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9살 노조 간부의 아내가, 4살과 8개월 된 두 아이를 둔 엄마가, 목을 매어 자살을 했습니다. 왜 죽었습니까? 누가 죽였습니까? 누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까?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가장 최악의 상황일 때, 우리가 최고로 두려움과 공포로 몸서리 치고 있을 때 죽었습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공권력 투입이 입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쌍용차 창원공장 소속 노동자 부인이 한 말이다. '쌍용차 정리해고반대 창원가족 대책위' 소속 조현정씨는 21일 낮 12시 한나라당 경남도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대호MMI 정리해고 분쇄, 쌍용자동차 정부해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씨는 가족대책위 소속 회원들과 함께 하얀색 상복을 입고, 하루 전날 평택공장 소속 노조 간부 부인의 자살과 관련한 글을 낭독했다.
조씨는 "쌍용차 사태가 해결되고 정리해고가 철회되었다면 고인은 지금 남편과 두 아이와 가장 행복하고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아니 공권력 투입만 되지 않았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측과 경찰, 법원까지 가세해 오는 살인적인 공포와 절망을 느끼고, 남편의 안전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고통 속에서 보냈을 고인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눈에 보입니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어 조씨는 "고인의 죽음은 정리해고가 불러온 살인이며, 공권력 투입이 불러온 명백한 살인"이라며 "이 나라 정권과 공권력, 사측은 고인과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든지, 그동안 죽어간 쌍용차 노동자들과 젊은 아내를 살려내 꽃 같은 아이 품으로 돌려 보내든지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조씨는 "공권력 투입은 '참사'를 불러 큰 인명 피해를 불러오는 일"이라며 "그런데 자극적인 화면과 사진만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인명피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진정한 국민의 언론 아닌가, 언론이 공권력 투입 후 참사현장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참사를 막아내 달라"라고 요구했다.
조씨는 "4살과 8개월 핏덩이들 애미 목숨을 빼앗아 놓고도 공권력 투입을 멈추지 않는 이 나라 정부와 공권력, 사측을 보면서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너무도 너무도 기가 막히고 억장이 천만번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대호MMI 노동자 "힘차게 투쟁할 것"
이날 결의대회에는 창원 소재 공장인 대호MMI 소속 노동자를 포함해 150여 명이 참석했다. 대호MMI 사측은 정리해고를 통지했으며, 전국금속노조 대호MMI지회는 한 달 가량 공장 안팎에서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 사회를 본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소속되었던 금속노조 지부 정책부장의 부인이 손배가압류 등의 협박이 못 이겨 자결하고 말았다"면서 "쌍용차에서 정리해고 바람이 분 뒤 지금까지 노동자와 가족 등 4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들이 정리해고 없는 세상에서 편히 살기를 바라면서 우리가 더 머리띠를 동여매자"면서 "민주노총은 정리해고가 공동체를 파괴하고 살인에 이르게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는데, 귀에 전봇대를 박은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은 우리의 요구를 묵살한 채 공권력을 투입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쌍용차의 정리해고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제 가족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그런데도 이명박정권은 교섭으로 이 상황을 푸는 것이 아니라 폭압적인 공권력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임분두 대호MMI지회장은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몸은 피곤할지 모르지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통지표에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므로 남의 말을 잘 듣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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