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가 안전구조진단과 상관없이 건물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던 삼천포 중앙시장 배수펌프장 피해보상 논란이 16일 내린 큰비로 또 다시 갈등양상을 띠고 있다.
이날 오전10시께, 시간당 30mm의 많은 비가 쏟아지자 배수펌프장 공사장 가까운 곳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백아무개(47) 집에는 벽에서 빗물이 콸콸 쏟아졌다.
건물에 금이 가고 바닥에서 물이 새어 나와 보름 넘게 여관생활을 하고 있는 백씨는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사천시청 시장실로 달려갔다. 집을 보수해주겠다는 말은 많았지만 실질적인 진척이 없자 김수영 시장에게 직접 확답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 시장은 이미 청사 바깥으로 나가고 없는 상태였다. 점심시간을 훨씬 지나서도 시장을 만날 수 없자 강의태 지역개발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백씨는 이 자리에서 "곧 아이가 방학을 맞는다. 언제까지 아이를 혼자 여관에 생활하게 해야 하나?"라고 물으며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빠른 시일 안에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겠다"는 강 국장의 답을 듣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비슷한 시간, 공사장 인근의 한 모텔에서도 벽에서 비가 새자 주인 김아무개(62)씨가 발을 구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는 보수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자꾸 새로운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임시방편으로 보수했다가 나중에 점점 더 큰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누가 책임지나?"
김씨는 또 "비가 이렇게 내리는 데도 공사업체에서나 사천시에서나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오후, 배수펌프장 공사 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사천시 재난안전관리과 직원이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날이 좋아지는 대로 최대한 빨리 보수하겠다"는 재난복구담당 권상현(6급)씨의 약속을 듣고서야 마음을 조금 풀었다.
이날 펌프장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빗속에서도 이집 저집 돌며 서로의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주민들은 시와 시공업체의 '완벽 보수'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주민들은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응급처방이 아닌 안심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사천시와 시공업체가 약속한 '완벽 보수'를 바라보는 피해주민들의 기대치가 사뭇 다를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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