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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전만해도 하늘을 검게 뒤덮었던 제비들을 볼 수 있었노라!' 어르신들은 종종 말하곤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적에도 제비들은 우리 집 처마에 무려 4쌍이나 둥지를 틀었다. 제비하면 할아버지는 둥지를 털어내고, 어머니는 그만 하시라고 실랑이를 벌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련한 기억속의 제비는 이제 도심에서건 시골에서건 쉽게 보기 힘든 여름철새가 되었다. 해마다 9월이면면 번식을 마친 제비들 수만 마리가 전기줄에 앉아 강남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하지만 빼곡하게 전기줄에 앉아 있던 제비들은 이제 듬성듬성 이빨빠진 모양이다. 제비를 대전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부지런히 새를 보며 쫓아다녀도 볼 수 있는 곳은 고작 노루벌, 월평공원 자연하천 구간 등 4~5군데 뿐이다. 대전의 자연환경이 그나마 나은 곳에 일부가 찾아오는 것이 전부이다.

전깃줄에 앉은 제비 가을이면 제비줄에 수만마리가 앉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전깃줄에 앉은 제비 가을이면 제비줄에 수만마리가 앉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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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이렇게 급감한 데는 2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맹독성의 농약이다. 농경지주변의 곤충을 먹이로 하는 농약에 중독 된 곤충을 먹어 2차 감염되어 수가 급격히 줄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들의 주거 형태가 현대식으로 바뀐 것이다. 농촌에도 집을 개보수하여 둥지를 틀 처마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흥부전에 박씨를 물고 오는 제비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는 살지 않는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를 희망했던 제비에게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인 처마를 없애 다른 곳으로 쫒아냈다. 또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폐가가 늘어나는 것도 제비의 삶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

대전의 경우는 지나친 도시화도 한몫 담당했다. 제비의 먹이 서식처인 논과 하천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많았던 농경지는 아파트와 건물로 가득 메워졌고, 그나마 서식할 수 있는 하천은 직강화와 인공적인 개발로 서식환경이 악화되었다. 대전에서 제비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전의 경우 다시 농경지를 복원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비에게는 대전의 생태적 기능의 핵심으로 선정할 수 있는 곳인 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청계천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계속 세운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제비도 사라질 것이다. 콘크리와 인공구조물은 제비의 먹이 서식처를 훼손하는 행위이며, 제비가 자유로이 비행 할 수 있는 폭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행중인 제비 비행능력이 탁월한 제비
▲ 비행중인 제비 비행능력이 탁월한 제비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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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러 저러한 이유로 제비의 수가 급감해서 지금은 제비를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일부 남도지역과 도서지역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도이다. 일부 조류학자들은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비는 서식환경만 좋다면 번식력이 뛰어나고 사람과 친근하기 때문에 쉽게 개체수가 증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대전은 3대 하천만 잘 복원되어진다면 쉽게 제비를 만날 수 있는 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 대전의 도시하늘에서 제비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상 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제비를 만날 수 있는 도시!! 이런게 대전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높고 큰 건물을 세워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가? 이것은 지속가능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삶인 것을...  21세기는 환경의 시대라고 이야기 한다. 이제는 생태적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생태계가 살아있는 대전이 된다면 21세기 새로운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다시, 제비가 올 수 있는 대전이 아니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천연기념물 00호 "제비"!! 이런 서글픈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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