을 입은 무관랑이 얼마 후에 숨을 거두자, 이를 애통해한 사다함 역시 야위고 병들다가 결국 7일 만에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자기 부하와 어머니의 섹스 스캔들과 그로 인한 부하의 사망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죽었다는 게 <화랑세기>의 설명이다.

그런데 죽기 직전에 사다함은 사랑하는 미실을 위해 '값진 선물' 하나를 남겼다. 그 선물은 책력이 아니라 유언이었다. 유언? 어떤 내용이었을까? 유언의 내용이 <화랑세기> 제6세 풍월주 세종 편에 나온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사다함의 죽음이 임박하자 전임자인 제4세 풍월주 이화공이 그를 감싸 안고 울면서 "그대가 만약 일어나지 못하면 누가 (풍월주의 자리를) 계승할 것인가?"라며 애통해했다. 그러자 사다함은 "미실의 남편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실의 남편 세종에게 자기 자리를 넘겨주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 것이다. 그만큼 미실에 대한 사다함의 애정이 간절했던 것이다.

귀신이 돼서도 미실을 보호하고 싶었던 사다함

ⓒ iMBC

<화랑세기>에 따르면, 죽기 얼마 전에 사다함은 '파랑새'라는 노래를 통해 한편으로는 자신을 아프게 하고 여위어 죽게 만드는 미실을 원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아침저녁으로 미실 부부를 보호하고 싶다는 희망을 노래한 적이 있다.

죽기 직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평소에도 사다함이 미실 부부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점을 보면, 미실의 남편에게 풍월주의 자리를 넘겨주고 싶다는 사다함의 유언이 가식적인 게 아니라 절절한 진심을 담은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실의 남편을 차기 풍월주로 강력 추천한 사다함의 유언은 이화공을 통해 지소태후(진흥왕의 어머니)에게 보고되었다. 하지만, 지소태후의 초기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내 아들은 약하고 어린데 어찌 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 지소태후의 답변이었다.

세종의 풍월주 취임에 대해 태후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는 미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우선 남편인 세종을 설득했다. "사다함은 나를 연모하다가 죽었습니다. 죽음에 임박하여 한 마디를 했으니, (그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장부가 아닙니다"라며 세종에게 풍월주 취임을 강권했다. 

미실의 말이 옳다고 여긴 세종은 자기 어머니인 지소태후를 설득했고, 이에 따라 지소태후는 사다함의 유언을 수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미실의 남편 세종이 사다함의 뒤를 이어 561년에 제6세 풍월주에 취임하는 한편, 미실의 정부인 설화랑도 부제(화랑도의 2인자)의 자리를 지킬 있었다는 것이 <화랑세기>의 설명이다.

미실, 남편 세종 그리고 정부 설화랑까지 살린 사다함

사다함의 유언 덕분에 미실의 남자들인 세종과 설화랑이 화랑도의 최상층부를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미실의 권력을 강화시켜주는 요인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위와 같이 사다함은 자기를 저버리고 더 좋은 데 시집간 애인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 대한 사랑을 더욱 더 활활 불태웠다. 미실에 대한 사다함의 애정은 질투의 감정마저 초월하여, 죽기 직전의 사다함이 미실의 남편을 자기 후계자로 강력 추천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미실의 권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실제의 사다함이 미실에게 남긴 선물은 드라마 속의 '사다함의 매화' 책력보다도 훨씬 더 값진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의 '사다함의 매화'는 미실의 남편 세종에게도 비밀로 유지된 채 오로지 미실을 위해서만 기능한 데에 비해, 실제의 '사다함의 매화'는 미실은 물론 미실의 남편 세종과 미실의 정부 설화랑을 위해서까지 효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선덕여왕#미실#사다함의 매화#사다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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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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